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라’는 말, ‘비겁한 침묵’으로 오해하면 안돼”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가 지난 20일 부활주일 설교에서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찬수 목사는 ‘당신 없는 인생은 빈 그물이오니(요 21:1-7)’라는 제목의 부활주일 설교 도중 예수님께서 ‘실로암 망대 사건’을 언급한 본문(눅 13:4-5)을 이야기하면서 관련 발언을 시작했다.
이 목사는 “이 본문에서 두 가지 시각을 다시 발견했는데, 하나는 그렇게 죽은 사람들이 그들의 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그들이 저주를 받았나, 죄를 지었나’ 해석하는데, 이를 주님께서 틀렸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이런 고통스러운 사건을 내가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는 것으로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으로, 이 목사는 “주님, 목사인 제가 삯꾼처럼 목회하고, 교회가 타락하고 세속화돼 오늘 이러한 비극이 일어났다”며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목사로서 한 주일 괴로워하며 기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예수님께서 원하시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후 그는 “왜 자꾸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십니까. 일만 벌어지면 ‘누구 탓이다, 누구 탓이다’ 하는데, 저도 선장에 대해서 섭섭한 마음이 들고 화가 나지만 선장을 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저라고 분석할 수 없겠느냐, 우리는 여기저기 그렇게 퍼트릴 것이 아니라 조용히 침묵하고, 이런 일이 일어날수록 입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또 “주님께서 주시는 지침은 함부로 남을 정죄해선 안 된다는 말씀으로, 그것은 범죄행위”라며 “우리는 하나님께 회개함으로 나가야 하고, ‘하나님 저의 죄 때문입니다. 예수 믿는 우리들의 죄악입니다. 우리들의 무능함입니다. 하나님, 이 나라 이 민족을 살리기 위하여, 하나님의 오랜 침묵을 깨기 위하여 먼저 예수 믿은 우리들의 영적 각성과 회개가 불붙듯 일어나게 해 주시길 원합니다’라고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교에 대해 SNS 등에서 일부 말들이 오가자, 이찬수 목사는 25일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당일 설교에 대해 직접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이찬수 목사는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해 앞으로 2주 더 설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주 설교와 관련한 문의가 있어 말씀드린다”며 “‘침묵하라’고 한 것을 ‘비겁한 침묵’으로 오해하시면 안 된다”며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나자, 우리교회 성도들 사이에 카카오톡으로 잘못된 정보(우리교회 학생이 연루되어 있다, 배에 우리교회 학생 4명이 갖혀 있다 등)가 떠돌아 확인 전화가 왔고, 아직은 사건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과 분석보다는 깊이 침묵하며 하나님께 나아갈 때라는 뜻으로 드린 말씀”이라고 해명했다.
이 목사는 “지난주는 부활절 설교였기 때문에, 우리 모두 하나님 앞에서 선악과를 따 먹은 죄인임을 인정하고,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혼미한 일들의 궁극이 ‘하나님을 떠나 내가 인생의 주인 노릇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자각하자는 게 포인트였다”며 “다음주에는 우리가 해야 할 ‘회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예정이고, 마지막 3주차에는 어린이주일을 맞아 현실의 자녀교육이 영육 간 자녀들을 고통으로 몰고가는 교육은 아닌지 돌아보고 회개하자는 내용의 설교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제 설교가 결단코, 드러난 불의에 대해 적당히 덮고 넘어가자는 식의 ‘악한 침묵자’를 양산하는 설교가 되지 않기 바란다”며 “다음주에 그 부분을 강하게 짚을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계속 세월호 사건 피해자들을 위해, 사건을 통해 나라 곳곳에 만연해 있는 부조리하고 부패한 것들이 청산되는 계기가 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참고로 어느 성도가 올린 글에 대한 답글을 달아놓았다. 이는 다음과 같다. “제가 설교 시간에 말씀드린 ‘침묵’은 비겁하게 모든 것을 덮고 넘어가자는 차원의 침묵이 아닙니다. 지금은 사건이 진행 중이니 카톡 등을 통해서 ‘섣부른 분석과 판단’을 자제하자는 차원의 침묵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책임소재와 분석 없이 적당히 넘어간다면 그 때는 소리치며 외쳐야 할 때가 오겠지요. 이런 일들을 통해 국가나 사회적으로 개선하고 고쳐나가야 할 것들에 대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자신들은 이런 불합리하고 부패한 이 세상에 동조하고 살아가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회개하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이찬수 목사가 설교에 대해 ‘해명 글’을 올리자,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귀한 선물로 주신 ‘침묵의 기도’ 의미를 다시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매우 슬프다”,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는 분노를 쏟아 낼 대상을 찾고 있다”, “이렇게까지 목사님께서 부연설명을 하시는 게 너무 마음이 슬프다. 목사님 심정이 어떠실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세월호 관련 두 번째 설교… 어두운 현실 속 ‘세 가지 행동지침’ 제시
지난주 ‘세월호 관련 설교’로 논란이 일었던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가, 홈페이지에서 밝힌 대로 27일에도 관련 설교를 계속했다.
제럴드 싯처의 책과 동명의 ‘하나님 앞에서 울다(대하 7:13-14)’를 제목으로 설교한 이찬수 목사는 “세월호 침몰 사고 후 제 마음의 골똘한 질문 하나는, 우리 이웃이 이렇게 끔찍한 재난을 당해 울고 있을 때 우리 크리스천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라며 “안산과 진도 현장을 오가면서 봉사하는 ‘다람쥐 택시’ 이야기를 어제 전해 들었는데, 이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답과 같이 느껴져 설교 패턴을 다 바꿨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지만,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하겠다고 했다. 첫 번째는 ‘슬픔을 당한 이웃과 더불어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롬 12:15)’이다. 그는 “세월호에서 절망적인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전국에서 사고 현장으로 몰려가 슬픔 당한 이웃들을 위해 2천 명 이상이 자원봉사에 나서고, 진도군청에는 구호품을 전하고 싶다는 전화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며 “우리 교회도 곧 창립 12주년 예배를 드릴 텐데, 그때 모은 헌금으로 슬픔 당한 안산의 이웃들을 위해 무언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는 ‘이 사건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경고를 주고 계시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이 목사는 “한 중학생이 이번 사고 후 ‘하나님께서는 왜 이런 사고를 막지 않으시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을 알고 많은 생각을 했는데, 성숙한 그리스도의 증인이라면 그 질문을 ‘하나님, 이 사건을 통하여 우리에게 무슨 경고의 말씀을 주시려는 것입니까?’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실태를 보면, 지금까지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오히려 기적 아니었나”라며 “그러면서 문득 혹시 오늘 이찬수 목사 개인에게, 우리 가정에, 이 교회에 하나님께서 오래 참고 계시는 일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목사는 “매 맞고 돌아서면 너무 아프니,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며 “이렇듯 하나님의 인내하심으로 말도 안 되는 우리를 보고 계심을 기억하면서, 자신을 깊이 돌아보는 영적 회개 운동이 일어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찬수 목사는 이러한 어두운 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세 가지 행동지침’도 제시했다. 먼저는 불의한 세상에 대한 ‘의로운 분노’를 회복해야 한다. 이 목사는 “하나님은 하박국 선지자의 분노와 울분을 수용하셨고, 시편을 봐도 하나님께서 섭섭함과 항변을 허용하고 계신다”며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교회 잘 다니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은 불의한 세상에 대해 울분을 갖고, 하나님께로 나아오길 원하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래 알고 있었지만 이번 참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얼마나 총체적으로 부실한지 잘 알게 되지 않았나”며 “저는 선장의 만행보다 더 좌절되는 것이 이 나라의 타락한 시스템”이라고 말한 후 세월호 관련 여러 기사들의 제목을 불러주기도 했다. 그는 “이런 기사들을 보면서 디모데후서 4장의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리니…’ 하는 말씀으로, 극도의 자기 사랑과 돈 사랑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고도 했다.
또 “거룩한 분노란 무엇인가”라며 “SNS에 울분을 표시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감정을 쏟아놓는 것도 일부 맞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제대로 된 울분을 표하기 위한 ‘침묵’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계를 예로 들면서 “우리 교회에 계시는 많은 정치가들이 오늘 이 시대의 타락한 정치에 울분을 느끼는 그리스도인이 되어, 거기에 동화되지 않은 채 거룩한 분노를 갖고 잘못된 여러 시스템과 관행을 고치는 데 몸을 내던지는 ‘크리스천 정치가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두 번째 지침은 ‘나 자신의 회개’이다. 이찬수 목사는 “선장과 선원, 선주에 대해 얼렁뚱땅 넘어가선 안 되고, 아이성의 참패 후 아간을 심판했듯 잘잘못을 따져 엄벌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 자신도 그 일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아이성의 참패 후 여호수아가 옷을 찢고 회개했듯, 우리도 자신에 대해 깊은 회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하나님의 긍휼’을 구해야 한다. 이 목사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물론 눈물을 흘려야 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서’ 울어야 한다”며 “하나님의 긍휼하심이 이 한반도 땅에 임하시기를 구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늘의 이 아픔이 한국교회의 회개 운동으로, 저 같은 목사들의 회개 운동으로 연결되어 다시 치유와 회복의 은혜로운 자리로 나아가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다음주인 5월 4일에도 관련 설교를 한 차례 더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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