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단기 해외의료선교에 대하여
지난 해 제10차 의료선교대회(2007년 9월14~16)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첫 대회 이후 20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많은 의료인들이 장․단기 선교사로 헌신하고 열심으로 사역을 하였다. 또한 많은 단기의료선교 팀들이 해마다 세계 각지에 나가서 의료봉사를 통한 선교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1990년 이후 이러한 활동에 직접 참여하였고 또 주위의 여러 팀들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다. 매년 단기선교를 다녀 올 때마다 ‘내가 남을 도운 것이 아니고 내가 가장 은혜를 받았구나’ 라고 생각하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에 한 일들이 최선이었는가 하는 것과 혹시 자기만족을 위한 행위들은 아니었는가 하는 것이다. 혹자는 단기선교 무용론까지 들먹인다. 단기선교에 들어가는 수 천 만원의 재정을 선교를 위해 후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 팀은 매년 조직되고 구정과 추석, 방학 때에는 이러한 팀들로 공항이 붐빈다. 이 글은 단기 팀의 필요성이나 불필요성에 대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효과적인 단기 팀의 운영에 대해서는 토론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단기 팀은
첫째로 철저하게 계획되어야 한다.
단기 팀이 섬기고자하는 지역의 형편과 현지 선교사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 설혹, 단기 팀이 어느 정도 구성이 되었다하더라도 예정된 사역지에서 단기 팀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팀의 사역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사역을 포기할 수도 있다. 단기 팀은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단지 섬기는 교회, 학교, 병원, 선교단체에서 늘 하던 일이기 때문에 단기 팀을 조직하고 선교지에서 이러한 단기 팀의 사역을 돕기 위해 선교사가 특별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진행된다면 주객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단기 팀의 역할은 장기 선교사의 사역을 도와 현지선교에 윤활유가 되는 것이지 선교사가 지치도록 수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단기 팀은 현지 선교사역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하고 선교사와 가족을 격려하고 위로해야 한다.
둘째로 단기 팀은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단기 팀의 성격에 맞는 선교지를 선정하되 의료 봉사가 절실히 필요하고 선교에 가장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는 선교지를 찾아야 한다. 예정된 기간 중 가장 적절하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이나 교통편도 중요하다.
셋째, 의료선교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는 한국에서 온 여러 단기 팀들이 현지 공항에서 만나기도 한다.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세계적인 선교의 관점에서 본다면 중복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단기 팀의 사역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구하지 못하여 아쉬울 때가 있다. 바람직한 것은 모든 의료선교 팀들이 계획하는 활동 내용과 시기를 의료선교협회(의선협)에 보고하는 것이다. 선교현지에서도 의료선교가 필요한 것을 의선협에 알리면 의선협에서 단기 팀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료선교를 원하는 개별 의료인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활동이 중복되는 지역이 있으면 지역을 변경하도록 조언하거나 연합사역을 유도할 수 있다. 활동이 끝나면 각 팀은 활동보고서를 의선협에 제출하여 그 후에 다른 팀이 활동하고자 할 때 도움이 되는 정보로 이용할 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일을 위해 단기 의료선교를 위한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선협이나 한국기독의사회에서 이러한 단기 팀의 사역보고와 정보교환을 위해 정기적인 사역보고회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넷째, 사역지가 결정되면 사역지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해야한다.
어떠한 질병이 많은지, 풍토병은 무엇인지, 관습이나 종족적 특성은 무엇인지 미리 알고 현지 언어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현지 경험이 있는 사람(선교사 등)으로부터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현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문가(예를 들면 모슬렘지역에 여자 산부인과 의사)가 팀의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의료 외에 현지에서 필요한 사역을 수행할 수 있는 비 의료인도 포함되면 좋다.
다섯째, 단기 팀은 적절한 규모를 정하여야 한다.
한 두 명의 의사가 청진기와 약 박스 몇 개를 가져간다고 의료선교가 되지 않는다. 반면에 50명이 넘는 대규모 팀은 선교지에서 수용하기 어렵다. 선교지의 필요에 맞게 적절한 팀을 구성하여야 한다. 가능한 한 포터블 진단장비와 치료기구, 적절한 질적, 양적 수준의 약을 준비해야 한다. 약은 통관이 어려우므로 작은 꾸러미로 여러 개 만들어 개인 가방 속에 넣어 가져가는 것이 좋다.
여섯째, 현지에서는 현지 의대생, 현지 의사 등과 협력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으며 이들에 의해 앞으로도 자체적인 의료선교가 이어지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현지 의과대학생이나 교수,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학 세미나, 강좌를 여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 이것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교육대상자를 접촉하고 준비해줄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다.
일곱째, 단기 의료선교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 경주해야 한다.
현지 선교 병원 시설을 이용하여 외과 수술이나 개안 수술을 시행하는 것은 가장 우수한 단기 의료선교가 될 것이다. 필자가 속한 삼성서울병원 한가족의료봉사회는 선교지에서 고치기 어려운 질환, 즉,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나 판막질환 환자를 한국으로 오게 하여 치료해 주었는데 많은 재정이 소요되기는 하였지만 매우 보람이 있었고 선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여덟째, 단기 팀의 리더는 선교여행에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평가해야 한다.
풍토병의 위험에 대해서는 예방약이나 백신으로 미리 대비해야 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게 하며, 분쟁지역과 조류감염병 지역은 피하는 것이 당연하다. 교통사고의 위험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즉, 안전한 여행이 되도록 면밀하게 여행일정을 검토하고 승용차나 버스를 대여할 경우는 정비가 잘되어 있고 안전벨트 착용이 가능한 차량을 선택해야 한다. 단기 팀은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떠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번 아프간 사건의 사례에서 보게 된 것처럼, 단기 팀 지원자가 팀 사역을 충분히 이해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 가족(미혼자의 경우 부모)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아프간 단기선교의 위험성을 팀 멤버들이 충분히 이해하였다면 이러한 단기 팀이 구성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아홉째, 단기 팀은 떠나기 전 충분한 영성 훈련을 통해 선교지의 영적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선교여행 중에는 개인의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돕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게 함으로써 주 안에서 사랑으로 하나 됨을 확인한다. 매우 분주한 스케줄에 의해 고단한 일과로 하루가 끝나서는 안 된다. 아침에는 경건의 시간을 갖고 저녁에는 찬양과 감사와 기도, 나눔의 교제가 있어야 한다. 즉, 그리스도인의 삶의 헌신적인 전형을 맛보고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대개 단기 팀의 일원은 자신의 휴가를 선교지에서 보내는 것이므로 적절한 휴양(휴식)도 필요하다. 극도로 소진된 상태에서 귀국하고 바로 이어서 직장에 복귀하면 개인의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다. 선교지의 문화와 언어를 배울 수 있고, 선교지에서의 긴장과 피로를 풀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단기 팀들이 철저하게 계획되고, 잘 준비된 활동으로 인하여 세계복음화에 기여하기를 바라며 간절히 기도한다.
최연현/ 한국기독의사회 총무 ․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출처/ <의료와 선교> 2008년 1호(통권 49호), (사)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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