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교의 준비
최근 미전도 종족 선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 근거로, 중국 미전도 종족 선교의 한 방법론인 이주선교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음을 들 수 있다. 금번에 졸고를 이곳에 싣게 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주선교는 하루아침에 시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중국 내에서 중국인 전도자들이 이주하여 사역하는 것이지만 그들은 엄연히 타 언어권, 타 문화권으로 가서 교회를 개척하는 선교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주선교를 하기 위해 어떤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하는가?한국선교사가 중국 내 미전도 종족을 대상으로 하는 이주선교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대표적인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한다.
목표 중심적 접근과 조사
지난 호에서 중국교회가 이주선교를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으나 미전도 종족지역 내에서 교회를 세우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중국교회 이주선교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목표 중심적 접근법이다.
이 방법은 이주선교사를 막연하게 어느 도시나 지역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정 종족을 목표로 하여 파송하는 것이다. 우선하여 목표 종족을 정하고, 그 종족을 복음화하기 위한 제반 환경을 마련해나가는 방법이다. 그 종족에 적합한 이주선교사 후보생을 선발하고 현장에 맞도록 훈련, 파송, 정착 그리고 교회를 개척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료조사와 현장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중국에는 미전도 종족에 대한 기초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되어 있다. 특히 약 10여 년에 걸쳐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한국선교사님이 계신다. 그 선교사님의 헌신은 참으로 귀하다. 그분께서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공해 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은 바 있다.
다음은 확보된 자료를 근거로 하여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기초자료는 과거의 것을 근거로 할 수밖에 없으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를 담지 못하는 제약이 있다. 그러므로 현장 조사는 필수적이다. 현장 조사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법을 들 수 있다. 하나는 한국의 단기선교 팀을 동원하는 방법이다. 단기간 목표 지역에 들어가서 해당 종족을 위해 기도하면서 종족 프로파일을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단기선교 팀은 언어적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목표 종족과 기본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다. 그러므로 이를 통해 진행된 현장조사는 다소 부정확하거나 피상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나름대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또 하나의 방법은 현지선교사가 단독으로, 혹은 한족, 소수민족 사역자들과 연합하여 현장 조사를 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내용들을 확보할 수 있다.
인적 자원의 발굴
이주선교는 이주선교사라고 불리는 중국인 전도자로 하여금 중국 내 타 문화권으로 가서 사역하게 하는 전략이다. 그러므로 이주선교를 하기 위해서는 이주선교사라는 인적 자원이 준비되어야 한다.
중국의 그리스도인이 이주선교사가 되기까지는 오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비록 여권과 비자는 요구되지 않을지라도 타 언어와 타 문화권에서 사역한다는 점은 해외 선교사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 인적 자원이 만들어지는 경로는 여러 가지이다. 그 가운데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개인적으로 제자훈련을 통해 양육한 사람들을 자원으로 하는 경우이다.
중국어 가정교사로 만났던 대학생, 가사 도우미, 그리고 기타 연관관계에 있던 사람들을 훈련시킨다. 이들이 직장 이동이나 귀향, 선교사의 권고 등의 이유로 소수민족 지역에 들어갔을 때, 그들로 하여금 사역하게 하는데, 주로 선교사 혼자 활동한다. 현지 적응이 비교적 빠르고 순발력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기업이나 학교라는 사회적 조직체 속에서 자원을 발굴하는 경우이다.
기업의 경제력이 주는 안정적인 지원, 혹은 대학생이라는 고급 두뇌 활용 등이 미전도 종족 복음화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 사역도 활발하다. 확실한 보호와 신분 보장이 가능하고 선교 현장에서 사회적 지도력을 발휘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중국교회가 보유하고 있는 전도자들 속에서 확보하는 경우이다.
중국교회의 부흥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다. 그 안에 헌신된 많은 전도자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 이주선교에 적합한 이들을 모아서 일정 기간 훈련시켜 파송한다. 중국교회로 하여금 중국 미전도 종족 복음화를 이루게 한다는 점과, 아무리 열악한 곳이라도 기꺼이 가고자 하는 전도자들을 만난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교회에서 이주선교사 후보생을 확보하는 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그것은 중국교회와해외선교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전도 종족 복음화를 위해 이주선교를 실시하는 단체 또는 팀(이하 선교팀) 간의 신뢰관계이다. 그 중국교회가 삼자교회일 수도 있고, 가정교회일 수도 있다.
이주선교에 대해 순수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교회(혹은 단체)라면 함께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 선교팀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중국교회를 섬긴다. 지도자 재교육, 전도자 및 신학생 훈련, 주일학교 교사 양성, 경배와 찬양 지원, 각종 교재공급 등 그 방법은 다양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중국교회는 선교팀이 이주선교를 계속하여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한편, 선교팀은 중국교회가 이주선교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협력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이러한 동역의 단계에서 만나는 전도자들을 발굴하여 이주선교사 후보생으로 삼는다.
훈련 능력의 필요
제자훈련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이주선교사로 파송될 수는 없다. 마치 한국에서 제자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해외선교사로 보내어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제자훈련에서부터 선교사가 되기까지 나름대로의 과정이 필요하다. 다른 각도로 말하면, 이주선교를 하기 위해서는 이주선교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훈련 능력이 필요하다. 그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어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통역을 사용해서는 아무리 강의를 잘한다 하더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이주선교사 훈련의 경우, 매우 미묘하고 세밀한 부분을 다루어야 할 순간이 많다. 물론 한국선교사가 중국 본토인이 구사하는 정도까지 말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중국어로 강의해야 하는 당위성은 충분히 있다.
둘째, 성경과 신학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경과 신학이란 어느 단편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것을 의미한다. 이주선교사는 교회 공동체가 없는 지역에 들어가서 사역하게 되므로 더욱 종합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셋째, 선교사로서 세워가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주선교사는 특히 사명에 대한 헌신과 영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들 이상의 헌신과 영성이 훈련을 추진하는 한국선교사에게 필요함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넷째, 이주선교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주선교는 파송식을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파송은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다. 현지에 정착하고, 목표 종족과 접촉점을 유지, 발전하고 교회를 개척하기까지 지속적인 협력과 섬김이 필요하다.
이상의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팀 사역이 필수적이다. 선교사 한 두 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항목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선교사가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상태일 필요는 없다. 바로 팀이라는 이름으로 응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팀 내의 다른 지체들을 통하여 넉넉히 보완된다. 팀 사역을 통해 앞서 말한 훈련 능력이 생기는 것을 선교 현장에서 체험한다.
마음가짐
사실 이 항목은 이주선교를 위한 준비사항 가운데 가장 앞에 위치해야할 것이다. 마음가짐이 어떠한가에 따라 이주선교의 성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마음가짐의 첫째는 겸손함이다.
중국 내 미전도 종족 복음화에 헌신한 한국선교사라면 누구든지 목표로 삼은 종족이 있는 깊숙한 지역에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뒹굴며 복음을 전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신분으로는 해당 지역에 들어가자마자 감시와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전도 종족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한국선교사가 들어가지 못한다면 그 지역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을 보내야 한다. 이 말은 선교사가 자신이 앞장서서 하고자하는 마음을 겸손히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피동적이고, 외곽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도 있으나 그것이 최선이라면 자신의 방법론을 포기해야한다. 그리고 겸손히 중국교회로 하여금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둘째는 섬김이다.
이주선교사들을 선발하고, 훈련시키고, 파송함에 있어서 한국선교사들은 가르치는 자의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배우는 자의 자리에 있는 이주선교사 후보생들에게 일방적, 지시적 태도를 보이기 쉽다. 교육기간 중에는 이러한 모습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들이 파송된 다음부터는 철저하게 선교의 동역자로 인정하고 섬겨야 한다. 이주선교사는 한국선교사가 할 수 없는 부분을 감당하는, 참으로 귀중한 미전도 종족 선교의 일꾼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을 계속적으로 수동적, 피지시적 위치에 놓아둔다면 결과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섬기는 마음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셨듯이 한국선교사는 이주선교사들을 겸손히 섬겨야 한다.
셋째는 협력이다.
이주선교는 무엇보다 협력이 중요하다. 선교팀 내부에서 선교사들 사이의 협력, 중국교회와 선교팀의 협력, 이주선교사와 선교팀의 협력, 그리고 이주선교사와 중국교회의 협력 등, 모든 과정에 있어서 협력이 요구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기도의 협력이다. 목표 종족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를 비롯한 세계의 교회가 집중하여 기도할 때, 주님께서는 그 종족을 향한 선교의 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다.
협력은 최선의 목표를 위해 차선의 것을 포기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중국 내 미전도 종족 복음화를 위해 이주선교라는 방법론을 택했다면 모든 역량을 이곳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으로 이주선교의 준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이주선교의 진행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최한빈 / 중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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