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음악을 비롯한 각종 전통음악을 연주할 때 우리나라 음악의 특성 중에 하나는 지휘자가 없어도
많은 연주자들이 훌륭하게 연주를 하는 모습이다.
이것을 보면서 독일의 퀼른 음대 학장인 켄테 박사는 “이것은 영의 음악이다”라고 감탄을 거듭하였다.
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 백여 명의 연주단원들이 한 시간이 넘는 곡들을 지휘자도 없이
악보도 안보며 눈을 감고 틀리지 않게 연주하는 모습은 신기하고 경이로운 일인 것이다.
서양음악은 눈으로 보며 지휘자에 의하여 연주되지만 전통음악은 소리를 들으며
장구 장단에 따라 연주자들이 연주하므로 장구는 지휘자 역할을 감당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한국음악을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음악의 장단을
먼저 알고 배워야 하며 장구를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
장구는 궁중음악을 비롯하여 의식음악, 관현악합주, 가곡, 시조, 민요, 민속놀이와 불교, 유교,
무속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활용되며 농악을 제외한 우리 음악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타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악기라 할 수 있다.
장구는 장(杖), 즉 채를 쳐서 소리를 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머리가 크고 허리가 가늘다 하여
‘세요고’(細腰鼓), 또는 ‘요고’라는 이름을 쓰기도 했다.
장구에 대한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는 고려 문종30년(1075년)의
대악관현방(大樂菅絃房-궁중의 음악관서)을 정하였을 때
장고업사(杖鼓業師)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은사지에서 출토된 청동에 새겨진 그림이 있다.
오래된 자료인 고구려의 고분벽화와 통일신라 이후에 속하는 상원사 동종의 아래 띠에 나타나는
주악도를 보아서도 장구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우리 민족의 고유 악기로서 민족과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한 우리의 소중한 악기이다.
장구 장단 중에서 대표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지고 쓰이는 것은 ‘굿거리장단’이다.
그러나 “하나님께 드려지는 거룩하고 신성한 찬송을 어떻게 굿할 때 쓰는
굿거리장단으로 할 수 있느냐?”라는 많은 항의가 필자에게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굿거리장단’을 굿할 때 쓰는 장단으로 아는 모양이다.
‘장단’은 음악의 빠르기를 표시하는 용어로서 판소리에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그리고 휘모리, 자진모리가 있다.
진양조는 아주 느리게, 중모리는 중간속도로 몰아가라는 표시이고
중중모리는 중모리보다 약간 빠르게 몰아가라는 표시다.
휘몰이는 휘몰아치듯 몰아가라는 박자이며 자진모리는 자지러지게 몰아가라는
아주 빠른 박자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세마치’, ‘동살풀리’, ‘굿거리’, ‘타령장단’ 등 여러 종류의 장단 이름이 있으며
‘굿거리’는 그 장단들 중에 하나의 이름이다.
굿은 무속신앙의 예배 행위를 표현하는 단어로 현재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성도들에게는 가장 거부감이 드는 말이다.
악기가 없던 상고시대에는 그릇이나 칼, 혹은 창으로 악기를 대신하여 두드리면서
노래와 춤의 반주 역할을 하였는데 그 그릇을 우리말로 ‘구유’ 혹은 ‘구시’라고 하며
‘구시치기’의 준말로 ‘굿’이 되었다.
사람이 사용하는 그릇을 구시, 그리고 돼지나 소와 말이 사용하는 그릇을 구유라고 해서
지금도 말구유 혹은 소구유라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구시나 구유라는 말이 삼국시대에 ‘고취’(鼓吹)한다는 발음으로 불렸으나 근세에
‘고사’ 혹은 ‘굿’이 되어 종교적인 무속의 용어가 되어 버렸다.
굿의 종류에는 놀이 굿인 ‘고싸움 굿’, ‘횃불싸움 굿’ 등이 있으며 음악 굿인
‘소리 굿’, ‘절림 굿’ 등도 있으며 다양한 축제 굿들도 있다.
승려들이 절의 증축을 위해 모금을 하기 위한 ‘걸량 굿’, ‘걸림 굿’을 비롯해
무속의 ‘액맥이굿’, ‘당굿’, ‘풍어굿’, ‘성주굿’들도 있다.
그러므로 요즘말로 굿이라는 포괄적 의미는 노래하고 춤추는 ‘쇼(show)’이고
‘축제(party)’이며 마을의 잔치를 연상하면 된다.
몇년 전 청와대 비서관이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부 언론에 대해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는 글을 청와대 브리핑에 올렸다가
큰 고혹을 치르기도 했듯이 굿이란 무속종교의 신앙행위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놀이나 축제를 빗대어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므로 ‘굿거리장단’은 굿할 때 쓰는 장단이 아니라
축제적 의미의 기본적 장단이라 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굿거리장단’은 서양 음악과 비교하여 볼 때 ‘보통빠르기’로서 모데라토 정도의 속도이다.
그러므로 굿거리장단은 ‘굿’하고는 아무상관이 없다.
한국국악선교회 회장. 황대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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