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과 선교
문상철 (한국선교연구원/krim 원장, 합동신학대학원 선교학 교수)
세계관은 세계와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선험적인 전제들의 집합이라고 정의됩니다. 선험적이기 때문에 대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당연시하는 신념입니다. 그래서 세계관은 변화되기가 어렵고, 세대를 거쳐서 암묵적이고 명시적인 교육을 통해 전수됩니다. 이 세계관은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 등의 영역에서 우리의 인지적, 정서적, 평가적 활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선교에 있어서도 세계관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선교의 과제도 세계관의 변화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선교에 있어서의 세계관의 작용에 대해서는 먼저 선교 주체들의 세계관의 이슈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교하는 주체들이 온전한 세계관을 가지지 못할 때 그 선교는 온전한 결과를 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선교하기 전에 먼저 온전한 성경적 세계관을 정립했는지를 점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선교에 참여할 만큼 신앙적으로 성숙해보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세계관의 온전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관의 정립 없이 바로 선교 활동주의에 뛰어드는 모습은 우리 한국 선교의 한 약점이기도 합니다. 서구인들은 선교 역사를 뒤돌아보면서 성경적인 세계관보다는 계몽주의적인 세계관에 입각해서 사역해온 결과 문명화에는 상당 부분 성공하였지만, 복음화에는 많은 경우에 실패하였다고 평가합니다.
표면적으로는 기독교적 세계관이나 심층적으로는 무교 등 타종교의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선교하는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현상은 관찰되고 있습니다. 흔히 발견되는 치우친 모습은 심층부에 무교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서 영적 전쟁을 기독교 세계관이 아니라, 무교적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세적이고 영적인 중간 영역에 대해 지나치게 확대해서 세계를 이해하는 오류입니다. 이러한 오류는 무교적인 세계관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발견되기 쉽습니다. 반면에, 서구인들은 현세의 영적인 영역을 전혀 배제해서 영적 전쟁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영적 전쟁에 무방비 상태로 남게 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적 전쟁에 있어서 위의 두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균형 속에서 조화로운 이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영적 전쟁을 많이 강조할수록 신앙이 좋아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성경적인 균형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선교의 과제에 대해 세계관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교의 본질은 외형적인데 있지 않습니다. 건물을 짓고, 시설을 확보하고, 기관을 세우고, 집회를 하는데 있지 않습니다. 그런 요소들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부차적인 것들입니다. 선교의 본질은 제자화입니다. 그러면, 제자화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세계관이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입각한 사람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제자화는 세계관의 완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그 목표는 내적인 과정을 암시하며, 외형적인 활동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한국 선교는 한국 교회의 물량주의적인 경향으로 인해 선교 현장에서도 물량주의적인 공세를 취한 면이 있습니다. 우리는 보다 순수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관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선교 활동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본질에 충실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선교 활동을 이해할 때 전도는 기독교 세계관의 전파이며, 제자훈련은 기독교 세계관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훈련이며, 성화는 기독교 세계관의 완성을 지향하는 과정으로 규정될 수 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의 이슈는 국내외 선교에 있어서 중요한 바로미터가 됩니다. 한국 교회는 한국인들의 세계관을 바꾸는데 있어서 얼마나 성공적이었습니까?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얼마나 성경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갑니까? 입시와 진로, 정치와 투표, 경제와 윤리에 있어서 얼마나 성경적으로 사고하고, 기독교적으로 판단합니까? 지난 여름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것은 한국 사회에서 한국 교회가 국내 선교에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 선교사들은 타문화권의 세계관을 바꾸는데 얼마나 성공적입니까? 이것은 외형과 가시적인 성과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회와 문화를 복음으로 변혁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한국 선교사들의 퍼포먼스에 대한 본인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국 선교사들은 일부 영역에서 미국 선교사들보다는 나은 퍼포먼스를 나타내보이지만, 대체로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에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선교지에서의 사역에 있어서도 기독교 세계관의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성과를 자신할 수 없습니다. 이렇듯 세계관은 국내외 선교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한국 교회의 선교는 외형과 활동을 확장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 아니라, 성경적인 잣대에 얼마나 충실한 선교를 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발전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개교회의 선교사역도 이 기준에 따라 평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교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기준에 따라 보다 선진화된 선교를 하도록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적인 세계관에 투철한 삶과 사역이 되도록 온전히 헌신하십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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