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한기류(反韓氣流),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해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를 맺은지 꼭 15주년이 되는 해였다.
따라서 2005년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약속했던 약속대로 2007년을
[한중 교류의 해]로 선포하고 1월1일을 양국의 정상들은 [한중 교류의 해] 개최축하와 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양국 외교부를
통해 상호 교환한 바 있었다.
그 때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은 양국관계 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될 한 해로 경제, 학술,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행사가 펼쳐질 것'을 말하면서, '양국간에 본격적인 국민적 교류협력의 시대를 열어가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그는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의 첫 번째 교역 상대국이자 투자대상국'이라고 하며 '활발한
교류행사를 통한 양국간 우호협력의 강화로 전면적 협력 동반자를 심화시켜 평화와
공동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후진타오 주석도 '한중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후 국제 및
지역 업무 등을 비롯 각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이 전면적으로 전개돼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었다'면서 '양국관계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응답했다. 이어서 그는 '한중관계
발전은 양국 국민들의 근본 이익과 공동 염원에 부합되는 것으로,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정 및 번영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긍정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면서 '한중수교 15주년이자 한중 교류의 해인 2007년을 맞아, 중국측은 다양한
교류행사를 통해 선린우호관계를 증진시키고, 호혜협력 확대와 공동발전을 촉진시켜
한중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시작한 2007년 [한중 교류의 해]는 양국의 두 정상이 상호 선언한 서로의 약속이
잘 지켜지는 듯이 여겨졌다. 지난 겨울에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개최된 '국제빙상축제'는
마치 한국인을 위한 한국의 해처럼 우리나라를 주요 테마로 설정한 화려한 축제를
비롯하여,
지난 한 해동안 양국을 오고 가며 화려하게 펼쳐진 각종 문화행사들은 분명
우리나라와 중국의 사이가 아주 가까워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2006년 말, 우리나라 통계청은 중국과의 인적교류는 1992년 수교
당시만 해도 년 13만 명이던 것이 년 480만명에 증가했고, 상주교민의 숫자도
수교 당시에
한 사람도 없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무려 110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양국간의 무역액도 상상을 초월한 성장을 이루었는데, 수교 이전에는 불과 50억 달라에 지나지 않았으나 1,343달러로
무려 27배의 경이적인 증가였다는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국이었던 미국과는 768억 달러, 일본과는 785억 달러에 비해
거의 2배 가깝게 따 돌리고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대의 무역국으로 부상되었음을
나타낸다. 아직도 양국간의 무역액은 꾸준히 상승되고 있어 당초 2012년까지
2,000억불의 무역액 달성목표가 몇 년 앞당겨 이뤄질 것으로 전망할 만큼 고속 증가를
계속하고 있다.
분명히 한중관계는 외형적으로
양국 정상이 2007년 초에 선언했던 대로 '전면적
협력 동반자'의 관계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는
한중관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맹방의 관계로 발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만 곰곰히 생각을 가다듬어 보아야 한다. 겉으로
나타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관계도 섬세하게 살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반한(反韓) 움직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언론은 전한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발전에 대한 속 좁은
중국인들의 시기와 질투라고 대수롭지 않게 치부해 버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이것은
분명히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여기 저기에서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는 반한 움직임을 우리는
결코 간과하지
말고 주시하여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드라마 중에
[대장금]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일본을 비롯한 동남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한류(韓流)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드라마다. 중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내가 처음 대륙생활을 시작할 즈음만
해도 중국의 많은 텔레비젼에서는 앞다투어 대장금을 방영했다.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방, 삼방 거듭되고 있음을 목격했었다.
드라마 대장금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중국의 주류 언론들까지 호평할 만큼
우리나라 드라마 대장금은 중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중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로 대장금이 선정되었다는
좀 엉뚱하게 여겨지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던 것이다. 전혀 뜻밖의 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왜 그랬을까? 한 때 중국인들이 그렇게 인기있던
드라마 대장금이 갑자기 중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일찍부터
중국에는 이상한 소문이 떠 돌았다. 한국이 대장금이나 허준 등 드라마로 한의(韓醫)가
마치 중국 전통의학인 중의(中醫)의 원조(遠祖)로 외곡시키려 한다는 억지 주장이다. 이는 분명 중국에서 한류가 확산되면서 이를
시기하는 중국의 일부 무책임한
인사들이 한류에 대한 혐오감을 주기 위해 근거 없이 퍼뜨린 악성 루머가 분명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일들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었다.
2008년이 시작되는 첫날부터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기관지인 중국청년보는 중국의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신랑망(新浪網), 왕이망(網易網),
야후닷컴차이나와 공동으로 중국의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아주 특별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내용은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선정을 위한 투표'였다. 총 50편의 드라마가
투표 대상이었고, 그 중에 외국 드라마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대장금이 투표 대상이었다.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생각되는가? 중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는 우리나라의 대장금이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중국청년보는 이를 네티즌들의 공정한 투표의 결과라면서 문화면에
톱뉴스로 대서특필했다. 이는 분명히 중국 드리마의 품질을 개선해 보자는 명분으로
위장된 반한기류를 부추기는 음모가 숨겨졌다는 의혹을 갖기에 충분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이미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청년보의 설문조사는 '대표적인 한류 드라마인 대장금을
의도적으로 흠집내려고 한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 바 있으며, 또 어떤 이들은 중국에서 '한류가 확산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기 위해 흥분하기 쉬운 네트즌을 동원하여
한류를 견제하고자 하는 심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시방 중국의 반한기류의 근원지는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한기류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준이 아님이 여기 저기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국제선구보도(國際先驅導報)가 실시한 한 조사 결과의 보도만 해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고도 남는다고 여길 수 있다.
국제선구보도는
최근 4개월동안에 1만2천 명의 중국 네티즌을 대상으로 중국에 접경된 20개 국가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결과는 한국이 1위였다고 한다. 중국에 접경된 20개 국가 중에서 한국이 가장 싫다는
네티즌이 설문조사에 응답한 전체 네티즌의 40.1%였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다음이 일본으로 30.2%, 3위가 인도로 18.8%였다고 한다.
이어서
설문은 응답자들이 이웃국가에 대한 소식은 어떻게 접하는 가를 물었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응답은 65.3%가 인터넷이라고 응답했고, 텔레비젼과 신문, 또는 잡지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한다는
응답자는 불과 26%였다. 그렇다면 이번 설문에 응답한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젊은 네티즌이라고
짐잘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의 반한기류는 젊은 층으로부터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지난 한 해를 [한중 교류의 해]로 정하여 양국간에 활발한 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했었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행사들은 시방 중국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반한감정을 잠재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관제 중심의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문화교류만으로는 양국간의 관계가 진정한 선린우호관계로 발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방
중국 인터넷에는 한국과 관련된 부정적인 괴 소문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소문은 한국이 중국의 문화를 도둑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인들이 공자도 한국인이었다고 주장한다고
하거나, 한국이 중국의 문자인 한자(漢字)를
마치 한국의 문자라도 되는 양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추진한다는 터무니
없고 허무맹랑한 소문도 있다. 이런 소문들은 진위(眞僞)를 따지기도
전에 무조건 한국을 적대하는 감정으로 폭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 지경이 된 것일까? 한류가 열풍을 불던 중국에 반한 기류가 시작된 것은 우리들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닐까? 어떤 한반도 전문가는 '최근 2,3년 사이에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인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그 이유를 '중국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갔을 때의 쓰라린 경험'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이는
'일부 한국언론이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사실만 보도하고, 한국인들은 중국인을 깔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중국인에
대한 공정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가? 정말 중국인들을 21세기를 함께 공존하는 진정한
동반자로 여기고 있었는가? 시방 중국에는 우리 교민의 숫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 숫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나날이 더 증가되고 있다.
중국의 어떤 소수민족의 총수보다 더 많은 이방인으로 중국에서 살고 있다. 그런 우리가
정녕 중국인들과 잘 어울리며 살고 있다고 여겨지는가?
우리는
중국에서 이방인이요, 나그네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으로,
나그네로 살면서 오히려 중국의 주인된 중국인들의 비위를 거슬리며 추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소인배적인 우월감에 사로잡혀 안하무인의 추태를 부리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중국인들로 하여금 점점 한국인을 싫어하게 하는 반한기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한중 교류의 해]는 끝났다. [한중 교류의
해]가 한중관계를 더한층 가깝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반한기류가 시작된 원년이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면, 이제부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아직은 중국에서 일어나는 반한기류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이대로 방치해도 무방할까?
우리는 태평양에서 발생한 작은 기류가 태풍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재앙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중국에 일고 있는 반한기류에 대한 바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반한기류를 잠재우기 위해 중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변명하자는 것이 아니다. 섣부른 변명은 더 큰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은 반한기류를 더욱 거세게 일으키는 부채질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더
이상 말로만의 교류가 아닌 마음으로부터 솟아나는 교류가 필요한 때가 되었음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각은 마음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중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의 오만과 실수를 인정하고,
중국인들에게 겸허한 태도로 고개 숙여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인들을 우리의
친구로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인들은 우리와 함께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동반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인들이 우리만
못한 것이 없고, 우리 또한 중국인들만 못한 것도 없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는 우리의 이웃임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인들은 결코 우리의 경쟁을
위한 상대가 아니다. 21세기의 공존을 위한 상대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인들을 바르게 이해하고,
중국인들을 사랑하는 일이다. 중국인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하고, 중국인들을 위해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인들을 신뢰하며, 중국인들을 의지할 수도 있어야 한다. 결코 어떤 일로도
중국인들을 비난하거나 멸시하는 말을 삼가야 한다. 말 한 마디를 조심하며, 행동
하나도 조심해야 한다. 중국인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마음 속으로 진심을 다하여 중국인들을 존중하자. 중국인들은 하나의 지구촌에서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이웃임을 잊지 말자. 21세기 지구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이웃간의 좋은 관계인 선린우호만이 모두의 번영을 위한 비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중국인들과의 선린우호 증대를 위해 더욱 분발하자. 이것이 바로 우리가 중국인들의 반한기류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대처방법임을
깨달아야 한다.
2008. 1. 26 (토)
글/
불꽃 石一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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