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삐그덕 삐그덕’… 내부 주도권 다툼 치열·대외
위상도 갈수록 위축
오바마 “순번의장국 대표성 의문…정상회의 불참” |
심은정1기자 fearless@munhwa.com |
리스본 조약으로 탄생된 정치공동체 유럽연합(EU)이 복잡한 제도의 역기능으로 초반부터 불협화음을 노출하고 있다. 8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발효된 리스본 조약의 당초 취지는 EU 기능을 단순화해 하나의 정치공동체로서 발전하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데 있었으나, 구조적 변화로 EU 내부에서는 주도권 다툼이, 대외적으로는 외교적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월 예정된 EU와 미국의 연례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1일 결정했다.
이 회의는 올 상반기 EU이사회 순번의장국인 스페인 정부가 개최할 예정으로 백악관은 이 회의를 주재하는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의 대표성에 의구심을 제기,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스본 조약 발효와 함께 취임한 헤르만 판롬파위 상임의장이 대외적으로 EU를 대표하는 인물인데 사파테로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를 과연 양측의 정상회의로 간주할 수 있느냐는 게 미국측의 설명이다.
이번 불참은 리스본 조약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가 각론으로 들어가면서 혼선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정치공동체 EU의 가장 큰 문제는 ‘대표성’과 ‘영역 구분’의 모호함이다. EU는 속칭 ‘EU 대통령’으로 불리는 정상회의 상임의장직을 신설하고도 회원국이 6개월씩 순번제로 이사회 의장을 맡아 EU를 대내외적으로 대표하던 종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리스본 조약을 통해 EU 외교 대표직을 신설, 다른 국가 정상들이 EU와 양자 현안을 논의할 때 누구와 파트너를 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세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안보 분야를 제외한 모든 영역의 책임자는 나”라고 주장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영역 다툼이 치열하다.
리스본 조약을 통해 대외적으로 입김을 강화하려던 의도와 달리 국제 사회에서 정치공동체인 EU가 갖는 위상도 미국을 넘지 못하고 있다. EU는 아이티 지진 구호 최대 기부국임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게 군대를 파견해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 미국 등에 밀려 제대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는 “캐서린 애슈턴 EU외교대표가 국제사회 아이티 지진 구호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프랑스 외무장관이 대신 참석하는 등 역할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EU라는 정치공동체는 하나의 독립된 ‘국가’격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해 영향력이 적고, 통합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국제 문제 해결 능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1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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