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요즘처럼 한국사회에서 큰 눈길을 얻은 때는 일찍이 없었다. 이 눈길이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모습 때문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욕을 먹을 만한 일을 일으켜 한국교회는 한국사회로부터 눈 흘김을 당하고 있다. 지금이 바로 이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실을 제대로 짚어 볼 때라고 생각한다.
왜 한국교회가 눈총 맞을 일을 자꾸 일으키고 있는가? 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국교회의 각 교단이 목회자 후보생을 뽑을 때 사람됨을 제대로 바르게 살피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로 한국교회 거의 모든 교단은 오늘날 목사 후보생을 뽑고 목사 안수를 주는 과정이 거의 비슷하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목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정하고, 신앙 생활하는 교회의 목사에게 말하면 목사는 당사자를 목회자 후보생으로 노회에 추천한다. 추천서를 받은 노회는 정기 노회 기간 동안 노회가 마련한 목사 후보생 시험을 치르게 한다. 이 시험을 합격한 뒤에 신학 대학 혹은 신대원 입학시험을 치루고 신대원 3년을 마치고 1년 뒤에 시험을 치룬다.
바로 강도사(혹은 준목) 시험이다. 강도사 시험을 합격한 뒤에 정해진 기간이 지나고 나이(보통 30세 이상), 결혼 여부 등 또 다른 자격을 갖추면 노회에서 목사 시험을 치루고 이 시험 다음에 열리는 정기 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는다. 물론 이 과정 중에 목사로 부름을 받은 사람은 혼자서 부름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더불어 앞날의 목회를 준비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말한 대로 겉으로는 목사 후보생에서 목사 안수 받는 과정은 시험의 계속일 뿐이다.
이 과정에 목회자의 인성이나 성품은 전혀 시험의 대상이 아니다. 목사 후보생 시험에서 목사 안수를 받는 동안 그 사람됨을 들여다 볼만한 여유가 왜 우리에게는 없는가? 사람됨을 굽어 살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물음에 단 하나뿐이고 흠 없는 답이 될 수는 없지만 지금 영국교회의 모습이 우리에게 적게 혹은 많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3회에 걸쳐 글로 싣고자 한다.
영국교회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 쪽에는 성공회, 감리교, 그리고 개혁교회(URC)가 있다. 다른 쪽에는 침례교, 오순절 교회 그리고 다른 여러 교단들이 있다. 이 두 가지로 나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법적 증명서를 떼어줄 수 있는 자격이다. 성공회, 감리교, 그리고 개혁교회에서 일하고 있는 교회의 목사는 출생증명서, 사망증명서, 결혼증명서들을 떼어줄 수 있으며, 그 문서는 공문서로 인정을 받는다. 다른 교단은 이러한 공문서를 떼어줄 수 없다. 또 다른 점은 앞에 소속된 교단의 목사는 군목, 교목, 원목, 기관 목사 그리고 사목으로 봉사할 수 있다.
그러면 영국교회는 어떤 차례를 걸쳐 목사 후보생을 뽑는지 살펴보자. 이 예는 주로 성공회, 감리교, 그리고 개혁교회에서 오늘날 행해지는 제도다. 먼저 목사 후보생이 될 수 있는 최소한 조건은 세례 교인으로 4년 이상 한 교회에 출석해 신앙 생활한 사람이어야 한다. 4년이라는 기간은 단순히 시간의 지남을 뜻하지 않는다. 4년이라는 기간은 한 개인에 관해서 그 교회의 목사 그리고 성도들이 그 후보생의 사람됨을 알 수 있는 가장 짧은 기간을 뜻한다.
교회에 출석해 신앙 생활하는 중에 하나님에게 목회자로 부름을 받고, 이 부름에 피하지 않겠다는 믿음이 서게 되면, 먼저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에게 면담을 신청한다. 이 면담에서 자신의 부름 받음을 설명하고 목사는 그가 받은 부름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확인한다. 그래서 부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담임목사는 문서로 교회의 당회(Elders' Meeting)에 알린다.
보고를 받은 당회는 부름을 받은 당사자를 직접 면접하게 된다. 이 면접 다음에 당회는 3인위원회를 만든다. 이 3인위원회는 다시 당사자를 면접하는데 이 면접은 담임 목사의 면접과는 그 내용면에서 많이 다르다. 위원회의 면접은 실질적이다. 당사자의 가정을 찾아가서 부름을 받은 그 한 사람은 물론이고 그의 가족들까지 모두를 면접한다.
이 면접은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씩 그리고 한 무리로 나아간다. 이 면접은 먼저 가족 간의 관계를 제대로 아는데 목적이 있다. 한 개인의 사람됨은 가족 간의 관계에서 거짓 없이 그 바탕이 제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원만한 관계는 바로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원만한 인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이 면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당사자 못지않게 배우자(남편 혹은 아내)에 대한 빈틈없는 면접이다.
배우자의 면접을 통해서 3인위원회는 배우자가 남편 혹은 아내가 목회 소명을 감당하려고 훈련을 받는 동안, 그리고 목회를 하는 동안 말 그대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함께 할 마음이 있는지를 알고자 한다. 개인의 삶과 생각을 크게 존중해주는 사회이지만 목회자에 대해서만은 아직도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목회에 있어서 배우자의 자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정 방문 면접 후에 3인위원회는 면접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교회 전체에 보고를 한다. 일정 기간 공포 후에 교회는 정기 제직회 때에 3인위원회가 만든 문서를 바탕으로 교회가 부름 받은 당사자를 노회에 추천할 것인지 찬반 투표를 한다. 눈여겨 볼 일은 이 제직회 중에 물을 것이 있는 제직회원은 누구든지 부름을 받은 당사자에게 물어볼 기회가 있다. 묻는 내용은 주로 신앙관 그리고 목회관이다.
물음이 끝난 다음 찬반 투표를 한다. 투표는 비밀 투표가 아닌 공개 투표다. 당사자는 자신과 관계 있는 안건에서 교인 중에 누가 찬성을 하고 반대를 했는지 알게 된다. 이만큼 영국교회는 일을 숨김 없이 한다. 제직회에서 절반 이상이 노회 추천에 대해서 찬성을 하게 되면 이 안건은 당회로 넘어간다.
정기 당회는 제직회에서 넘어온 이 안건에 관해 지금까지 당사자에게서 눈에 띄는 잘못이 없으면 바로 통과시킨다. 이 모든 과정 중에 이 안건만을 다루기 위한 특별 당회나 제직회는 없음을 눈여겨 볼 일이다. 특별 제직회 혹은 당회를 열지 않음은 이 목회자 후보생을 노회까지 추천하는 과정 속에서 시간의 여유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의 여유는 교회, 그리고 교인들이 그만큼 당사자의 사람됨을 살펴볼 기회를 더 갖게 한다.
당회를 통과한 이 안건을 노회에 보고한다. 보고를 받은 노회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이러한 영국교회의 모습은 한 사람의 인성과 품성을 갖춘 목회자를 키우는데 있어서 교회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교회 제직회를 통과한 목사 후보생 추천 서류는 노회에 넘어간다. 서류를 받은 노회는 목사장로로 5인 위원회를 만든다. 이 위원회는 먼저 목사 후보생을 개인별로 면접을 하는데 면접 주제는 주로 가족관계·신앙관·소명의식 그리고 앞날의 꿈이다.
일정기간 소양 교육을 받은 뒤 노회는 목사 후보생으로 하여금 먼저 예배를 인도하게 한다. 예배를 인도하는 교회는 노회가 정해준다. 교회가 정해지면 목사 후보생은 개인적으로 교회와 연락하고 상의해서 그 교회 현실에 고려해서 찬송가 그리고 예배 기도자를 정해야 한다. 설교 본문은 후보생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력에 따라 정해진다.
면접과 예배 인도를 마치고 나면 노회 목사훈련 위원회 5명의 심사위원이 후보생의 예배인도 평가와 당일 같이 출석한 배우자를 면접한다. 5인위원회는 지방회에서 3인당 교회 목사와 장로 1인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실격하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데 이때는 노회의 다른 교회 저녁예배를 인도하게 된다.
이때 예배인도와 면접이 통과하면 정기 노회 때에 그동안의 면접 그리고 예배 인도 등 활동상을 문서로 작성보고 한 뒤 목회자 후보생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를 투표로 결정한다. 노회에서 가입을 허락하면 각 후보생들은 지원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 지원서는 대략 30쪽 분량이다. 지원서에는 목사 후보생으로서 그간의 과정, 즉 공동회·노회·지방회를 거치면서 겪고 느낀 점을 주로 기록하게 된다.
노회는 작성된 지원서를 총회로 보낸다. 지원서를 받은 총회는 각 노회에서 올라온 서류를 접수하고 1년에 3~4회 정도 후보생을 불러 합숙을 하게 한다. 대개 한 번에 2,3일 동안 후보생들이 합숙을 한다. 이 합숙에는 감독관이 함께 하고 감독관과 더불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같이 합숙을 한다.
이 전문가들은 주로 신경정신과 의사, 상담가, 목사 등이다. 함께 합숙을 하는 동안 이 전문가들의 목사 후보생들 개개인을 면접하는 것뿐만 아니라 목사 후보생들과 함께 평상시와 다름없는 생활을 한다. 서로 어울려 지내면서 전문가들은 한 명 한 명 목회자 후보생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평가한다. 예를 들면 신경정신과 의사는 식사하는 동안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각 개인의 심리 상태 혹은 인성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또 인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후보생을 조별로 나누어서 게임을 시키기도 한다. 이는 게임과정 혹은 게임의 승부에 따라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게임에서 졌을 때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겨내는지도 중요한 관찰 사항이다. 목회자 후보생으로 참여한 당사자는 이 과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완전히 속을 뒤집는구먼."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총회는 각 후보생들의 적성에 따라 목회자, 선교사, 행정, 교육요원으로 분류를 해서 다시 지방회로 서류를 보낸다. 이때 대부분의 후보생이 떨어진다. 서류를 받은 지방회는 15인 위원회에서 각 후보생별로 개인 면접을 한 뒤 총회 서류를 참고로 그들의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단 신학교, 또는 연합 교단 신학교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도록 권한다.
영국 국민 중의 약 62%가 기독인이라고 고백을 하지만 이 중 7%만이 정기적으로 주일 예배를 드린다. 이 7% 중에서 백인이 아닌 아시아인, 아프리카인의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또 목사가 되고자 하는 이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한 명의 목사가 때로는 3, 4개의 교회를 동시에 목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즉 목회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영국의 각 교단은 목사가 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영국 지역사회에서 목회자는 지역사회의 신앙은 물론 주요 지역사회문제를 인도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지위 때문인지 목사 수가 많이 부족하도 제3세계(기독교 세력)에 그 문호가 거의 닫혀 있다. 물론 이곳 백인들에게도 그 문은 쉽게 열려지지 않고 있다.
3, 4년 전에 영국 개혁교회(URC-United Reformed Church)는 모두 12명의 목사 후보생 지원서를 받았다. 교회와 노회의 추천서와 지원서를 접수한 총회는 물론 이 12명 모두에게 관문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합숙의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합숙을 통해서 개혁교회는 오직 단 두 명만을 최종적으로 목사가 되는 마지막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신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회에 추천을 했다.
(이 기사는 영국(England)에서 개혁교회의 목회자 후보생이자 교단 위탁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과 나눈 이야기를 참고로 한 글임을 밝힌다.)
문현인 목사 / 영국 버밍엄 소재 Queen's Theological College에서 신약학 박사과정 중(Ph.D).
자료출처 :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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