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우리말

[스크랩] [논문] 한국어 교육의 과제와 전망 (박갑수)

수호천사1 2010. 6. 15. 15:20

한국어 교육의 과제와 전망


박 갑 수 (서울대)



1. 서론


한국어가 외국어로서 가르쳐지기 시작한 것은 외국인과 접촉하면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언제부터인지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적어도 신라 聖德王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續日本紀」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乙未 令美濃·武藏二國少年 每國二十人習新羅語 爲征新羅也

                      (續日本紀, 天平寶字五年正月乙未條)


그리고 그 뒤 일본에서는 1720년 유학자 雨森芳洲가 「通詞」의 부족을 통감하여 「韓語司」의 설립을 對馬 藩主에게 건의하였고, 1727년에 「韓語司」의 설립을 보게 하였다(松原, 1997). 이것이 아마도 최초의 한국어 교육 기관의 설립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交隣需知」와 「隣語大方」 등은 이때 저술된 조선어 학습서이다. 중국에서는 宋나라 孫穆이 「鷄林類事」를 짓고, 明나라 때 「朝鮮館譯語」가 간행되어 각각 고려어와 조선어 학습의 계기가 마련된 바 있다.

 

그러나 그 뒤 한국어 교육의 발전은 별로 볼 수 없었고, 근자에 들어서 체계적으로, 또한 널리 확산되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국력이 신장되고 경제적으로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는 1922년까지만 하여도 조선어과가 설치된 대학이 5개밖에 안 되었는데, 오늘날은 4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의 경우는 韓日 국교정상화가 되던 1960년대에 한국어 강좌를 개설한 대학이 5개에 불과하였는데, 오늘날 65개교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밖에 호주와 미국의 대학 입시제도인 HSC(High School Certificate)와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II에 각각 한국어가 선택과목으로 채택됨으로 이들 나라에서는 초·중등학교에까지 한국어가 정식 선택과목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오늘날 약 50개국에서 한국어가 가르쳐지고 있으며, 대학 및 연구기관만 하여도 약 300개 기관에서 한국어가 가르쳐지고 있다. 한국어는 이제 세계적인 학습 대상이 되어 있다.

 

한국어 교육은 이러한 역사를 지닌다. 그러나 본격적인 교육이 꾀해진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이렇다할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형편이다. 국가적 수준의 교육과정도 만들어져 있지 않으며, 교재 또한 부실한 편이다. 거기에다 한국어 교육을 담당할 교사를 양성하는 제도권 안의 교육기관이 없다. 한국어 교육을 위한 이렇다할 교수법도 개발되어 있지 못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 한국어 능력시험이 실시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한국어 교육은 이제 옴치고 뛰어야 한다. 법적 제도적으로 틀을 다잡아야 하겠고,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여 혁신적인 발전을 꾀해야 하겠다. 오늘날 한국어는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고, 한국어 교육은 민간 외교·문화 사절을 양성하는 것이요,  외국에 우리의 자원 인사를 파견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한국어 교육의 과제를 살펴 발전을 모색하고, 나아가 그 전망을 하여 보기로 한다. 고찰의 대상은 학습자료, 학습지도의 방법, 교육과정, 교육평가, 교사 양성 등으로 하기로 한다.

 

2. 한국어 교육의 과제


2. 1. 학습 자료


학습자료는 중핵적 자료와 보조자료로 나누어진다. 중핵적 자료란 물론 교과서를 의미한다. 교과서는 교육과정(敎育課程)을 충실히 반영한 하나의 자료로, 흔히 학습지도는 이에 따라 꾀해진다. 그러나 학습이 이 중핵적 자료에 의해서만 꾀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보충하는 보조자료에 의해서도 꾀해진다.

 

한국어 학습자료는 앞에서 가볍게 언급한 바와 같이 만족스러운 것이 못 된다. 게다가 양적으로 충분하지도 못하다. 학습자의 언어의 특질을 고려해 언어권에 따라 교재가 달리 만들어져 있지 않고, 표준형이 만들어져 두루 쓰인다.대조언어학은 외국어 교육의 좋은 조언자인 것이다. 그리고 교재는 사용될 지역의 사회 문화적인 배경도 고려하여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어 교육에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에 좋은 학습자료의 개발을 위해 유의할 점과 함께 한국어 교재의 실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다양한 학습자료를 개발하여야 한다.

 

중핵적 자료와 함께 각종 보조자료가 개발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는 중핵적 자료조차 제대로 개발하여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대부분이 아주 부실한 편이고, 양적으로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교육은 교사와 함께 교재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좋은 교재를 개발하여야 하겠고, 개발의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겠다. 보조자료는 문자 자료 외에는 별로 보기조차 힘든 형편이다. 문자자료도 독본과 회화의 두 종류로 되어 있는 것이 고작이다. 다양한 자율학습 교재가 마련되고 보충자료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각종 시청각 자료도 만들어져야 한다. 중핵적 자료에는 교사용 지침서가 붙어 있어야 한다.

 

둘째, 학습자의 언어를 고려한 학습자료가 개발되어야 한다.

 

대조언어학이 외국어 교육의 전부는 아니지만 대조언어학적인 연구는 외국어 교육에 좋은 조언자임에는 틀림없다. 학습자의 모어와 목표언어의 비교는 한결 학습을 수월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학습자의 언어를 중심한 각종 교재개발을 함이 바람직하다.

 

셋째, 학습 내용을 체계적으로 배열하여야 한다.

 

교육과정이 제정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학습 내용을 배열하여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학습 목표가 고려되어야 하고, 학습자의 발달 단계가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어휘 문장의 난이도를 고려하여야 한다.

 

단계에 따라 난이도가 적절한 어휘, 문장이 선정되어야 한다. 이는 물론 교육과정에 의하여야 하나, 교육과정이 구안되지 않은 한국어 교육의 경우 한국어 능력시험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어휘빈도 조사를 하여 기본어휘도 작정하여야 한다.

 

다섯째, 학습동기 및 목적에 부합되는 학습자료를 개발하여야 한다.

 

과정 설계(Course design)에 따라 학습자의 학습동기 내지 학습목적에 부합하는 교재가 마련되어야 한다. 진학 취업, 여행, 취미생활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다양한 교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여섯째, 교수법을 고려한 학습자료가 개발되어야 한다.

 

이는 우선 학습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학교 교육과 사이버 공간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전통적 교수법이냐, 새로운 교수법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L법(Audio-lingual Approach)에 의한 교재인가, 커뮤니커티브 어프로치(Communicative Approach)에 의한 교재인가에 따라 교재 구성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국내의 교재들은 대부분 A-L법을 염두에 두고 편찬한 것이라 하겠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 손호민 교수 등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것은 퍼포먼스 위주의 교수법(Performanced-based Foreign Language Instruction)에 근거한 것이다. 

 

교재는 학습자의 학습 내용과 학습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이는 관점 반영의 기능, 내용 제공 및 재해석의 기능, 교수·학습 자료의 제공 기능, 교수·학습 방법의 제시 기능, 학습 동기의 유발 기능, 연습을 통한 기능 정착의 기능, 평가 자료의 제공 기능 등을 지닌다 (노명완, 1998) 따라서 좋은 교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교재에는 학습목표가 설정되고, 학습 내용이 선정 조직되며, 학습 경험의 과정과 평가가 담겨야 한다. 이러한 교재는 독본식이거나, 단원식 체재를 취하는데, 단원은 통합단원, 영역별 단원, 절충식 단원 가운데 어느 하나를 택하게 된다. 단원을 구성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한국교육개발원, 1979)


  ① 단원의 학습 목표 제시

  ② 학습할 개념적 요소의 제시

  ③ 내용과 관련된 자료의 제시

  ④ 실험·관찰·조사를 통한 발견·탐구 혹은 표현·감상·실습 등 활동 방법 제시

  ⑤ 학습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나 방법의 제시

  ⑥ 학습한 내용의 결과를 적용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제시


한국어 교재는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하여 볼 때 대부분이 함량 미달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재들 가운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서 개발한 교재들은 그런 대로 애써 제작한 흔적이 보인다. 이들 기관의 교재는 독본 교재와 회화 교재로 나뉘는데, 두 교재들 사이에는 체재나 내용면에서 별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독본을 중심으로 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학습 목표, 학습 활동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둘째, 체재는 독본식과 단원식 편제에, 통합단원 형식으로 기울어져 있다. 보다 바람직한 것은 통합단원이다.

 

셋째, 제재의 구성은 대체로 본문-어휘- 문법-연습으로 되어 있다. 연세대의 교재는 “문화해설”과 “이야기해 봅시다”를 설정해 독창적이다. 

 

넷째, 학습 내용은 필요(needs)와 상황이 고려된 다양한 것이다. 이러한 점은 바람직한 것이다.

 

다섯째, 문어보다 구어 위주로 편찬되었다. 외국어의 학습은 문어보다 구어를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섯째, 그림을 곁들여 편찬되기도 하였다. 고려대학교본과 서울대학교본에는 그림이 곁들여 있다. 이는 외국어 학습을 한결 부드럽고 편안하게 해 주는 것으로 바람직한 편찬 태도다.

 

이렇듯 이들 교재는 A-L법 위주의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재는 교수법과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으므로 새로 편찬할 때는 이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외국어 학습에는 모국어의 간섭이 심하므로, 모국어에 따라 다른 교재가 개발되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모국어의 특성에 따른 교재가 개발되지 못하고, 표준형만이 개발되어 쓰이고 있는데, 대조언어학을 바탕으로 한 개별적인 것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학습자의 욕구가 감안된 다양한 교재가 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 부언할 것은 한국어 학습 교재로서 CD ROM을 개발, 이를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미국, 호주에서 개발된 것이 있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에서 일본어권의 교재가 개발된 것이 있다. 젊은 세대를 네티즌이라고 하거니와, 컴퓨터가 그들의 친구가 되고 있다. 따라서 CD ROM은 좋은 학습 자료가 될 것이다. 더구나 이는 외국과 같이 학습자가 산재해 있는 지역에서 그 효과를 드러낼 것이며, 주입식 교육 아닌, 상호작용에 의한 완전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2. 2. 교수·학습의 방법


국어교육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천양지판으로 다른 것이다. 국어교육은 이미 우리말을 아는 사람에게 우리말을 올바로 사용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우리말을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한국어 교육은 국어교육과 다른 이러한 학습상의 차이부터 알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국어의 학습지도법, 말을 바꾸면 외국어 교수법은 이미 많이 개발되어 있다. 따라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지도할 때에는 이러한 지도법을 활용하거나, 따로 한국어 교육을 위한 적절한 교수법을 연구 개발하여 사용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통적인 외국어 교수법으로는 문법-번역법이 있었다. 이는문법을 습득하고, 문장을 번역하는 학습이 중심을 이루는 것이다. 이 교수법은 19세기 중반 말하는 교육의 필요에 의해 비판을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때에 새로 개발된 것이 자연법(自然法)이다. 이는 20세기에 들어와 개발된 직접법(直接法)의 기초가 되었다. 직접법은 20세기 전반에 구미에서 번창하였다. 1920년대 후반에는 직접법과 문법중심의 교수법을 병합한 방법이 외국어 교육의 주류를 이루었다. 1940-60년대에는 구조주의 언어학 및 행동주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외국어 교수법이 개발되었다. 이것이 외국어 학습이란 새로운 습관의 형성이라 보고, 의미보다 문장의 구조를 중시하고 구두 연습과 문형연습을 강조한 이른바 A-L법(Audio-lingual approach)이란 것이다. 1960-70년대에는 생성문법 이론자들에 의해 A-L법이 비판을 받게 되었고, 1970년대 이후에는 새로운 교수법과 커뮤니커티브 어프로치(C0mmunicative Approach)가 제창되었다. 이때 「새로운 교수법(non-conventional)」이라 일러지는 교수법으로는 전신반응법(Total Physical Response), 침묵법(Silent Way), 공동사회 언어 학습법(Community Language Learning), 암시법(Suggestopedia), 자연법(The Natural Approach) 등이 있다. 이밖에 의사소통 능력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협의의 의사소통법(Communicative Approach)이 강조된다.

 

이러한 외국어 교수법은 한국어의 특성을 고려해 교육에 적절히 원용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를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은 비슷하다. 그것은 교수법에 관심을 가진 교사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문법-번역법이거나,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A-L법에 주로 의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 그 가운데도 하와이 대학 등에서는 퍼포먼스 위주의 새로운 교수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앞에서 교재를 살펴본 국내 세 대학 연수 기관의 교수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경향을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지 않는다.

 

다양하게 변화 있는 교수법을 활용하여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둘째, 직접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학습의 목적이 우선 구어에 의한 의사소통에 있다고 볼 때 당연한 것이다. 거기에다 학습자들을 모국어별로 분반하여 교육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초급에서는 절충법을 쓰기도 한다.

 

셋째, A-L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대학에 와 수강하고 있는 성인에게는 이 방법이 다른 방법에 비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학습자들은 이미 모국어의 문법 교육을 받은 바 있어 목적언어를 모어와 비교 대조함으로 학습효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형의 반복 연습을 통하여 습관형성을 하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반복 연습은 적정한 수준을 유지할 때에만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ve competense)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넷째, 새로운 교수법(non-conventional)이 별로 활용되지 않는다.

 

앞에서 제시한 소위 「새로운 교수법」은 별반 활용되고 있지 않다. 새로운 교수법은 학습단계와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될 수 있다. 한국어 교육에는 이러한 교수법을 적절히 도입하여 활용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밖에 학습지도 현실을 보면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

 

첫째, 구두 반복연습이 주류를 이룬다.

 

학습지도의 과정은 대체로 범독- 따라 읽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문법 설명, 다시 반복해 읽기, 그리고 연습 문제로 들어간다. 연습문제는 과제로서 처리되기도 한다. 학습지도가 이러한 과정을 밟고 있으므로 구두 반복연습이 주류를 이룬다.

 

둘째, 초급 단계에서는 구어에, 중고급 단계에서는 읽기 쓰기에 중점을 둔다.

 

초기 단계에는 A-L법을 써 반복 훈련을 주로하고, 그 다음 단계에 읽기, 쓰기와 같은 문어 지도를 한다. 한국 문화에 대한 지도는 고급 단계에서 해 한국어다운 한국어를 할 수 있게 한다.

 

셋째, 중핵적 학습 자료 외에 비디오나, 녹음 자료 등을 활용한다.

 

고급 과정에서는 교과서 외에 비디오나, 녹음 자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때는 자유롭게 발표도 하고 토론도 한다. 교재의 학습량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다양한 학습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넷째, 학습환경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

 

대학의 연수기관은 어학실습실 등 교육 시설이나, 지도 교사의 질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어학실습실은 활용도가 높지 않으며, 교사 가운데는 자질이 부족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일러진다.

 

이상 교수·학습의 방법을 살펴보았거니와 한국어 교육에서는 편향된 교수법을 취할 것이 아니라, 학습자나 학습 단계를 고려하여 다양한 교수법을 시도함으로 교수·학습에 변화를 주도록 하여야 하겠다. 특히 A-L법은 기계적인 반복을 하므로 학습이 단조해지고, 학습 의욕을 잃게 한다. 그리고 기계적인 연습이 잘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커뮤니케이션에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점을 지닌다. 이러한 단점은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중핵적 자료만이 아닌 다양한 학습자료를 통해 학습지도가 꾀해지도록 하여야 한다.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시청각 자료를 통한 학습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2. 3. 교육과정


교육과정이란 전통적으로 「단위 과정에서 이수해야 할 내용의 목록」을 의미한다. 국가 수준의 한국어 교육과정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교육과정은 물론 학습 과정, 학습 대상, 학습 목표 등에 따라 달리 구안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국가 수준의 보편적인 한국어 교육의 교육과정은 이러한 변인 위에 놓인 것이라 하겠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한국어 능력시험의 기준 및 각 교육기관의 교육과정 구안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주게 된다.

 

한국어 교육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구안할 것인가? 과정 설계(course design)에 있어 체계적 교육과정의 설계는 욕구 분석, 대상, 시험, 자료, 교수, 평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이렇게 구안할 수는 없는 일이다. Bachman은 언어 평가(Language testing)의 목적을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보고, 이 능력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Bachman, 1990).


  1) 언어 능력(language competence)

 

   (1) 조직 능력(organizational competence)

     ① 문법적 능력(grammatical competence)

     ② 문맥적 능력(textual competence)

 

   (2) 화용적 능력(pragmatic competence)

     ① 발화수반 능력(illocutionary competence)

     ② 사회언어학적 능력(sociolinguistic competence)

 

  2) 전략적 능력(strategic competence)

     (1) 판단(assesment component)

     (2) 계획(planning component)

     (3) 실행(execution component)

 

  3) 심리생리학적 기제(psychophysiological mechanism) 


한국어 교육의 목표도 의사전달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의 신장에 있으므로, Bachman의 이론에 따라 교육과정을 구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보다 손쉬운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첫째 한국어 능력시험, 둘째 외국어 능력시험, 셋째 외국어과 교육과정을 참고하여 작성하는 방법이다. 여기서는 한국어 능력시험을 중심으로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교육과정과 평가는 상호간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말하면 아무래도 교육과정이 우선 제정되어 있어야 하고, 평가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아직 교육과정이 제정되지 않았는데 능력시험부터 치르고 있으니 순서가 바뀐 것이다.

 

한국어 능력시험은 1997년부터 실시되었다. 이는 점수제 아닌, 등급제로 되어 있으며, 초급(1,2급), 중급(3,4급), 고급(5,6급)으로 대별된다. 평가 영역은 언어의 4기능과 어휘 및 문법으로 되어 있으나, 말하기는 시행에 어려움이 있어 아직 실시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평가의 영역은 수용될 수 있는 것이긴 하나 좀더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 그것은 언어교육의 평가 영역은 일반적으로 언어의 기능과 언어 지식 및 문학이 들려지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이중언어, 또는 제2언어 사용자가 되기 위하여는 언어와 함께 그 문화를 학습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어 능력시험에는 등급별로 「인정 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인정 기준」은 교육과정의 내용 설정에 좋은 참고가 된다. 이들 「인정 기준」은 그대로 학습 내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능력시험」의 「인정 기준」은 「사회문화적인 요구」와 「언어 능력」의 둘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언어능력」은 다시 「기본 학습목표」와 「어휘」, 「문장」, 「발음」으로 나뉜다. 이러한 「인정 기준」은 물론 검증된 것은 아니나 전문가의 검토 끝에 작성된 것이므로 어느 정도 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 능력」은 기본 학습 목표를 제시하고, 어휘, 문장, 발음면에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기본 학습목표」에서 언어의 기능에 대한 목표를 제시하고, 「어휘」, 「문장」, 「발음」에서 한국어의 지식 체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기준으로서 간략하게 제시해 놓은 것이어 충실한 것은 못 된다. 따라서 교육과정에서는 이로써그러나 교수요목과 교수·학습 단계를 가늠하고 확장해야 한다. 이러한 「인정 기준」은 한국어만이 아니라, 외국어의 그것도 아울러 참고할 때 좀더 나은 교육과정을 성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어 능력시험의 「인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1급 : 고도의 문법·한자(2000자 정도)·어휘(10,000어 정도)를 습득하고, 사회생 활을 하는 데 필요하는 데 필요한 동시에, 대학에서의 학습· 연구의 기초로서도 기여할 종합적 일본어 능력 (일본어를 900시간 정도 학습한 수준)

 

2급 : 약간 고도의 문법·한자(1000자 정도)·어휘(6000어 정도)를 습득하고, 일반적인 사실에 대해 회화가 가능하고, 읽기 쓰기를 할 있는 능력(일본어를 600시간 정도 학습하고, 중급 일본어 과정을 수료한 수준)

 

3급 : 기본적인 문법·한자(300자 정도)·어휘(1,500어 정도)를 습득하고, 일상생활에 기여할 회화가 가능하고, 간단한 문장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일본어를 300시간 정도 학습하고, 초급 일본어 과정을 수료한 수준)

 

4급 : 초보적 문법·한자(100자 정도)· 어휘(800어 정도)를 습득하고, 간단한 회화가 되고, 평이한 문장, 또는 짧은 문장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일본어를 150시간 정도 학습하고, 초급 일본어 과정 전반(前半)을 수료한 수준)


일본어 능력시험의 「인정 기준」은 세 가지 측면에서 규정되어 있다. 그것은 첫째, 문법·한자·어휘의 습득 정도, 둘째 일상에서의 일본어 능력의 정도, 셋째 학습 시간의 정도가 그것이다. 이는 「한국어 능력시험」의 「인정 기준」과 비교할 때 몇 가지 다른 점을 보여 준다. 그것은 문법면의 기준이 모호하고, 어휘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발음면의 기준이 거의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어 능력시험에서는 어휘 교육에 대한 기준을 특히 참고할 수 있다. 일본어 능력시험이 제시한 어휘수는 한국어 능력시험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말을 바꾸면 한국어 능력시험이 많은 어휘량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교육부의 외국어과 교육과정의 어휘수와 비교해 보아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한국어 교육과정에서는 이를 검토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를 위하여는 또 영어과 교육과정을 참고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 제정한 제7차 교육과정은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과 「고등학교 선택 중심 교육과정」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영어과 교육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른다. 아울러, 외국 문화를 올바르게 수용하여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고, 외국에 소개할 수 있는 바탕을 이룬다.

 

가. 영어에 흥미와 자신감을 가지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기른다. 

나. 일상생활과 일반적인 화제에 관해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한다.

다. 외국의 다양한 정보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라. 외국문화를 이해함으로써 우리 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기른다.


영어의 경우는 한국어와는 달리 영어라는 특수성보다 외국어를 대표하는 언어로서의 교육 목표가 제시되어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의 경우도 이와 같은 정신에서 교육과정에 교육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은 크게 「내용 체계」와 「학년/단계별 성취 기준」으로 나뉘었다. 여기 「내용 체계」가 우리의 교육과정 구안에 크게 참고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내용 체계」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언어의 기능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언어의 4기능을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함양시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의사소통 활동」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제시되어 있다.

  

  (2) 의사소통 활동

 

  . 의사소통 활동은 음성언어 활동과 문자언어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영역

내     용

음성언어활동

. 음성언어 활동을 위해서는 [별표2]의 「의사소통 기능과 예시문」에 제시된 항목 참고

. 「의사소통 기능과 예시문」 중 학년/단계별 성취 기준을 달성하기에 적절한 것을 선택해서 사용                    

문자언어활동

. 문자언어 활동을 위해서는 [별표2]에 제시된 항목과 함께 [별표4]의 「의사소통에 필요한 언어 형식」에 제시된 항목 참고


  (3) 언어 재료

 

  . 자연스러운 언어활동을 위하여 아래의 소재, 문화, 언어, 어휘, 단일 문장의 길이를 참고한다.


국가 수준의 한국어 교육과정은 아직 아무 데서도 구안해 보려는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 능력시험이 꾀해지고 있고, 호주의 HSC, 미국의 SATII에 한국어가 선택과목으로 들어가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한국어 교육의 표준 교육과정은 하루 빨리 편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교재가 제작되고, 평가가 이루어져 한국어 교육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이상 한국어 교육과정 구성을 위한 논의를 하였다. 이는 역순이긴 하나 「한국어 능력시험」의 기준을 참고로 교육과정을 구안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 때 외국의 능력시험, 교육부의 영어 교육과정, 국어과 교육과정을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소견도 아울러 밝혔다. 특히 일본어 능력시험의 어휘 규정, 영어교육과정의 「의사소통 기능과 예시문」, 「기본 어휘표」 등은 한국어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활용되어야 할 귀중한 자료라는 것도 인식하여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과정을 위한 기본어휘 조사 등 사전 조사 연구가 시급히 꾀해져야 한다.

 

한국어 일반의 국가적인 수준의 교육과정이 아닌 각종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은 국가적 수준의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습 목표, 학습자, 학습 단계 등에 따라 적의 구안하여야 한다. 이는 코스 디자인의 과정에서 수행되어야 할 일이다. 이러한 예로는 서울대학교 어학연구소의 「한국어반 교육과정」을 볼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체재로 구성되어 있다.

 

I. 총목표  II.급별 목표  III. 기능별 목표- 1.듣기, 2.말하기, 3.읽기, 4.쓰기  IV. 교육 내용- 1.문법 사항 2.어휘 3.기능, 주제 및 상황

국내의 한국어 교육 기관은 영세한 것이 많다. 소수 그룹을 지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에 코스 디자인부터 교사가 전부 맡아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 교사는 교육과정 구안법도 잘 알아 두어야 하겠다.

 

교육과정 외에 실러버스의 문제도 있다. 실러버스에는 구조적 실러버스, 기능적(機能的) 실러버스, 장면 실러버스, 화제(話題) 실러버스, 기능(技能) 실러버스, 과제(課題) 실러버스와 같은 것이있다. 한국어 교육에는 흔히 구조적 실러버스와 기능(技能) 실러버스가 많이 활용된다. 학습자의 필요성이 다양해지고 있는 오늘날이고 보면 하나의 실러버스로 한정짓지 말고, 각 실러버스의 장점을 수용하여, 필요하다면 두세 개의 실러버스를 조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러버스의 선택에 따라 교수법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코스 디자인을 할 때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2. 4. 교육 평가


평가는 흔히 학습 평가와 수업 평가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학습평가만이 평가의 전부인 양 의식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평가는 학습자에 관한 것이라는 미시적 관점에 사로잡혀 교재·교수법·교육과정 등 프로그램의 평가라는 거시적 관점이 도외시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도 이러한 평가의 타성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좀더 바람직한 교수·학습을 위해서는 미시적 평가만이 아니라 수업평가와 거시적 평가도 아울러 수행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어의 학습 목표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communicative competance)을 기르는 데 있다. 물론 학습 단계에 따라 그 목표는 달라진다. 학습평가의 목표는 이러한 교육 목표가 된다. 평가의 방법은 관찰법, 질문지법·면접법, 사례연구법, 테스트법 등이 있다. 한국어 교육에서 주로 활용되는 것은 이 가운데 테스트법이다.

 

테스트는 평가의 한 구체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테스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나, 크게 집단준거 테스트(norm-referenced test, NRT)와 목표준거 테스트 (criterion-referenced test, CRT)의 둘로 나뉜다. 집단준거 테스트는 기준준거 테스트라고도 하는 것으로 개인의 상대적 차이를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능력시험(proficiency test), 배치시험(placement test)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대해 목표준거 테스트는 도달기준준거 테스트라고도 하는 것으로 수험자가 도달 목표의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를 분명히 하고, 개인내의 신장을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학력시험(achievement test), 총괄시험(diagnostic test)이 여기에 속한다.

 

테스트를 할 때에는

① 사용 목적,

②측정 내용,

③ 측정 기능(技能),

④ 출제 형식과 채점 방법,

⑤ 실시 방법,

⑥ 결과의 해석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형식을 선택하여야 한다.

 

한국어 교육에서는 진단평가나 형성평가가 제대로 꾀해지지 않고, 총괄평가만이 중시되는 것으로 보인다. 학습자의 학습 상황을 파악하여 교수활동 및 학습활동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형성평가가 중시되어야 한다. 이때 종합력 테스트와 함께 요소별 테스트도 꾀해져야 한다. 그래야 학습자의 학습 실태를 좀더 잘 파악할 수 있다. 흔히 빈칸채우기라 일러지는 클로즈법(Cloze procedure)은 언어의 종합력을 테스트하는 좋은 평가법이라 일러진다. 다지선택식, 단답 쓰기, 글짓기 등 다양한 방법이 하나의 테스트에 종합된 백화점식 종합력 테스트 일변도의 테스트는 지양되어야 한다. 테스트를 실시할 때는 학습 내용과 관계가 없는 능력시험과 학습 성취도를 시험하는 학력시험을 구별하여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학습 능력이 제대로 평가된다.

 

구두발표력 테스트는 발음 테스트, 응답 테스트, 회화 테스트, 스피치 테스트 요약 테스트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때 형성평가를 할 경우에는 항목별 채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해력(聽解力) 테스트는 다른 기능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문자 사용을 자제하여야 한다. 다지선택식의 경우 주변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모든 선택지에 OX 표기를 하는 것이 좋다.

 

문자·어휘력 테스트의 경우 한글은 청해력과, 한자는 어휘력과 관련시켜 다룬다. 한자계와 비한자계 학습자를 의식하여 발문을 달리 하여야 한다. 어휘량(어형, 어의), 조어, 단어의 문법적 기능, 관용어, 단어의 출자(出自) 등이 평가 대상이 된다.

 

문법력 테스트는 어미, 조사, 자타동사, 문형, 대우법, 성분의 호응, 구문 등이 대상이 된다. 이 때 대조언어학적 입장에서 평가를 수행함이 효과적이다. 화용(話用)에 관해서도 마땅히 테스트해야 한다.

 

독해력 테스트는 종합력 테스트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이는 내용 이해에 중점을 두느냐, 구문 이해에 중점을 두느냐로 나뉜다. 테스트의 방법으로는 다지선택식, 문답식, 문장 조합하기, 뒤섞인 문장·문절 바로잡기, 클로즈법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작문력 테스트는 이해 아닌 사용력을 측정하는 경우 객관적 방법이 아닌, 글을 지어 보게 하는 주관식 방법을 써야 한다. 작문력을 시험하기 위해서는 통상 단문을 씌운다. 한 편의 글은 숙제로 부과하기보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씌우는 것이 좋다. 글쓰기는 자유제(自由題)의 글도 좋으나, 지침(guide line)을 주고 씌우는 테스트가 객관성을 지녀 좋다. 글쓰기의 경우도 평가항목을 설정해 놓고, 단계를 정해 평가하는 것이 주관을 배제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

 

종합력 테스트는 독해 테스트, 받아쓰기, 타스크형 테스트, 대면 테스트 등에 의해 꾀할 수 있다.   

 

평가에는 학습평가와 수업평가 외에 과정 설계(course design) 단계에서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거시적 관점의 평가도 있다. 이 때의 평가 대상은 교재, 교수법, 교육과정, 교사의 자질 등이 된다. 이는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수업 시간 중에 교사가 행하는 모든 지도 활동을 평가하는 수업평가는 학습평가와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학습평가는 학습자의 학습활동이 학습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였는가를 평가하는 것인데 반해, 수업평가는 이러한 학습 효과가 최대한으로 드러나게 교사의 지도 활동이 수행되고 있는가를 평가한다. 그런데 이 평가가 학습평가의 그늘에 가려 잘 의식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한국어 교육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게 된다.

 

수업평가는 수업 과정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이는 계획 평가, 전개 평가, 결과 평가의 세 단계로 나누어 꾀할 수 있다.

 

수업 계획의 평가는 학습지도안을 중심한 평가를 한다.

 

수업 전개의 과정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꾀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 가운데 하나가 교사의 활동을 중심하여 몇 개의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① 교재 제시의 적부 평가

② 교사의 태도와 학습 집단 구성상의 평가

③ 학습 형태와 학습 집단 구성상의 평가

④ 학습자의 활동 평가가 그것이다.

 

학습 결과의 평가 과정은 학습지도를 마무리하는 것이며, 나아가 다음 학습의 단서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학습 결과에 대한 평가는 학습 능력의 평가가 위주가 되나 이와 관련되는 학습지도에 대한 평가 또한 소홀히 하여서는 안 된다. 그래야 지도 개선이 제대로 꾀해진다.

 

한국어 교육의 평가는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많은 문제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한국어 교육의 발전을 위해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학습평가는 우선 총괄적 평가 위주의 평가 방법이 지양되어야 한다. 진단 평가, 형성 평가가 비중을 갖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평가는 테스트 중심의 일방적, 또는 편향적 경향을 탈피하여, 다양한 방법을 적절히 선택하여 수행하도록 한다. 미시적 관점의 수업 평가도 그 중요성이 인식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계속적으로 학습지도의 개선이 꾀해지도록 하여야 한다. 평가에 대한 인식 개혁과 평가 방법에 대한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어 교육의 발전은 기약할 수 없을 것이고,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게 된다.


2. 5. 교사 양성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교사의 자질이 교육의 성패를 가늠한다는 말이다. 이렇듯 교사의 자질은 교육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어 교사는 유능한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어 교사의 자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 가운데는 비전공자가 있어 문제가 많다.

 

유능한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양성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한국어 교육을 담당할 교육자를 양성하는 기구가 제도권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그것은 이들을 양성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상의 밑그림조차 그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어가 국제화하면서 곳곳에서 한국어 교사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유능한 교사를 양성해 낼 수 있는 기관의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기관 설치가 어렵다면 자격시험 제도라도 마련하여 우선 대처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일본어 교사 자격 시험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여기의 출제 범위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1-1 일본어의 구조에 관한 체계적 구체적 지식

     일본어학개론, 음성, 어휘·의미, 문법·문체, 문자·표기

 

  1-2 기타 일본어에 관한 지식

     언어생활, 일본어사

 

  2 일본사정(고전과 문예를 포함)

 

  3 언어학적 지식·능력

     언어학개론, 사회언어학, 대조언어학, 일본어학사·일본어교육사

 

  4 일본어의 교수에 관한 지식·능력

     교수법, 교육교재·교구론, 평가법, 실습


이들 출제 범위가 가르쳐 주듯 외국어를 가르치는 교원은 특정 언어에 대한 지식, 언어학에 대한 지식, 자국의 사정, 외국어 교수법에 관한 지식을 갖추어 있어야 한다. 1년 과정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지도자과정」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교과목을 작정하고, 여기에 참관 및 실습을 추가하여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교과목은 다음과 같다.


  I. 한국어의 구조에 대한 지식

    한국어 음운론, 한국어 어휘론, 한국어 문법론, 한국어의 역사, 한국의 언어생활, 표준어와 정서법

 

  II. 언어학적 지식 능력

    언어학개론, 사회언어학, 대조언어학

 

  III. 한국사정

    한국의 역사, 한국의 지리, 한국의 문화, 한국의 고전문학, 한국의 현대문학

  IV. 한국어 교수에 관한 지식

    한국어 교육개론, 한국어교수법(1), 한국어교수법(2), 한국어 교재 교구론, 한국어 교육 평가, 한국어 교육과정, 한국어 교육 실습론, 외국어 교수법

 

  V. 참관·실습·해외 연수

    국내 한국어 교육기관 참관 및 연수, 국외 한국어 교육기관 참관 및 연수, 교육실습


1개월 과정인 한양대학교 한국어교사 양성과정도 이와 대동소이한 교과목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교과목은 다음과 같다.


한국어학개론, 한국어음운론, 한국어 문법론, 한국문화론,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수법, 쓰기·읽기 지도법, 말하기·듣기 지도법,한국어 교재 개발, 언어수행능력 평가, 다매체를 통한 한국어 교육, 어휘·문형 제시법, 한국어의 화용론적 사회언어학적 특징


연세대학의 경우는 원론보다는 각론에 치중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교육의 질은 교사가 좌우한다. 따라서 법적, 제도적인 교육 기관을 설치 운영하여 유능한 교사를 양성하도록 하여야 하겠다. 그래서 도처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자격 있는 교사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격있는 교사는 반드시 소정의 과정에 의하는 것만이 아니고, 일본의 경우처럼 자격시험을 치러 발굴하는 방법도 아울러 취하여야 하겠다. 이 때 자격시험은 일본의 경우처럼 한국어의 구조와 언어학의 지식, 한국의 사정, 한국어 교수법을 근간으로 하여 평가하도록 할 일이다.


3. 전망


한국어 교육은 20세기 후반에 와서 각광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은 아직 초창기의 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도처에서 한국어를 학습하겠다는 열기가 뜨겁고, 열의 있는 교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젊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가 활발히 꾀해지고 있으니 한국어 교육의 전망은 밝다고 하겠다.

 

그러나 아직도 국어교육과 한국어 교육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국민과 위정 당국자들로 말미암아 한국어 교육은 가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 한국어 교육은 약간의 수출을 하여 다소의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한국어 교육을 받은 외국인은 민간 외교·문화 사절이요,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의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실용을 위해 한국어 공용어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언제 우리가 그 많은 나라의 말을 가르쳐 각 나라에 외교·문화 사절을 보낼 수 있으며, 자원 인사를 파견할 수 있겠는가? 이는 한국어 교육을 함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정책적인 차원에서 한국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여야 한다. 투자를 하면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투자한 것보다 몇 배 몇십 배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우리 정부는 그 동안 산업발전에 몰두하느라고 그간 인문과학에 소홀하였다. 이제는 인문학, 그 가운데도 우리의 언어, 문화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새 천년에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고, 한국어 교육도 따라서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한 언어가 외국어로서 학습되는 것은 그 나라의 국력과 직결된다. 우리는 IMF를 거뜬히 극복한 저력있는 민족이다. 따라서 새 천년에는 유수한 국가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자연히 한국어 교육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 교육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새 천년에는 한국어 교육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새 천년에는 우리의 저력이 우리 나라를 유수한 국가로 부상시킬 것이다. 따라서 각국에서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학습하고자 할 것이다. 특히 교육부 소속의 교육원, 문광부 소속의 문화원이 확충될 것이며, 여기서 한국어가 교수·학습 사업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둘째, 주요 언어에 따른 학습자료가 개발될 것이다.

 

학습자료의 개발에는 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이 든다. 더구나 특정한 나라의 표준형의 교재를 만들어 많은 양을 보급한다고 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일은 정부 차원에서 하거나, 산학협동의 차원에서 기업의 지원을 받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새 천년에는 이런 분위기 성숙될 것이다.

 

셋째, 교수·학습의 방법은 다양한 방법이 활용될 것이고, 특히 다매체에 의한 교육이 꾀해질 것이다.

 

전에는 학습자료라면 서책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 뒤 녹음기와 비디오테이프가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늘날은 컴퓨터를 중심한 가상세계가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매체에 의한 교육이 꾀해질 것이다.

 

넷째, 국가적 수준의 교육과정이 구안될 것이다.

 

국가적 수준의 교육과정은 한국어의 세게적 통일, 평가의 기준 마련, 각종 한국어 교육 기관의 교수·학습의 기준을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 불가결한 것이다. 따라서 새 천년에 들어서는 이 것이 제정될 것이다.

 

다섯째, 한국어 능력 시험 등 각종 평가가 제대로 수행될 것이다.

 

현재의 한국어 능력평가의 기준은 성급히 만든 것에 비해 잘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는 다소간에 수정을 거쳐 정비될 것이다. 이렇게 됨으로 한국어 능력시험은 권위를 지니게 될 것이고, 각종 평가도 교육과정의 제정으로 평가가 제 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다.    

 

여섯째, 자질 있는 교사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받아 한국어 교사 양성 기관이 설립될 것이고, 여기서 유능한 교사가 양산되어 각국에 파견되게 될 것이다. 한국어교사 자격시험도 시행되어 유능한 사람이 소정의 교육을 받지 않고도 고사에 의해 발탁됨으로 한국어 교육을 더욱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참 고 문 헌


박갑수(1995), 국제화시대의 한국의 국어교육, 세계의 언어교육·일본의 국어교육, 일본 국립국어연구소

-----(1995), 한국어 국제화의 의미와 과제, 한국어 국제화학술대회 논문집, 한국어국제화 추진협의회

-----(1996), 한국어 국제화의 현황과 과제, 해외 한민족과 차세대, SATII 한국어 진흥재단

-----(1996), 한국어 능력시험의 방안, KBS 한국어연구논문, KBS 한국어연구회

-----(1998),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한국어 교육연구 1,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지도자과정

-----(1998),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 문화적 배경, 선청어문 26,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1998),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평가, 이중언어학 15, 이중언어학회

-----(1999), 한국어 교육의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 SATII 한국어 진흥재단 학술회의

-----(1999), 언어와 문화: 남고 북 그리고 세계속의 한국어 교육, 연변 과학기술대학 초청강연

Ho-min Sohn(1997), Priciples of performance-based foreign languge instruction, 한국어 교육 자료선집 1

Joe Jungno Ree(1998), Korean as a second language : How should it be taught?, 해외한민족과 차세대, 계명대학교·SATII 한국어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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