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인 설교 (Spiritual Preaching)
설교자는 자칫하면 웰빙 차원의 설교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이때 설교의 주제는 섭생과 규칙적인 생활에 의한 건강, 이웃사랑이나 성공을 강조하고 성적으로 문란한 사회를 비판하는 것, 부부의 금실개선 또는 자녀교육 같은 가정문제, 겸손과 인내와 정직 같은 것의 심성향상, 기도생활이나 집회참석 그리고 헌금을 권면하는 종교적 활동에 머문다. 이런 경우 기독교의 설교는 다른 종교, 철학, 사회단체들에서 행하는 연설과 다를 바 없을 뿐 아니라 때로는 그보다 훨씬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기독교는 위에서 언급한 것들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를 기독교의 설교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충분하지 않다. 영적인 차원이 다루어지지 않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자주 성령으로 난 사람이라든가 영적인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기독교의 진정한 관심은 영적인 세계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영적인 일이란 일차적으로 볼 때 거듭남, 하나님의 나라를 기업으로 받는 것, 성령의 충만 같은 것이며, 더 나아가서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을 목적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적인 일을 가름하는 것은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느냐 이다. 비록 교회와 관련된 일을 해도 그 목적이 자기를 위한 것이면 그것은 육적인 일이고, 사회에서 일을 해도 그 목적이 하나님을 위한 것이면 그것은 영적인 일이다. 영적인 일을 설교하는 것을 영적인 설교 (Spiritual Preaching)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마 4:5-7은 이런 설교를 위한 좋은 예이다.
(본문) 마 4:5-7
(제목)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1. 본문이해
1) 마귀의 시험 (5-6)
본문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마귀의 두 번째 시험을 진술하고 있다.
두 번째 시험을 잘 이해하기 위하여 첫 번째 시험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시험은 첫 번째 시험과 마찬가지로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면"이라는 말로 도입되면서 예수의 능력을 문제시 삼는다. 차이가 있다면 첫 번째 시험은 변화의 능력 (돌이 떡이 되게 함)에 관련되는 반면에 두 번째 시험은 보존의 능력 (발이 다치지 아니함)에 관련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마귀는 이 두 가지 시험으로 예수를 능력자로 만들어 구속성취보다는 능력행사에 더 마음을 두게 한다. 마귀는 예수를 능력자로 만들어 구속자의 신분을 잊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마귀는 간교하게도 예수께 능력자임을 증명하면 하나님의 아들임이 증명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마귀의 교묘한 계략이다. 예수께서는 능력자임을 보여줄 때 비로소 하나님의 아들로 입증되는 것이 아니다. 예수는 이런 능력을 발휘하건 하지 않건 이미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마 3:17). 사실상 마귀는 이러한 일반적인 계략 뒤에 더욱 무서운 계략을 숨기고 있다.
(1) 거룩한 성과 성전 시험 (5)
마귀는 예수 그리스도를 "거룩한 성으로" 이끌고 갔다.
이곳은 하나님의 도성이다. 마귀는 하나님의 도성을 차지하기를 소원한다. 마귀의 시험 속에 하나님의 도성을 빼앗으려는 시도가 숨어있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영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귀는 예수를 예루살렘으로 이끌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는 "뛰어 내리라"고 말한다. 예루살렘과 성전은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하여 존재한다. 그러나 사탄에게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마귀가 예수를 예루살렘 성전 꼭대기에 세운 것은 예배를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마귀의 목적은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는 것이다.
마귀는 예수께 예루살렘과 성전을 능력행사의 장소로 이해시키려 한다. 이렇게 하여 마귀는 예루살렘과 성전이 본래적으로 지니고 있는 의미를 완전히 상실시킨다. 이것이 마귀가 예수를 예루살렘 성전에서 시험하는 진정한 목적가운데 하나이다. 마귀는 하나님의 도성을 탈취하고 하나님의 성전을 오용하는 것을 목적 삼는다. 이것은 마귀가 끈질기게 집착하는 목적이다. 그래서 마귀는 결국 성전을 장사꾼으로 가득 채우고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 (마 21:13).
(2) 성경 시험 (6)
마귀는 예수께 능력행사의 시험을 베풀면서 구약성경을 인용하였다(시 91:11-12). 마귀는 예수를 시험하기 위하여 철저한 증빙서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마귀가 하나님의 말씀을 제시하면서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가?
마귀는 무엇보다도 성경의 목적성을 시험하려는 것이다. 마귀의 논리는 이것이다.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는 능력을 발휘할 때 입증되는데, 뛰어내려도 안전하다는 사실은 구약성경으로 입증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귀가 성경을 인용하는 의도는 이것이다: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라, 성경에 너를 보호하겠다고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 마귀는 마치 성경이 예수가 능력자인 것을 입증하기 위하여 기록된 것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마귀는 "뛰어내리라"는 말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성경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것은 구속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성경의 목적을 오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마귀의 무서운 계략이다. 예루살렘 성전을 오용시키던 사탄은 이제 하나님의 말씀을 오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마귀는 성경의 진실성을 시험하였다. 마귀는 성경으로 예수를 시험함으로써 성경이 과연 맞는가를 시험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두 가지 간사한 마귀의 꾀가 들어있다. 첫째로 예수께서 뛰어내리지 않으면 예수가 성경을 믿지 않는 것이 된다. 둘째로 예수께서 뛰어내렸는데 천사가 보호하지 않으면 성경(하나님의 약속)이 틀린 것이 된다. 그러므로 성경을 통한 예수에 대한 시험은 결국 성경에 대한 시험이다. 마귀가 의도하는 것은 성경이 믿을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밝히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마귀가 자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시편의 내용을 왜곡되게 인용한 것이다. 시편의 말씀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림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신자의 인생여정을 철저하게 보호해주실 것에 관한 말씀이다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심이라", 시 91:11). 그러나 마귀는 마음대로 성경을 조작하고 있다. 마귀는 이 구절로부터 "네 모든 길에서"라는 말을 삭제하였다. 마귀는 성경을 하나님의 권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3) 하나님 시험
셋째로 마귀는 성경이 믿을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성경을 주신 하나님도 믿을만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려고 하였다. 마귀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시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마귀의 최종적인 목적은 언제나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귀는 하나님의 말씀을 시험함으로써 하나님을 시험하는 것이다. 이것은 옛날 사탄이 하와를 유혹할 때 사용한 오래된 방법이다(창 3:1, 4-5). 사탄은 하나님의 말씀을 의심하게 함으로써 하나님을 의심하게 하는 방법을 쓴다.
(4) 예수 시험
마귀의 시험의 결론은 예수를 능력자로 만들려는 것이다.
마귀는 예수의 마음을 능력 구하는 보통사람들의 심정에 적응시키려는 악한 시도를 한다. 당시에는 (사실은 지금도!) 초인간적인 능력적인 행사를 구하는 인간적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초인간적인 행사를 구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행위이다. 모든 사람이 능력적인 일을 구한다. 마귀는 예수께 이런 능력적인 행사를 요구한다. 마귀는 예수께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고 요구함으로써 예수를 초인간적인 능력자로 인정해주는 것처럼 하면서, 결국은 예수도 초인간적인 능력을 구하는 모든 사람의 심정을 가지도록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계략을 꾸미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마귀는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 대신 보통사람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였다.
2) 예수의 말씀 (7)
예수 그리스도는 마귀의 계략을 간파하셨다.
마귀가 예루살렘과 성전을 오용하고 있다는 것, 하나님의 말씀을 곡해하고 있다는 것,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대적하고 있다는 것을 예수께서는 아셨다. 비록 마귀가 예수를 예루살렘 성전으로 데려가고 성경을 인용하면서 하나님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외면적으로는 매우 경건하게 보였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예리한 안목을 피할 수 없었다. 예수께서는 마귀의 가장된 경건의 이면을 정확하게 뚫어보셨던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이후에도 사탄의 악한 계략에 대하여 계속해서 싸우셨다.
예수께서는 예루살렘과 성전을 오용하는 마귀의 계략을 깨뜨리기 위하여 활동의 마지막 부분에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고 (마 21:1), 예루살렘에 대하여 애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셨으며 (마 23:37), 결국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예루살렘을 사수하셨다.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장사꾼으로 가득 차 있는 성전을 청결하게 하심으로써 성전을 탈환하셨다 (마 21:12). 이렇게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을 사수하시고 성전을 탈환하심으로써 사탄의 계략을 이기셨다. 또한 예수께서는 성경을 곡해하는 마귀의 계략을 파괴하기 위하여 성경을 잘못 가르치는 유대인의 지도자들과 논쟁을 하셨고 무리를 향하여 쉬임 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쳤다. 더 나아가서 예수께서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마귀의 계략을 깨뜨리기 위하여 모든 행동으로 하나님을 지향하였고, 모든 말씀으로 하나님께 집중하였다.
바로 두 번째 마귀의 시험 앞에서 예수께서는 단지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는 짧은 구약성경을 인용하셨다. 예수께서는 마귀의 최종적인 목적이 하나님을 시험하는 것임을 아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렇게 짧은 구약성경을 인용하심으로써 마귀가 예루살렘과 성전을 오용하고, 성경을 곡해하며,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을 단칼에 물리치셨다. 이렇게 하여 예수께서는 하나님이 시험의 대상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이라는 것을 보여주셨다.
2. 설교의 요점 구상
본문에서 마귀의 행위에 주목해야 한다.
마귀의 행위는 외면적으로 보면 매우 경건하다. 마귀는 예수 그리스도를 이방인의 음란한 도시로 데려간 것이 아니며, 혼잡한 시장 한가운데 세워놓은 것이 아니고, 유행가의 한 대목을 읊조린 것이 아니며, 로마 황제의 승리를 언급한 것이 아니다. 마귀는 예수 그리스도를 거룩한 성으로 데려갔고, 성전 꼭대기에 세웠으며, 구약성경을 인용하였고, 하나님의 보호를 언급하였다. 게다가 마귀는 예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마귀의 목적은 전혀 다른 데 있었다. 그것은 예루살렘과 성전과 성경을 오용하고, 하나님을 시험하며, 예수를 파멸시키려는 것이었다. 외면적인 경건의 이면에 숨어있는 마귀의 계략을 정확하게 간파해야 한다. 때때로 기독교와 관련된 모든 것이 제시된다 할지라도 전혀 비기도교적일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3. 설교 작성
무엇보다도 예수를 시험하는 마귀의 적극성을 치열하게 묘사해야 한다.
예수를 넘어뜨리기 위한 마귀의 노력은 회수로 세 번에 불과하지만 대단히 간교한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특히 마귀의 두 번째 시험은 경건을 가장한 시험이라는 데 두려움이 있다. 마귀는 예루살렘과 성전, 하나님의 말씀인 구약성경, 하나님에 대한 언급, 예수와의 대화라는 경건하게 보이는 모든 것을 동원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무서운 야욕을 감추고 있었다.
우리는 자주 외면적인 경건에 경탄할 줄은 알지만, 가장된 경건 뒤에 숨어있는 악의에 대하여는 무지하다. 이 본문을 가지고 설교자는 자신의 야욕을 이루려는 마귀의 행동과 언어를 분명하게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혹시 우리도 마귀의 행동과 언어를 따르고 있지 않는가? 기독교와 관련된 공간, 사물, 언어에서 자기의 유익에 몰두하고 있지 않는가?
마귀의 야욕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상을 따를 수밖에 없다. 예수께서는 심지어 시험 당하고 있는 자신까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예수의 관심은 오직 하나님께 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마귀의 시험을 물리칠 때마다 구약성경을 인용하면서 구태여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구약성경을 택하셨고 (4,7,10), 마귀의 두 번째 시험에서도 "나를 시험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고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하나님께로의 회귀, 귀결, 집중, 이것만이 생명의 길임을 아셨기 때문이다.
조병수 교수/,마태복음 설교 8/ 월간 프리힘(200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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