'한글과 한자'는 '소리글자이자 뜻글자'
조옥구의 한민족과 漢字 비밀<5>
제1장 한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한글은 소리글 한자는 뜻글자"라는 주장은 글자 생명 무시하는 폭거
‘한자는 뜻글자’라는 말은 언제나 ‘한글은 소리글자’라는 주장과 짝을 이루어 인용되곤 한다.
세상 만물이 암수로 되어 있어 서로 짝을 이루듯이 마치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처럼 회자되는 이 주장은 사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 허점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버젓이 강단을 차지한 채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자는 뜻글자이므로 ‘소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하는 말은 두 가지로 소리나는 한자의 경우만 보더라도 거짓임이 금방 드러나고 만다.
‘見’자는 ‘볼 견’과 ‘나타날 현’ 등 두 가지 음으로 읽는다.
따라서 ‘見’자에서 ‘보다’와 ‘나타나다’라는 의미를 구분하는 요소는 ‘견’과 ‘현’이라는 ‘음(소리)’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更(경, 갱), 數(수, 삭), 宿(수, 숙), 參(삼, 참), 降(강, 항), 單(단, 선), 識(식, 지) 등 수 십 개의 한자들이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어떻게 한자의 ‘음(소리)’은 의미가 없다고 말 할 수 있는가?
‘글’이라고 하는 것이 ‘말’을 기록하는 기호이고 ‘말’이라는 것은 ‘생각’을 담고 있는 소리이므로 ‘글’ 속에는 태생적으로 ‘소리’와 ‘생각’이 담겨 있는 법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오늘날 한자와 한글을 연구하는 많은 분들은 ‘한자는 뜻글자’이므로 ‘소리는 의미가 없다’라고 주장하고 또 ‘한글은 소리글자’이므로 ‘모양은 의미가 없다’라고 주장한다.
‘한자’에서 ‘소리’를 제거해 버리고, ‘한글’에서 ‘모양’을 제거해 버린다는 것은 ‘글’이 가진 ‘생각’과의 연결고리를 제거해버리는 것이어서 ‘글’의 핵심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육체의 아름다움은 그 안에 고귀한 ‘생각’을 담고 있기 때문에 빛나는 것이며 영혼이 없는 육체를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은 모든 개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정신이며 영혼이며 생명이다.
‘글’의 생명 또한 그 속에 담겨 있는 ‘생각’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글은 소리글, 한자는 뜻글자’라고 구분하여 각각 ‘모양’과 ‘소리’를 무시하는 것은 한자와 한글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며 한자와 한글의 생명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한글을 부정하면서 한글로 의사를 표현하고 한자를 부정하면서 한자로 의사를 전달한다고 하는 것은 어딘가 어색해 보이지 않는가?
오늘날 동양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한자’와 ‘한글’은 무한히 높은 가치와 효용성과는 무관하게 부분적으로만 쓰이게 됨으로써 ‘실용문자’라는 이름이 무색하리만치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불편한 처지에 놓여 있다.
각각의 글자는 각각의 개념(생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고유의 개념을 잘 활용한다면 쓰는 사람이나 상대 모두가 편리하고도 정확한 의사전달이 가능한 것이 우리 한글과 한자의 자랑이며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문자를 가지고도 해석이 제각각인 것은 글자의 생명인 개념을 잃어버리고 껍질만 붙들고 시름하는 데서 빗어지는 현상이다.
평생을 기울여 한자를 습득했다 하더라도 한자가 만들어질 당시 그 주체들이 한자 속에 담아놓은 개념이나 생각을 읽어낼 수가 없기 때문에 어렵게 익힌 한자는 겨우 남의 글이나 읽는 도구로 밖에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다.
남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법이다. 그것이 진리에 입각한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진리를 벗어난 것이라면 그 글은 결국 진리를 따라야할 그 자신에게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한자와 한글을 만들었던 당시인들이 ‘글자’를 만들면서 담아놓은 본래의 ‘개념’이다. 그 개념(가치관)을 읽어 낼 수만 있다면 수 천 년의 공백을 뛰어넘어 한자를 만든 이들과의 정신적인 교류가 가능하다.
따라서 한자와 한글이라는 문화유산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우리들로써는 한자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의무이며 동시에 권리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한자와 한글’을 ‘뜻글자와 소리글자’로 구분하고 한자에서 ‘소리’를, 한글에서 ‘모양’을 무의미한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글자의 기원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글자의 생명을 무시하는 폭거에 다름 아니다.
한자는 모양을 이용하여 뜻을 나타내는데 용이한 글자이고 한글은 소리를 나타내기에 용이한 특징을 가졌을 뿐 한글과 한자 모두가 뜻글자이며 소리글자다.
한글과 한자만이 아니라 세계의 어느 글자치고 모양과 소리와 의미를 갖추지 않은 글자는 없는 것이다.
[조옥구 한자연구소장/'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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