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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치는 사라지고 모양만 남은 `한자` (조옥구)

수호천사1 2012. 10. 14. 17:20

조옥구의 한민족과 漢字 비밀<8>
가치는 사라지고 모양만 남은 '한자'



문자는 관념을 담는 그릇…모양이라는 외형으로 담긴 생각 함께 읽어내야

‘山’, ‘日’, ‘水’, ‘木’ 등의 한자는 각각 ‘산의 모양’, ‘해의 모양’, ‘흐르는 물의 모양’, ‘나무의 모양’을 묘사(象形)한 것으로 이런 원리로 만들어지는 한자를 ‘상형문자(象形文字)’라고 한다.

상형문자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상의 특징을 살려 그대로 문자로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에 쌍방간 현상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어 한자가 만들어지는 초보적인 단계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많은 한자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때문에 ‘상형(象形)’의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한자에 관한 한 그것이 가지고 있는 모양 외에 다른 기원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며 ‘木은 나무’고 ‘月은 달’이지 거기에서 무슨 다른 기원을 고려한단 말인가?

그러나 한자는 문자다.

‘문자’는 ‘용기(容器)’다. 문자란 사람의 머릿속에 담겨있는 생각 즉 관념을 담는 그릇이다. 머리의 생각을 문자라는 사회적으로 약속된 그릇(형상 또는 기호)에 담는 것이므로 문자를 통해서는 모양이라는 외형과 그 속에 담긴 생각을 동시에 읽어내야 한다.

생각은 추상적이며 관념적이므로 주로 ‘상징’을 이용해서 나타낸다.

기초한자들은 대부분 이 ‘상징’이 농후한 글자들이다.

‘身’자가 활과 화살이라는 모양을 이용해서 마음과 몸을 나타냈던 것처럼 ‘木’자는‘나무’라고 하는 소재를 이용하여 나타내려고 하는 무엇(관념)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日’은 ‘해의 모양’을 이용하여 만든 글자로 역시 그 안에 해의 모양을 이용하여 나타내려고 하는 무엇인가를 담고 있는 법이다.

‘山’자도 그렇고 ‘水’자도 그렇고 대부분의 상형문자들이 모두 그러하다.

이 한자들은 일차적으로 형상의 의미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그 안에 궁극적으로 나타내려고 하는 또 하나의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에 만들어지는 기초한자 적어도 오늘날 부수로 사용되는 214개 한자는 모두 이런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자연구는 대부분 한자의 모양에만 사로잡혀 그 한자의 숨은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였다.

‘女’자를 예로 들어보자.

‘女(여자 여)’자는 사람의 성별을 기준으로 남자와 구분되는 ‘여자’의 모습을 묘사한 글자로 ‘계집’, ‘여성’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女’자 세 개가 모여 만들어지는 ‘姦(간사할 간)’자의 의미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女’자에 대한 기존의 상식만으로는 도저히 풀이할 수 가 없다보니 ‘여자가 셋이 모이면…’하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만다.

‘형상으로써의 의미’ 외에 ‘숨은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자가 만들어지던 당시 여성은 혈연과 가정의 중심이었다. 지금은 가부장제 사회여서 혈연은 아버지의 씨를 따르지만 당시는 가정과 혈연의 중심이 어머니였다. 혈연이 모계를 중심으로 이어져 자녀의 성(姓)이 어머니 즉 모계를 따랐으므로 '모계사회'라 부르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배경 때문에 ‘여성의 모습’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女’자는 ‘여자’ 외에 ‘중심’이라는 뜻을 공유하고 있다. ‘女’자와 ‘中’자가 옛 글자에서 서로 같이 쓰인 것은 이 때문이다.

‘여자’와 ‘중심’ 이것이 ‘女’자가 가지고 있는 ‘표면의 의미’와 ‘숨은 의미’다.

이것을 알아야 ‘姦’자가 ‘여자 셋이 모이면…’의 뜻이 아니라 ‘중심이 여럿’이라는 의미에서 ‘간사하다’라는 뜻을 나타낸다는 것과 ‘安’, ‘佞’, ‘妄’자의 ‘편안’, ‘아첨’, ‘망령’ 등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간사한 사람은 여기 가서 이 말하고 저기 가서 저 말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렇게 경우에 따라 바뀌는 사람을 ‘중심이 여럿’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首’자는 ‘머리’를 나타낸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두 머리가 있기 마련인데 ‘머리’라는 대상을 나타내기 위해서 한자에서는 뿔이 달린 양의 머리를 가져다 ‘首’자를 만들었다.

이것은 ‘首’자의 외양(外樣)에 관한 설명이며 ‘首’라는 외양을 이용하여 나타내려고 했던 숨은 의미는 ‘머리는 하늘이 내려와 있는 곳’이란 의미다.

우리 인체에서 머리는 둥그런 모양이 하늘을 닮았을 뿐만 아니라 하늘을 인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하늘이 머리에 내려와 있다’라고 표현한다. 하늘이 들어 있으므로 ‘머리’는 우주 그 자체이며 곧 하늘(해, 하나님) 그 자체인 것이다.

이것을 말해주는 요소가 ‘首’자의 ‘수’라는 음이다.

‘首’자에는 이 세상의 중심인 ‘ • ’이 담겨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 • ’의 ‘주’라는 음을 따라 ‘首’자를 ‘수’라고 발음하는 것이다.(‘주’와 ‘수’는 같은 음의 계통에 속한다)

그래서 ‘머리’를 보고 ‘우주’나 ‘하늘(해, 하나님)’을 동시에 생각해 내야하는 것이 ‘首’자가 우리에게 주는 상징성이다.

이런 상징성을 이해하게 되면 ‘首’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道’자의 의미가 ‘머리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늘(해)의 운행법칙’, ‘우주 자연의 순행하는 이치’를 나타내는 글자라는 배경을 알 수 있다.

‘牛’자는 ‘소 우’자로 소의 머리를 이용하여 만든 글자로, 소 머리의 두 ‘뿔’을 ‘하늘을 향하여 뻗은 뿌리’로 여기면서 ‘소’를 ‘하늘의 이치를 나타내는 동물’로 여긴 것이다. 이런 인식 때문에 牛’자는 ‘천지인(天地人)의 도리’ 또는 ‘사물의 이치’라는 숨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면 힌두교에서 ‘소’를 숭배는 이유가 무엇인지 불교에서 수행의 과정을 나타내는 심우도(尋牛圖)에 등장하는 ‘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우리 선조들이 삶의 터를 옮겨 다니면서 ‘소부리’, ‘송화’, ‘소머리’ 등 ‘소’와 관련된 지명들을 수없이 남기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칼을 들고 소의 뿔을 해체하고 살을 베어 분해하고’ 하는 식의 ‘解’자 풀이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도 깨닫게 된다.

‘解(풀 해)’자는 소의 뿔과 살을 부위별로 잘라내는 그런 내용의 글자가 아니라 ‘사물이 가지고 있는 이치를 이리저리 분별하여 깨닫는다’는 뜻의 글자다.

‘物(만물 물)’자는 세상 모든 물건은 저마다의 사리(事理)를 가지고 있다는 뜻의 글자로, 사리를 가진 개개의 것을 ‘物’이라 부른다는 말이다.

‘件(사건 건)’자도 마찬가지다. 소의 상징성인 ‘사물의 이치를 간직한 개체’라는 뜻이다.

그래서 물건(物件)이란 ‘자기 나름의 이치를 간직하고 있는 개체’들을 일컫는 말임을 알 수 있다.

‘牛’자의 ‘숨은 의미’를 모르고는 ‘물건(物件)’을 나타내는 한자에 왜 ‘牛’자가 들어가는지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다.

‘日’자 역시 ‘日’이라는 형상 외에 ‘날’, ‘뿌리’라는 숨은 의미가 있는 것이며, ‘月’도, ‘一’도, ‘星’도 마찬가지로 알고 보면 저마다 고유한 의미가 또 따로 있는 것이다.

사람의 말은 본래가 정신적이며 이념적이며 관념적이기 때문에 형체가 없는 말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무언가 대체할 상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한자를 배우면서 그 한자에 담긴 고대인의 가치체계, 관념의 세계, 그들이 한자의 획에 담아내려 했던 이념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또 불가피하다.

‘한자의 이중성’, ‘한자의 이중구조’ 또는 ‘한자의 구조적 이중성’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다보니 이념적이며 관념적인 그 ‘무엇’은 사라지고 ‘모양(형상)’만 남아있는 것이 오늘 우리가 대하는 한자의 현실이지만.

[조옥구 한자연구소장/'한자의 기막힌 발견' 저자]

출처 : 내 사랑 중국 ♡ MyLove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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