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 주의(Augustinianism)
아우구스티누스주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을 반
영하고 있는 철학사상들의 복합체로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
이후에 등장했던 철학자들 중 많은 인물들이 그의 주요사상들을 재진술했을 뿐
만 아니라 종종 그것들을 자신들의 독자적인 해석을 통하여 변형시키기도 하였
다. 이러한 해석들은 때로는 다른 사상의 학파들, 특히 아비켄나 학파와 아리
스토텔레스 학파의 영향 하에 생겨난 결과이기도 하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
우구스티누스에게서 분명히 드러나 있지 않은 학설들-예컨대 형상 다원론이나
우주 질료형상론-이 명시적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한 상당히 중요한 것으
로 기술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중세시대에 아우구스티누스적 전통이라고 불
리고 있는 것이 생겨나게 되었고 후일 더욱 발전되어 그 전통은 프란체스코 수
도회와 아주 긴밀한 관계를 지녔다. 이러한 전통은 아퀴나스의 시대에 이르기
까지 중세기 사상을 지배하였다. 아퀴나스 이후 이 전통은 토마스주의와 또다
시 부활한 일종의 아리스토텔레스주의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점차 붕괴되고 더
이상 어떤 독특한 학파나 전통을 나타내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전통은
다양한 정도에 따라 중세 후기와 현대 철학자들을 고무시키거나 그들의 특징을
이루는 그런 정도의 영향력은 계속 발휘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주의의 주요 주
제들은 다음의 일곱 가지 표제 하에 논의될 것이다.
1. 신앙과 이해: 신앙과 이해(혹은 이성) 사이의 관계는 철학과 신학의
관계를 암시해주는 것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구조 속
에서 중심적인 것이다. 또한 기독교적 지혜와 기독교적 신비주의의 개념도 그
러하다. 아우구스티누스 사상 속에 나타난 신앙과 이해의 관계를 설명한 가장
영향력있고 주요한 표현들 가운데 하나는 안셀무스의 유명한 공리 속에 요약되
어 있다: Credo et intelligam(이해하기 위하여 나는 믿는다). 아벨라르두스
는 이와 유사하게 이해에 대한 신앙의 우월성을 철학의 기능에 대한 자신의 논
평들 속에서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나는 바울을 부인하는 것이 필요한 것
이라면 철학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스도로부터 분리되는 것이 필요한
것이라면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들에게
주어진 하늘 아래 다른 이름은 없으며 그것에 의해서 우리는 구원받음이 분명하
기 때문이다.'" 로저 베이컨에게 있어서는 신학과 철학과의 관계가 극히 아우
구스티누스적이다. 과학적 방법과 실험을 신뢰하는 열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
고 보수적인 신학자였던 베이컨은 최고의 지혜가 성경 속에서 발견된다고 확신
하였으며 철학은 오로지 그 지혜를 설명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확신하였다. 이
와 유사한 주제가 보나벤투라에 의해 그의 저서 [De Reductione Artium ad Th-
eologiam]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는 모든 학문과 철학이 신학에 종속되어야 하
며 또한 차례로 그 신학은 신앙과 하나님의 사랑에 종속디어야 한다고 단언하였
다. 그 까닭은 신앙만이 인간으로 하여금 오류를 피할 수 있게 해주며 하나님
과의 연합을 이룰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성에 대한 신앙의 이
우위성을 받아들이고 신학에 대한 철학의 완전 종속성을 인정한 또 다른 중세
철학자들로는 알렉산더(Alexander of Hales), 라 로첼레의 요안네스, 아쿠아스
파르타의 매튜, 로저 마스턴(Roger Marston) 등이 있었다.
2. 심리학: 아우구스티누스주의 심리학의 특징은 인간을 육체를 사용하는
영혼으로 정의하고 영혼과 육체의 관계를 이 정의를 통해 암시한다는 점이다.
영혼은 삼위일체의 한 형상으로 간주되며 그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식을 지니
고 있다고 말해진다. 세인트 빅토르의 휴는 저명한 아우구스티누스주의자였다.
그것은 단지 그의 신비주의 때문만은 아니고 그가 영혼과 인간을 동일시하고 우
리 인간들은 영혼과 그 영혼의 정신성에 대한 직접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는 영혼과 육체의 연합을 '혼합'으로 묘
사하지 아니하고 '병치'의 일종이라고 묘사하였다. 그와 유사하게 오베르뉴의
기욤도 인간을 육체를 사용하는 영혼이라고 설명하고 육체의 모든 부분들 속에
영혼이 임재하고 있음을 긍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영혼 그 자체에 대한
지식보다 영혼에 있어서 더 본질적인 지식은 없다"라고 진술한 점에서, 아우구
스티누스주의자이다. 보나벤투라의 신비주의의 특징은 영혼이 하나님에게로 향
하여 가며, 인간의 영혼 속에 삼위일체가 임재하며 영혼이 그 자체에 대한 직접
적인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 원리는 아우구스티누스주의자 심리학과 아우구
스티누스주의 인식론 모두의 특징이다. 이 원리는 '내면화의 원리'라고 불리어
왔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원리를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즉 "마음에 임재
하여 있는 것처럼 그렇게 지식에 그것이 임재하여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혹은 마음 그 자체와 똑같이 그렇게 마음에 임재하여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근
대철학에서 이 내면화의 원리는 데카르트.파스칼.토마소 캄파넬라.모리스 브롱
드 등과 같은 저술가들에게 중요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3. 인식론: 아우구스티누스주의자 인식론은 중세 철학자들에게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흔히 아리스토텔레스주의와 타협하였다.
이런 타협은 특히 감각작용이 본질적으로 영혼행위의 하나라는 아우구스티누스
이론에서 찾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모범개념들에 관한 학설과 관계가 있는
신적 조명 이론과 진리란 하나님과 동일한 것이며 그것은 모든 마음 속에 존재
하여 있으나 그 마음들보다 우월하다고 보는 진리개념 등은 이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이 신적 조명이론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인
식론고 혼합되기도 하였다. 안셀무스는 지식이란 하나님과 하나를 이루는 하나
님의 이념들 위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오베르뉴의 기욤은 신적 조
명학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는 신적 조명이 어떤 이해할 수 있는 형상들에
대한 직관적인 지식을 우리에게 부여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로스테스테는 아우
구스티누스의 신적 조명이론을 과학 내의 경험적 접근방식과 결합시켰다. 즉
그는 진리란 한 사물과 그 사물의 신적 모형과의 일치라고 간주하였다. 로저
베이컨은 신적 조명을 영감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신적 조명 속에 나타나는 신의
행위를 현실적 지성 행위와 비교하였다. 알렉산더는 신적 조명이론을 아리스토
텔레스의 추상론과 결합시켰다. 라 로첼레의 요안네스도 또한 두 가지 인식론,
특히 현실적 지성과 신적 조명의 개념을 결합시켰다. 보나벤투라와 아쿠아스파
르타의 메튜도 역시 아우구스티누스의 지식론을 수정하였다. 전자는 감각지식
과 추상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과 가능적 지성과 현실적 지성의 존재에
관한 그의 설명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진리의 획득을 위해서는 신적 조명이
필요하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생각도 받아들였다. 아쿠아스파르타는 아우구스
티누스의 감각론을 수정하였다. 반면 로저 마스턴과 페트루스 올리비는 아우구
스티누스의 인식론을 거의 그대로 따랐다. 근대 철학자들 가운데 아우구스티누
스의 신적 조명론의 영향을 특별히 받은 학자들은 말브랑쉬(Nicolas de Maleb-
ranche), 안토니오 로스미니, 빈첸초 기오베르티 등이다.
4. 종자 상태의 이성(rationes seminales): 아우구스티누스가 6일 동안의
창조가 있은 후 질료 속에 잠재해 있는 것이라고 묘사한 rationes seminales(
'물리적 힘들' 혹은 '종자들')에 대한 개념은 13세기 아우구스티누스주의자들의
철학체계들 속에 아주 뚜렷이 재현되었었다.
5. 질료 형상론과 형상의 다원성: 질료형상론과 형상의 다원성은 아우구
스티누스의 사상에서부터 발전되었던 학설들이었다. 후자는 그로스테스테의 빛
의 형이상학과, 육체를 수많은 다른 형상들-예를 들어 요소들, 식물들, 동물들
등의 형상들-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그의 분석 속에 최초로 나타났었다
고 말해지고 있다. 어떤 육체에 의해 소유되는 최고의 형상을 빛이라고 그는
주장하였다. 그런데 그 빛은 '유형의 형상'이라고 지칭되었다. 형상의 다원성
은 그로스테스테 이후의 아우구스티누스주의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졌으며, 특
히 보나벤투라.룰루스.둔스 스코투스 등의 철학자들에게서 현저하게 주장되었
다. 보편적으로 이 이론은 여기에서 당연히 추론되어 나오는 보편적 질료형상
론과 더불어 나타났다. 질료형상론은 모든 피조물들은 질료와 형상으로 구성되
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하여 천사적 존재와 인간의 영혼들은 형상과
영적 질료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여졌다. 이런 학설들을 통하여 보나벤투라나
스코투스같은 철학자들은 육체와 떨어져 있는 인간의 영혼의 실체적 성질이 완
전무결하다는 자기들의 생각을 보다 효과적으로 주장할 수 있었다. 프란체스코
학파는 양 학설을 강력히 지지하였다. 특히 킬워드비와 페컴은 인간의 실체적
형상의 단일성을 주장하는 토마스주의 학설을 신랄하게 반대하는 데에 이 형상
의 다원성을 사용하였다.
6. 역사의 의미: 아우구스티누스는 기독교의 계시 속에 표현된 주기적 역
사개념과 성육과 구속의 교리들을 단호히 거부하였다. 역사란 신의 계획과 섭
리의 한 부분이며 신적 이성의 임재를 반영하고 있다. 신의 은총의 부여는 인
간에게 희망을 주며 인간이 지상의 도성에서의 순례가 끝난 후 하나님의 도성에
서의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중세기 철학자들 중 이런 아우구스
티누스의 사상의 영향을 벗어난 학자는 거의 없다. 이 사상은 단테의 작품과
기독교 공화국에 관한 로저 베이컨의 사상 속에 특히 현저히 드러나 있다. 이
사상은 캄파넬라.보쉬에.라이프니쯔 등과 같은 후대의 철학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이 사상은 진보와 사회적 유토피아 사상에 대한 현대적으로 세
속화된 변형들 속에 간접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7. 자비의 윤리와 의지의 우월성: 아우구스티누스가 공식화된, 자비의 윤
리와 인간 속에서의 지성에 대한 의지의 우월성의 원리는 종교사상의 발전에 있
어서 중요한 것들이었다. 전자는 은총과 선택과 예정 등의 상호관계를 지닌 교
회들과 더불어 종교적 윤리에 필수적인 것이다. 그것은 프란체스코 학파들 내
에서 보편적으로 수용되었으며 모든 중세 신학과 윤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
하였다. 그것은 루터와 칼빈 등 후대의 사상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의지
의 우월성의 원리는 지적 조명과 마찬가지로 도덕의 필요성을 주장한 보나벤투
라의 역설 속에 반영되어 있다. 미들턴의 리처드는 의지란 다른 어떤 능력에
의해 결정됨이 없이 그 자체를 결정하는 능력의 하나라고 주장하였다. 둔스 스
코투스는 의지란 자유한 것이며 반면 지성이란 알려져 있는 그 어떤 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의지는 이 두 능력들 가운데 더 고상한 능력이
며 지성을 향해 명령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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