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천NOW는 왕성교회 목회 세습과 신천지 문제를 다루며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렸다. (크리스천NOW 동영상 갈무리)
CBS 교계 시사 프로그램 크리스천NOW(김동민 PD)가 교회 세습과 신천지 문제를 집중 보도하며 교계 안팎으로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렸다.


크리스천NOW가 11월 3일 다룬 첫 이슈는 왕성교회 목회 세습이다. 대형 교회의 세습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감리회가 세습 방지법을 통과시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회 연합 기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두 번이나 지낸 길자연 목사가 세습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왕성교회 세습을 주목했다.


왕성교회는 지난 10월 7일 공동의회를 열고 길자연 목사 아들인 길요나 목사를 후임 목사로 청빙했다. 이날 방송에는 공동의회를 취재하기 위해 교회 안으로 들어가려는 기자들에게 "교회 사유지인데 왜 들어오느냐"고 소리 지르는 교인들의 모습과 "목회직 승계는 세습이 아니다"는 공동의회 중 발언, 청빙 반대 의견을 말하려는 교인들이 임시당회장에 의해 제지당하는 일 등이 방영됐다.


이에 대해 패널로 출연한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세습은 한 집안의 재산·신분·명예 등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일이다"고 정의하며 "아들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줬는데 그것을 세습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목사는 "세습은 건물·토지뿐만 아니라, 카리스마로 형성된 아버지의 상징 자본, 지역에서 교회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획득한 문화 자본과 사회 자본을 전부 물려주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세습은 100m 달리기를 하면서 남들보다 70m 앞에서 뛰는 반칙을 저지르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 김종희 대표는 왕성교회의 세습 과정에서 교인의 의사를 묻지 않은 점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NOW 동영상 갈무리)

또 다른 패널인 김종희 대표(<뉴스앤조이>)는 공동의회 진행 과정에서 일어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교단 헌법에 따르면 투표 전에 교인들의 의견을 묻도록 하고, 소수가 청빙에 심하게 반대할 경우 투표를 연기하게 되어 있는데도 모든 절차가 무시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교인들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임시당회장이 모든 걸 봉쇄하고 공동의회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왕성교회 세습에 대한 교인들의 찬성률이 70.1%에 그친 점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는 거의 압도적으로 (세습이 통과)됐어야 했는데, (이번 결과에 대해서는 왕성교회가)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며 "앞으로 세습을 진행하려는 교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날 크리스천NOW는 왕성교회 세습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습할 수 있는 환경에도 바람직한 과정을 통해 새 담임을 청빙한 사례들도 적극 알렸다. 취재를 맡은 조혜진 기자(CBS)는 아들이나 사위가 목회자이지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외부 인사를 새 담임으로 청빙한 사례로 강변교회·성락성결교회·수영로교회·호산나교회·화평교회 등을 소개하며 "좋은 사례가 많지만 일부 나쁜 사례가 크게 알려지면서 한국교회 전체가 다 그런 모습인 양 비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천지의 '산 옮기기'와 교회의 분열


크리스천NOW는 교회 세습을 첫 방송으로 다룬 데 이어, 11월 10일 방송에는 신천지의 개입 논란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강북제일교회 건을 방영했다. 강북제일교회는 현재 신천지 개입의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 중이다. 한쪽은 교회 분란을 틈타 신천지가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이 교회를 삼키기 위해 이른바 '산 옮기기' 작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신천지 개입설은 교회가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교인을 몰아내기 위해 쓰는 전형적 수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방송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둔 채 논의가 진행됐다. 우선 신천지의 왜곡된 구원관과 전도 방식이 문제로 지적됐다. 신천지는 14만 4000명이 채워지면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린다는 왜곡된 구원관에 입각하여 기성 교회에 침투하여 전도하는 일도 마다치 않고 있다.

▲ 신현욱 소장은 분열 가운데 있는 교회가 신천지의 목표가 되기 싶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NOW 동영상 갈무리)

신현욱 소장(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구리상담소)은 "신천지는 정통 교회에서 신천지로 교인들을 데려가는 것을 밭에서 알곡을 거두어 곳간으로 들이는 추수"로 여긴다며 "이를 정당화하고 세뇌시켜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천지의 산 옮기기 전략은 모든 교회를 대상으로 한다"며 갈등의 소지가 있는 교회가 신천지의 목표가 되기 쉽다고 신 소장은 지적했다.


하지만 신천지의 악랄한 전도 수법을 역이용하여 교회 내에 비판적 목소리를 잠재우려 했던 기존 교회의 시도 역시 경계의 대상으로 이야기됐다. 김종희 대표는 목사가 여신도를 성추행하여 문제가 됐던 삼일교회나 재정 문제 등으로 시끄러웠던 제자교회·분당중앙교회 등을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신천지로 몰아가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대표는 "순수하게 교회를 바로 세우려는 사람과 신천지와 같이 교회를 집어삼키려는 세력이 뒤섞일 수 있다"며 이 둘을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리스천NOW는 이 밖에도 2부 순서를 통해 유경재 원로목사(안동교회)와 한완상 전 총재(대한적십자사)를 잇달아 초대하여 참 신앙인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는 17일 3회 방송에서는 '목회자 과잉 수급과 미자립 교회의 실태'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방송은 토요일 오전 10시이며 같은 날 밤 10시에 재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