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북한’ 에리트레아의 한 목사가 본 북한 [2017.12.01 22:14]
12월 4일 테메스겐 목사 공개강연 진행
▲테메스겐 목사(좌)가 이날 에리트레아에서 수감된 그리스도인 명단을 보여주고 있다.
통역은 한국 순교자의 소리 회장 폴리 현숙 박사가 맡았다. ⓒ이지희 기자
어떤 재판도, 법적 절차도 없이 15년 이상 감옥에 갇힌 그리스도인들은 다음의 동의서에 서명하면 즉시 석방될 수 있다.
'1. 성경을 읽지 않겠습니다.
2. 기도하지 않겠습니다.
3. 예배에 참석하지 않겠습니다.
4. 전도하지 않겠습니다.
5. (정부가 인정하는) 이전 종교로 돌아가겠습니다.
6. 기독교 서적을 읽지 않겠습니다.'
▲장기 수감 중인 에리트레아 그리스도인들. 윗줄 맨 왼쪽부터 차례대로 오쿠바미가엘(Okubamichael)
목사, 키다네 웰도우(Kidane Weldou) 목사, 키플루 게브레메스킬(Kiflu Gebremeskeel) 목사, 하이레
나이즈기(Haile Nayzgi) 목사. 아랫줄 맨 왼쪽부터 차례대로 게브레메드힌 게브레지오르시스(Gebrem
edhin Gebregiorsis) 목사, 테크리브 멘스티브(Tekleab Mengsteab) 의학박사, 풋섬 게브렌구스(Futs
um Gebrengus) 의학박사. ⓒ한국 순교자의 소리
지구상 북한과 가장 유사한 '아프리카의 북한' 에리트레아 감옥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에리트레아에서는 15년 이상 된 장기 수감자를 포함하여 400명 이상의 그리스도인이 감옥에서 지내고 있다. 감옥은 경찰서, 선박컨테이너, 지하, 기온이 50도 이상까지 올라가는 외딴 폭서지, 군부대 등에 있는데, 가족은 물론 누구와도 면회가 허락되지 않는다. 또한 고문과 식량 부족, 위생 문제 등으로 많은 수감자가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얻거나 심지어 사망하며, 그 결과 이산가족이 되고, 이혼 등으로 가정 깨어지며 난민생활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52세인 한 형제는 수감되기 전 매우 건강했으나, 적법한 절차 없이 지하 감옥에 2년간 투옥된
후 온 몸에 마비가 와서 말 못하고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수단으로 극적으로 탈출해 에티
오피아의 테메스겐 목사의 사역지로 찾아왔다. 현재 휠체어에 의지하여 살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에리트레아 감옥에서 가하는 체벌의 한 예. ⓒ한국 순교자의 소리
북한과 유사점 많은 에리트레아
테메스겐 게브레히웨트(Temesgen Gebrehiwet) 목사는 이처럼 신앙 때문에 갇힌 에리트레아 그리스도인 35명의 석방 운동을 위해 방한했다. 11월 30일 서울 마포 한국 순교자의 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핍박 상황에도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주님을 알아가고 있다. 주님을 아는 것은 핍박받는 교회에 굉장한 힘과 능력을 가져다준다"며 한국교회에 에리트레아 교회를 위한 관심과 기도, 지원을 요청했다.
테메스겐 목사는 공교롭게도 새벽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지난달 29일 오후 DMZ를 방문했다. 그는 "에리트레아와 북한의 유사점을 많이 발견했다"며 "두 국가 모두 1인 독재정권이며, 기독교를 핍박하고 기독교 지도자와 성도들을 투옥시키며, 종교의 자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의 사람들은 브로커에게 많은 돈을 주고 타국으로 탈출하며, 이 때문에 이산가족이 많고, 이산가족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주변국의 많은 사람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 나라의 군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며, 사람들도 서로 믿지 못한다. 간첩이 많고, 간첩의 보고로 처단받기도 한다.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과 신뢰는 두 나라 모두 똑같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두 나라 모두 서양인을 미워하고, 특히 지도층이 공개적으로 미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며, 기독교를 미국의 정치 수단으로 본다고 했다.
▲에티오피아에 개척된 첫 에리트레아인 난민촌. ⓒ한국 순교자의 소리
에리트레아와 북한의 차이점에 대해 그는 "에리트레아에서는 지도자가 사람들의 경배를 받지는 않는다. 또 국경을 접한 나라와 평화롭게 지내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고 밝혔다. 유엔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에리트레아는 북한의 무기를 수입하며, 지도자는 미국에 대항하는 북한, 이란 등을 지원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테메스겐 목사는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에서 태어나 18세에 예수를 영접하고, 성경학교 졸업 후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복음주의 교단 칼레 헤이웨트(Kale Heywet, 생명의 말씀)에서 안수받았다. 현재는 에티오피아 북부 미개척지에서 사역하면서, 에티오피아 내 에리트레아인 난민 수용소 네 곳에서 성경학교를 세우고 지도자들과 지역 목회자를 교육하고 있다.
▲에리트레아 난민촌 교회 사역은 에리트레아에서 온 사람들에 의해 개척돼, 난민들의 육신의
필요와 영적 필요를 채워주고 돕는다. 에리트레아 난민촌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있는
그리스도인들. ⓒ한국 순교자의 소리
'성도들의 삶의 변화' 두려워한 정부, 박해 강도 높여
에리트레아는 지난 5년 동안 세계기독교박해순위(WWL)에서 10위권 주변(2012년 11위-2013년 10위-2014년 12위-2015년 9위-2016년 3위-2017년 10위)을 맴돌다 작년에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약 500만 인구의 절반이 기독교, 나머지 절반은 이슬람교를 믿지만, 기독교인 중 정부 승인을 받은 종교는 그리스 정교회와 가톨릭, 루터교 정도다.
1993년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강력한 독재정권의 지배를 받아왔으며, 1998년부터 2000년 에티오피아와 전쟁을 치렀다. 2002년부터 정부는 박해를 강화하여 미등록 복음주의 교회와 오순절 교회를 폐쇄하고, 목회자들과 설교자로 활동하던 평신도 전문인들을 체포해 수감시켰다. 이 교회들이 정부의 타깃이 된 이유는 성도들의 '삶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에리트레아의 많은 교회가 성도들의 가정에서 예배드리며, 도처에 있는 간첩들로 매번 장소를 옮겨다녀야 한다. 정부의 기독교 핍박을 피해, 혹은 청년들은 군 복무를 피하고 희망을 좇아서 매일 200명 이상이 국경선을 넘어 에티오피아, 수단 등 주변국으로 탈출한다. 에리트레아 난민은 10만 명으로, 대부분 에티오피아 난민촌에 머물고 있다.
▲난민촌 4곳의 그리스도인들을 모아 제자훈련을 하고 지도자로 세운다. 2015년 설립된 성경학교는
20여 명으로 시작해 현재 17명의 난민과 15명의 지역주민이 다니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에리트레아 지하교인들은 성숙하고 강해"
한국 순교자의 소리 디모데 목사는 "에리트레아의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위해 35일간 함께 기도하고,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무명 수감자들의 석방 촉구 청원서에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오는 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마포 한국 순교자의 소리 사무실에서 열리는 세미나에도 참여를 당부했다.(사전등록 02-2065-0703, gkim@vomkorea.kr)
한국 순교자의 소리 공동설립자이자 CEO인 에릭 폴리 목사는 "지난 수년간 에리트레아 지하교인들을 훈련한 것은 정말로 대단한 특권이며, 항상 그들에게서 많이 배웠다"며 "한국 기독교인이 열정적으로 기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면, 에리트레아 기독교인은 삶 속에서 찬양이 생활화되어 있으며, 성경을 많이 알고 있는 성숙하고 강한 지하교인들"이라고 소개했다.
테메스겐 목사도 "먼저 에리트레아를 위해 한국교회가 기도해주시기 바란다. 또, 한국 순교자의 소리를 통해 에리트레아 난민 제자훈련 사역과 수감자 가족들을 도와달라"며 "에리트레아 그리스도인 수감자 석방을 위한 청원서에 서명해주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에리트레아를 위한 기도제목을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VOMKorea.kr)에 올리고 있으며 청원서 캠페인(바로가기)을 진행 중이다.
이지희 기자
[출처]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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