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도발 뒤에 숨은, 일본의 에너지 탐욕
독도 근해 ‘불타는 얼음’ 가스하이드레이트에 눈독
日 나홀로 기술개발…韓ㆍ美협력 급물살 타자 경계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6차 국제가스하이드레이트콘퍼런스(ICGH). 무려 417건에 이르는 논문이 발표됐다. 발표 논문 수는 3년 전 노르웨이에서 열린 5차 회의 때보다 69%나 늘어났다.
공식 참가 등록자 수도 37% 늘어난 530여 명에 달했다. 미국 일본은 각각 전문가 130여 명과 90여 명을 파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일본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동해는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말 심해저 가스하이드레이트 부존(賦存)이 동해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동해는 세계에서 5번째로 가스하이드레이트 부존이 확인된 곳이다.
‘불타는 얼음’이라고도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뜨거웠다. ‘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하자 가스하이드레이트 몸값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천연가스가 심해저 저온ㆍ고압 상태에서 물과 결합돼 얼음처럼 고체화한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조t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6억8000만t이었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무제한적인 에너지원이다. 아직 상업적 생산기술이 없지만 머지않아 석유를 대체할 ‘노다지’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은 이 분야 탐사와 기술에 가장 앞선 나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번 콘퍼런스에서 일본은 말수가 적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일본은 가스하이드레이트 연구에 유독 폐쇄적이며, 이번 회의에서도 사실상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인상이 강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북극 인근 캐나다 북부지역에서 2002년까지 진행된 말릭(Mallik)Ⅱ 프로젝트를 할 때까지만 해도 미국 캐나다 독일 인도와 손잡았다. 그러나 올해까지 진행되는 말릭Ⅲ 프로젝트부터는 캐나다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독자 사업을 하고 있다.
미국 독일 인도가 더 이상 협업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컨소시엄에서 탈퇴했다. 일본이 막대한 자본을 혼자 부담하더라도 기술 등을 독점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 관련 전문가는 “일본은 독점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 향후 기술료를 받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도 배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이 회의에서 일본 측 변화를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일본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었다는 게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받은 느낌이다.
박근필 가스하이드레이트사업단장은 “일본이 탐사해온 말릭 프로젝트 성과에 대해 캐나다가 대신 발표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정보는 얻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해에서 발견된 가스하이드레이트.
일본은 ‘21세기 에너지 자급’을 목표로 이 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1970년대 말 가스하이드레이트 부존 가능성을 확인했다. 확인된 지역은 난카이 분지를 비롯해 12개 곳에 이른다. 메탄 원시매장량은 약 233억t으로 일본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의 460배 규모다. 이렇게 넉넉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확보한 일본이 더 눈독을 들이는 곳이 있다. 바로 동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동해 가스하이드레이트는 t당 천연가스 가격을 500달러로 보수적으로 봐도 3000억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가격 급등으로 t당 실제 수입가격(LNG 기준)은 760달러까지 올랐기 때문에 실제 가치는 50% 이상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해 심해저에는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약 6억t(30년간 국내 사용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지질조사국(USGS) 추정치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양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가스하이드레이트 실물이 발견되고, 11월 첫 부존이 확인되면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부존 확인 지점은 포항에서 북동쪽으로 135㎞ 떨어진 울릉분지 일대다.
백우현 경상대 명예교수는 “부존이 확인된 지점보다 독도 인근에 가스하이드레이트 본맥(本脈)이 흐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스하이드레이트 보고인 이 일대를 차차세대를 위해 확보해 남겨둬야 한다는 속내가 주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일본은 동해상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이 자칫 지반 침하나 해저 붕괴로 쓰나미와 같은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5년부터 3단계에 걸쳐 10년간 중장기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 계획을 수립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첫 부존을 확인한 지역 외에도 더 활발한 탐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독도 인근 지역에서 추가적인 금맥이 터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일본이 이런 속셈을 갖고 있다 보니 한ㆍ일 간 협력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지난 4월 말 한ㆍ일 첫 정상회담 의제로 한ㆍ일 간 가스하이드레이트 협력이 검토된 적이 있다. 그러나 최종 의제 선정 과정에서 없던 일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별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 빤히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협력은 상대적으로 진척이 빠르다. 지난 4월 한ㆍ미 정상회담 기간에 양국 정부는 에너지장관 회담을 열고 `가스하이드레이트 공동 개발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했다. 최근 실무 후속 회의가 열렸으며, 11월에 2차 실무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알래스카 지역에서 협력이 구체화할 예정이다.
한ㆍ미 간에 가스하이드레이트 협력이 이렇게 급물살을 타는 것을 일본이 반길 리가 없다. 그래서 최근 일본 측 독도 영유권 주장 움직임이 가스하이드레이트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가스하이드레이트라는 말보다 메탄하이드레이트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가스 주성분이 메탄이기 때문에 사실상 동의어지만 일본은 용어까지도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김영삼 지식경제부 유전개발과장은 “아직 세계적으로 상업생산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지만 동해 심해저 지역에는 상업적 가치가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 부존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지구온난화 현상도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해수면 상승 현상의 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철 가스하이드레이트사업단 사무국장은 “지구온난화로 해저에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며 해수면 쪽으로 부상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청정원료인 만큼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본격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백우현 교수는 “일본은 치밀한 장기전략 아래 가스하이드레이트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가고 있다”며 “독도 문제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가스하이드레이트와 같은 현실적 문제를 보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용 어>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
천연가스가 저온ㆍ고압 상태에서 물과 결합해 형성된 고체 에너지원이다. 러시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 영구동토나 심해저에 주로 분포해 있다. 화석연료 고갈에 따라 이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일본은 1970년대부터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과 기술 축적에 노력해 왔으며, 2015~2020년께 상업생산을 목표로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고 있다.
[매일경제 * 박용범 기자 * 2008.07.19]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8&no=45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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