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남회의 이전 중국의 신학을 주도해 온 인물은 정광훈(丁光訓), 심이번(沈以藩), 서여뢰(徐如雷), 진택민(陳澤民), 왕유번(汪維藩) 등이다. 그 가운데 정광훈은 기독교양회(基督敎兩會)를 지휘하면서 수많은 문장과 강연을 통해 중국신학의 뼈대를 이루는 핵심 주제들을 제시하였다.
50년대 초 삼자교회의 신학을 이끌어 갔던 신학자들은 하나님이 그리스도인만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아닌, 전 인류를 돌아보시는 하나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들은 인간에게 있는 모든 진∙선∙미가 하나님으로부터 왔다고 여겼다. 이러한 인식은 서구신학의 이분법적 사고에 반대하고, 신자와 불신자 간의 간격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정광훈은 하나님의 가장 본질적인 속성은 공의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하였다. 위엄, 전지, 전능, 공의 등과 같은 속성은 만유를 지으시고 모든 것을 포용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으로부터 파생된 속성이다. 하나님은 그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지옥에 쳐넣는 염라대왕이 아니라, 세상을 사랑하시는 넓은 아량의 아버지시다. 정광훈은 하나님이 따뜻하고 인정미 넘치는 친절한 분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하나님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시도했다.
‘우주적 그리스도’로 대표되는 기독론은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는 기본적 명제로부터 파생되었다. 하나님은 만유를 창조하셨으며 자신이 창조한 만유를 사랑하신다. 하나님의 속성을 완전하게 계시하시는 그리스도 역시 만유를 사랑하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관심은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극소수의 신자들에게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에 두루 미친다. 그리스도는 신자들의 주인이실 뿐 아니라 우주의 주인이시다.
정광훈은 ‘우주적 그리스도’의 개념 위에 화이트헤드(Alfred N. Whitehead)의 과정신학과 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의 진화현상론을 흡수하였다. 하나님은 역사를 통해 성부, 성자, 성령의 공동체에 함께 참여 할 인류를 창조하고 계시다. 인간은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하나님의 창조 역사의 결과이다. 최종적으로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 사람’을 얻는 그 순간이야말로 창조사역이 궁극적으로 완성되는 시점이다.[5]) 말세가 낙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온 우주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다.
정광훈은 전통적으로 인간의 구속이라는 단편적인 측면에서만 조명하던 기독론의 편협성을 지양하고자 하였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신학연구의 경향이 ‘창조중심’과 ‘구속중심’이란 두 가지 노선을 따라 진행되어 왔다고 전제하였다. 전자는 수용적 태도를 가지고 있기에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고 사회변천에 적응하는 데 유리한 반면, 후자는 협소한 배타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는 중국교회에 존재하는 ‘구속을 중시하고 창조를 경시하는’ 입장의 기독론을 비판하였다.
왕유번(汪維藩)은 성령을 생명을 부여하시는 영으로 인식했다. 그가 말하는 생명은 영적 생명 뿐 아니라 물질적 생명까지도 포함한다. 황량한 대지에 생명체가 출현하고 번성하는 것은 생명의 근원인 성령의 작용 때문이다. 성령은 인간에게 영적 생명을 부여하는데, 이 영적 생명은 어떤 경험이나 외적 표준이 아닌 내면적 품성 변화로 나타난다.
그에 의하면 성령의 사역의 또 다른 측면은 인간에게 지혜와 계시를 주는 것이다. 지혜란 사람의 총명, 지혜, 지식, 학식, 사고, 설계, 모략, 사유, 영감 등을 포함하는데 이 모든 것은 성령으로부터 나온다. 또한 성령의 계시가 없다면 인간은 하나님의 일을 이해할 수 없다.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우리를 감동하는 것은 성령의 사역이 있기 때문이다.[9]) 성령은 또한 사람에게 능력과 힘을 주시는 영이시다. 모세를 돕던 70명의 장로가 받은 관리능력, 예루살렘교회의 집사들이 받은 지혜, 여호수아가 소유한 강인함과 모략, 베드로가 얻은 전도의 능력, 이 모든 것이 성령의 역사이다.
성령의 은사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교회의 유익을 도모하는 사도, 예언자, 교사의 은사가 우선시 된다. 고린도교회의 일부 신자들은 방언을 지나치게 강조하였으나 바울은 이보다는 예언의 은사와 사랑을 중시하였다. 사람의 영적인 수준은 은사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사랑의 크고 적음에 있다.
성령의 가장 두드러진 사역은 사람에 대한 성화(聖化)와 정화(淨化)에 있다. 성령의 성화작업은 신자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 나아가서는 우주 전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이 진∙선∙미(眞∙善∙美)를 추구하는 험난한 여정에는 성령의 돌보심과 양육하심이 응축되어 있다. 대지는 인간의 범죄로 인해 저주를 받고 더럽혀 졌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구속함과 동시에 그의 땅을 정결하게 하신다.
정광훈(丁光訓)은 성령이 인간에게 지혜와 계시를 주는 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신학사상을 겸손하게 수용하는 것이 성령에 순종하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는 인간이 때로는 기도의 장소를 떠나 현실에 참여할 때 성령이 주시는 지혜와 계시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는 믿음과 기도로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하여 부정하였다. 그러한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지구촌은 인구폭발과 생태계 파괴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또한 성령이 인류 세계의 발전을 이끄는 하나님의 영이시므로 인간의 전적 타락과 심판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을 성령의 사역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성령이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활동한다고 하였다.
인성론에 있어서 삼자신학은 ‘전적타락’을 부정하고, 중국문화가 가지고 있는 ‘인간은 본래 선하다’는 사상을 기초로 삼았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이, 타락했다고 해서 하나님의 형상을 완전히 상실한 것은 아니다.[18]) 인간이 불완전한 것은 아직 미완성품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지금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지으시고 계시다.[19]) 인간은 하나님의 동역자로서 하나님의 창조사역을 완성하기 위하여 인간에게 주어진 도덕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고 인류세계의 발전을 위하여 헌신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성육신은 인류의 전적타락에 대한 하나님의 진단과 처방이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긍정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결코 소멸시키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대다수 기독교인들은 보수적 신학의 영향을 받아 전천년사상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머지 않아 세계의 종말이 도래할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속히 재림하여 신자들을 구원하실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삼자신학을 이끄는 이들은 이러한 염세주의적이며 극단적인 종말론은 서구 제국주의가 식민지배를 위하여 변질시킨 사상으로서 신학적 수준이 비교적 낮은 지역에서 수용되고 있는 사상일 뿐이며, 반대로 기독교 신학이 성숙한 유럽이나 중국의 대도시 또는 경제문화가 발달한 지역의 기독교인들에게는 후천년사상이 그들의 현실에 부합된다고 보았다.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신 것은 자신이 창조하신 세상에 대한 긍정을 보여준다. 인간의 죄가 피조세계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계를 마귀의 점령지역으로 볼 수는 없다. ) 하나님은 사랑이시기에 이 세계와 인류를 소멸하지 않으실 것이다. 하나님은 도리어 인류가 더 좋은 미래를 건설하기를 원하신다. 그것이 현재 진행 중인 하나님의 창조사역이 완성되는 길이다. 하나님께서는 아직 미완성품인 세계와 인류를 점차 그가 기뻐하실 만한 모습의 완성품으로 만들어가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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