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차이와 선교
문상철 (한국선교연구원/kriM)
우리 한국은 단일 문화권이어서 국내에 있는 동안은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 실감나게 경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를 여행하거나 해외에서 살 경우에 우리는 문화적 차이를 절감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문화적 차이는 해외에서의 삶과 사역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인류학자들은 당초에 문화적 차이보다는 인류의 보편적 공통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문화를 알아갈수록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문화적 차이가 심하며, 타문화권에서 살고 일하는데 있어서 문화적 차이가 중요한 장벽이 됨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발달 단계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도 사춘기의 연령이 문화권별로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 이전에 사춘기의 개념조차도 없는 문화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화적 차이점은 단순한 표현의 문제일 뿐 아니라, 본질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두드러짐을 알 수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먼저 우리는 인사법에 있어서의 차이점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 문화에서는 머리를 조아려 인사를 하지만, 서구에서는 악수를 합니다. 악수의 원래 의미는 내 손에 보시다시피 아무 무기가 없으며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서로 빈손을 보이고 흔들어 대면서 평화를 나타내보입니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상대방의 가슴에 침을 뱉으면서 인사말을 합니다. 서로 친근하고 거리낌이 없는 사이라는 뜻입니다.
문화적 차이는 시공간의 개념에 있어서도 나타납니다. 시간적인 개념에 있어서 미국인들은 약속 시간 15분이 지나면 늦은 것을 사과해야 합니다. 30분 늦게 도착하면 이때는 아주 무례한 경우가 되며, 늦은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사과를 해야 합니다. 반면에 전통적인 이집트인들 경우에는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 늦게 도착하면 제 때에 나타난 것입니다. 그 시간으로부터 30분 이상 늦은 경우에만 사과를 합니다. 전통적인 이집트 사회에서는 오직 하인들만이 정해진 시간에 정확하게 도착합니다. 따라서 10시에 약속했다고 해서 상대방이 10시에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그 사람을 하인 취급하는 셈이 됩니다. 10시에 약속했으면 11시에 나타나면 되는 것입니다. 문화적 차이는 공간 사용에 있어서도 나타납니다. 미국인들은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 통상 4-5 피이트 (1.2에서 1.5 미터 정도) 떨어져서 말을 합니다. 이것이 그들에게 편안한 사회적 거리입니다. 그런데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나 아시아인들은 이보다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다른 인종과 대화를 나눌 때 거리를 띄우려고 하고, 반대로 다른 인종들은 자꾸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이렇듯 문화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인 시공간의 개념에 있어서 그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는 문화집단간의 편견과 오해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손으로 식사를 하는 인도인들의 경우는 비위생적이고 불결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서구인들이나 우리 한국인들이 나이프와 포크, 그리고 수저를 사용하는 것이 더 불결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나이프와 포크, 그리고 수저는 오늘은 이 사람의 입에 내일은 저 사람의 입에 들어가지만, 인도인들의 잘 씻은 오른 손은 평생 그 사람만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문화는 많은 경우에 다를 뿐이지 우월하고 열등한 것이 아닙니다. 각 문화에는 나름대로의 지혜가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는 단순히 행위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문화의 깊은 곳인 가치관과 세계관에 있어서도 차이를 드러냅니다. 행위는 가치관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가치관은 궁극적으로 세계관에 의해 편성됩니다. 모든 문화적 행위와 관습은 궁극적으로 세계관에 의해 형성되고 영향을 받습니다. 세계관은 세계와 인생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전제들의 집합으로서, 우리 눈의 안경과 같습니다. 안경이 보는 것마다 영향을 주듯이, 세계관은 모든 문화적 인식과 행위에 영향을 줍니다. 세계의 문화권들은 단순히 인사하고, 밥 먹고, 행동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세계와 인생관의 근본적인 내용에 있어서 다양성을 나타내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세계관에서 시간은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지만, 다른 세계관에서는 시작도 끝도 없고 오직 반복과 순환만 있을 뿐입니다. 이렇듯 문화는 표층부뿐만 아니라 심층부에 있어서도 놀라운 차이점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는 타문화권에서 생활할 때 문화 충격의 원인이 됩니다. 문화적 이질감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결과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문화 충격은 선교사들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에게도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타문화권에서 잘 생활하고 일하기 위해서는 문화 충격을 잘 극복하고 문화적 적응을 잘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 충격을 잘 극복하지 못하면 집에 돌아가고 싶고, 소극적으로 되고, 현지인들과 여건이 싫어지고, 전반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문화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문화적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 충격을 받는 자신의 모습을 부인하려고 하면 더욱 힘들어집니다.
문화 충격은 일반적으로 타문화권에서 2주가 지나면 조금씩 느낄 수 있으며, 8주 이상이 되면 꽤 심각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한번 악화되면 바닥을 헤맬 만큼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문화 충격이 심해지기 전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예방책입니다. 우리는 타문화권 생활의 초기에 적극적으로 그 문화에 결속(bonding)됨으로써 그 문화권의 사람이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문화 충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이나 장기 체류를 시작하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그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그 문화에 대한 좋은 경험을 시작하고 긍정적인 경험들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고, 지속적으로 바람직한 경험들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입니다.
올 여름에도 선교 여행을 비롯해서 여러 형태로 해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타문화권을 여행하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버리고, 문화적 차이와 문화 충격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문화적 적응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적으로 잘 적응할 때 여러 활동들을 의미 있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타문화권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의 경우 다른 문화와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우리 한국 선교사들은 단일 문화권 출신으로서 문화적 민감성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우리 선교사들이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고 문화적으로 감도가 높은 선교사들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도울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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