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학

[스크랩] 하나님이냐 하느님이냐 -하나님 호칭 논쟁 (기영렬)

수호천사1 2012. 5. 18. 21:54

하나님이냐 하느님이냐 -하나님 호칭 논쟁


공동번역 성경에는 유일신 하나님이 ‘하느님’이라는 단어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천주교와 개신교가 합작해서 번역한 것이 공동번역인데 ‘하느님’이라는 말은 개신교도 천주교도 쓰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하나님 호칭에 대한 논쟁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1970년대에 공동번역 성경이 시작될 때 가장 큰 이슈는 하나님 호칭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천주교는 ‘천주’를 주장했고 개신교는 ‘하나님’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서로 여러 가지로 타협점을 모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모두 한발씩 물러나 ‘하느님’으로 통일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공동번역 성경은 불행하게도 개신교와 천주교 모두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개신교는 하나님에 대한 호칭으로 ‘하나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개신교가 처음 전래되고 성경이 번역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의 경우에는 하나님의 호칭에 대한 사용이 마치 춘추전국시대와 같았습니다. 한국에 공식적으로 선교가 시작된 것은 1884년 북장로교 선교사 알렌이 입국하면서부터 입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1904년 까지도 개신교 선교사들은 호칭문제에 대해서 확실히 의견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상제’, ‘천주’, ‘여호와’, ‘하느님’, ‘하님’이 혼란스럽게 사용되었으며 어느 명칭을 사용할 것이냐를 놓고 선교사들 간에 적지 않은 마찰과 갈등도 있었습니다. 예로 언더우드와 기포드 선교사는 유일신 하나님을 ‘천주’로 호칭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게일과 마펫 선교사는 ‘하님’으로 호칭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럼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성경에 나타난 유일신 하나님을 나타내는 단어를 우리말에서 골라내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어에는 여러 신들을 의미하는 신(god)과 유일신 하나님을 나타내는 (God)가 분명하나 한국에는 유일신 개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신들 가운데 으뜸신의 개념으로 ‘상제’ 혹은 ‘하느님’ 의 개념이 있었으나 성경에 나타난 유일신의 개념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첫째는 ‘상제’, 또는 ‘하느님’을 사용하자는 의견입니다. ‘하느님’은 하늘의 으뜸 신으로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이 있으므로 거기에 유일신의 개념을 가르치면 될 것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많은 반대를 가져왔습니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오히려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개념과 여러 신 가운데 으뜸인 하느님의 개념이 혼합되어 ‘여호와 하나님’도 여러 신중에 한 신의 개념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여호와를 사용하자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호칭과 이름을 같이 쓰는 부분에 있어서는 설득력을 얻지 못했습니다. 셋째는 하님을 사용하자는 주장입니다. 이것은 다수 선교사들의 지지를 받았고 장로교 감리교 선교사들이 대부분 이 의견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논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제일먼저 ‘상제’가 고려대상에서 탈락한 후 “천주”와 하님을 놓고 논쟁했습니다. 그런데 ‘천주’를 고집하던 언더우드는 나중에 자기의 이 주장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그가 한국의 고유종교를 탐구하다가 고구려시대에 한국 민족이 ‘하님’이라 불리는 유일신을 섬겼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하님도 으뜸신의 개념 가운데 하나였지만 그 안에 유일신 개념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독교의 유일신 개념으로 가르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토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이것은 애국가의 첫 소절입니다. 여기서 신의 호칭으로 쓰여 있는 ‘하느님’은 원래 ‘하나님’이었던 것이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따라 ‘하느님’으로 바뀐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공교롭게도 현재 기독교의 하나님이 수많은 논쟁 끝에 ‘하나님’으로 정착된 데에는 또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번 글에 설명 드렸듯이 선교초기 ‘하나님’에 대한 명칭은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성경번역본에 분명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실례로 1884년 한문성경을 기초로 번역 출간한 이수정의 마가복음서 에서는 하나님이 ‘천주’로, 1882년 로스의 누가복음에서는 ‘하느님’으로, 그 다음해 출간된 로스의 요한복음은 ‘하나님’으로, 1887년에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로스역을 수정하여 번역한 마가복음서는 ‘상제’로, 1897년에 스크랜톤이 번역한 베드로전후서는 ‘천주’로, 1897-8년 게일의 갈라디아서와 에베소서 그리고 1892년 아펜젤러의 마태복음에는 ‘하나님’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00년도 들어서 한 가지 이름으로 통일 되었습니다. 그해 성서번역위원회의 번역한 시험용 신약성경에는 ‘천주’로 출간되었다가 같은 해 성서번역위원회는 하님 이라는 한 가지 명칭을 사용해 성경을 공식적으로 출판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933년에 제정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아래아(ㆍ)가 폐지됨에 따라 ‘하님’이 ‘하나님’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아래아는 사실 ‘하느님’과 ‘하나님’의 중간정도의 발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래아가 탈락될 때 ‘하나님’이 사용된 데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는 ‘하님’을 발음함에 있어서 중부이남 사람들은 ‘하느님’에 가깝게 발음했고 서북지방 사람들은 ‘하나님’에 가깝게 발음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대부분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서북지방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하나님’으로 발음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하느님’의 의미가 기독교의 유일신을 설명하기 보다도 자연신에 가까운 개념으로 이해될 확률이 높았습니다. 왜냐하면 ‘하’이 ‘하늘’로 표기됨으로 만약 유일신 하나님을 ‘하느님’으로 할 경우 자연신의 개념을 떠올리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하느님’보다는 ‘하나님’으로 정착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에 쐐기를 박은 것은 1939년 장로교와 감리교는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기독교의 유일신은 ‘하느님’이 아닌 ‘하나님’이라고 한 선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이나 하나님이나 모두 같은 의미 이므로 하이 하늘로 정립되었으므로 하님도 하느님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숫자의 하나라는 개념에서 나왔다면 그것은 오히려 숫자에다 ‘님’을 붙여서 더 어법에 맞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대부분의 성도들의 생각에 ‘하나님’은 영어의 ‘God’처럼 기독교의 유일신의 개념이 자리했고 ‘하느님’은 영어의 ‘god’처럼 일반적인 신들을 일컫는 의미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을 구지 ‘하느님’으로 표기해야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호칭함에 있어서 ‘하느님’과 ‘하나님’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기영렬 목사

출처 : 내 사랑 중국 ♡ MyLoveChina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