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앞두고 단기선교 준비가 한창이다. 이른바 비전트립 또는 단기선교여행이라 불리는 단기선교는 현장 경험을 통해 선교 비전을 습득하고 선교지를 향한 후원자로 살아가는 가교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무용론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지속돼왔다. 2007년 아프간 피랍 사건 이후부터는 사전 훈련과 준비는 필수가 됐다. 치밀한 준비 없는 단기선교는 한낱 여행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세계선교부는 지난 17∼18일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2009 비전트립 지도자 심화교육 세미나’를 열고 건강한 단기선교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대덕한빛교회 청년대학부는 1년 내내 단기선교를 준비한다. 7∼8월 중에 실시되는 단기선교를 위해 보통 6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1∼2월은 준비기도회를 시작하고 훈련 자료를 준비한다. 3∼6월은 주제별 영성훈련을 실시한다. 예배, 성령세례 등 선교단체의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6∼7월은 단기선교를 위한 실제적 준비 기간으로 사역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8월 말에는 단기선교를 마치고 보고회와 간증을 실시한다. 9∼12월은 이듬해를 위해 준비한다. 선교학교와 중보기도학교 등을 운영하며 선교 관심자에 대한 심화 교육을 진행한다.
경기도 동두천 동성교회(김정현 목사)는 단기선교를 비전트립으로 지칭한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과 미래를 보여준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2년 전부터 비전트립을 준비한다. 초기 1년은 예배와 행사를 통해 선교에 힘을 싣는다. 이 기간에는 국내 지역의 낙도와 산간마을 봉사를 떠난다. 이후 1년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월 1회 이상 모임을 갖는다. 김정현 담임목사는 “선교지에 대한 정확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활동 도중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철저한 준비 없이는 비전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비전트립이 교회 성장의 동력을 제공했다. 7년 전까지 청년은 5명도 안 됐지만 지금은 150명으로 늘었고 장년부도 400명에서 1200명으로 증가했다.
◇ 다양한 문화사역도 시도해야=
문화사역 프로그램과 콘텐츠에 대한 방안도 나왔다. 서울문화재단 남미진 예술교육팀장은 단기선교와 예술경영의 공통점을 비교하고 전체와 부분을 관통하는 전략적·입체적 문화사역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선교의 주제와 선교현장 주민에 대한 조사,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 등 다각적인 면을 고려해 전체 흐름에 따라 프로그램을 배치하자는 제안이었다.
단기선교에 마케팅 마인드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제시됐다. 단기선교의 고객, 즉 현지인에 대한 사전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인과 소통 가능한 (문화)사역 프로그램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남 팀장은 “현지인에게 우리가 좋은 것을 준비했으니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 접근”이라며 “우리가 가진 값진 복음을 그들 문화에 맞도록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 일회성 단기선교를 탈피하려면=
단기선교는 참가자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해마다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한다. 예장 통합 세계선교부 정용구 목사는 이를 ‘눈사람 만들기’에 비유했다. 만들기만 하고 때가 되면 녹아버리는 자신만의 눈사람과 같다는 것이다. 단기선교는 반복되지만 제대로 남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정 목사는 “선교지를 경험하고 자기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게 문제”라며 “단기선교 참여 이후에는 평가, 보고, 장단기 선교사 자원 발굴과 교육 등이 교회 차원에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