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북한선교의 의미와 방향
윤인진집사
올해 우리 교회에는 어느 신도의 목적헌금으로 북한선교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비록 첫걸음을 내딛는 어린 아이와 같지만 앞으로 북한선교의 주역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본 글에서는 북한선교위원회의 성장‧발전을 기원하면서 북한선교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북한선교는 북한에 거주 혹은 적(籍)을 두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기독교 선교활동을 가리킨다. 북한은 우리에게 군사적으로 위협이 되는 안보의 대상인 동시에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대상이기도 한 이중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북한은 통상적인 선교가 불가능한 특수한 지역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 교회의 북한선교의 관점은 북한에 대한 인식과 선교 방법의 차이에 의해 분열되고 대립해왔다.
크게 북한선교의 관점은 진보와 보수진영으로 구분된다. 진보진영은 민족통일이 곧 선교라는 전제를 갖고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 남북한의 정치적 통일을 추구한다. 진보진영은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상대로 인정하고 우선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교류 확대를 통해 남북한간 신뢰와 기술‧경제적 상호의존관계를 확대하고 나아가 정치 영역에서도 협력을 증진하여 정치통합을 이루고자 한다. 반면 보수진영은 북한에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재건하는 것이 북한선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보수진영은 영혼구원을 위한 직접적인 개인전도가 빠진 선교사역은 의미가 없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 진보와 보수진영의 상이한 북한선교관은 서로를 용공세력 또는 서구 제국주의자로 비판하면서 대립과 갈등을 빚어왔다.
우리는 진보와 보수진영의 두 관점들이 상호배타적이라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두 관점들의 긍정적인 측면들을 수용하여 총체적인 북한선교의 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의 북한선교의 지향점은 “통일이냐 선교냐”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민족통일을 위한 모든 학문적, 정치적, 사회적 노력과 북한주민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여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으려는 복음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즉 북한선교는 민족통일과 북한 복음화의 결합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1)
21세기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이에 북한선교의 두 요소인 민족통일과 북한 복음화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재정의되고 수정될 필요가 있다. 분단 이후 남북관계는 55년 동안 정체와 대립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현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계승한 평화번영 정책을 통해 ‘당장의 법적인 통일’보다 현실적인 ‘사실상의 통일’ 추진이라는 공존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기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 통일 이후 서독이 엄청난 통일비용으로 후유증을 겪게 되면서 독일이 경험했던 ‘선통일 후통합’ 방식이 아니라 ‘선통합 후통일’ 방안이 우리 사회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선통합 후통일’ 방안은 우선 남북한이 부문별로 서로 통합 가능한 지점들을 찾아내어 점진적인 통일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상호합의 하에 단계적으로 실천해 나가다가 적절한 시기가 오면 대등한 위치에서 통일을 이룸으로써 통일비용과 통일 이후의 후유증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통일의 궁극적인 목적이 단지 체제상의1) 서울신학대학교 북한선교연구소(http://www.imm4n.org) 자료실(200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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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인 하나됨이 아니라 분단된 동족간의 더불어 살아가는 민족공동체적 복지사회의 건설이라고 한다면 분단 반세기 동안 이질화의 길을 걸어온 남북한 주민들이 하나가 되는 민족통합이 민족통일보다 상위 목표이다. 이런 점에서 민족통일보다는 민족통합이 21세기 북한선교의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기독교는 55년간 이질화의 길을 걸어온 남북한 주민들이 신앙을 통해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 복음화의 방법도 현실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북한은 여전히 외부에 폐쇄되어 있고 종교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를 보이는 지역이므로 통상적인 방법이 아닌 창의적인 선교가 필요하다. 북한으로 성경책을 몰래 보낸다든지 탈북자를 훈련한 후 북한으로 보내 북한주민을 복음화 한다든지 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무모할 뿐만 아니라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오히려 북한에 인도적인 지원과 의료 및 교육사업을 통해 북한 주민을 감복시키고 자신들을 도와 준 한국 교회에게 감사하여 마음을 열게 하는 간접적인 방법이 효과적이다. 또한 국내에 들어 온 탈북자들을 활용하여 이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고 소식을 주고받을 때 복음의 소식도 함께 전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아울러 지금 당장 선교의 결실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통일 이후를 대비하여 북한 주민과 교류가 잦은 조선족을 복음화하고 국내에 있는 탈북자를 선교사로 육성하는 미래지향적 투자가 필요하다.
정리하면 21세기 북한선교는 민족통합과 북한 복음화를 목표로 북한주민의 영적 복음화뿐만 아니라 신체적, 사회적 안녕을 개선하기 위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의료, 기술적 노력 등을 포함한 총체적 노력으로 정의하겠다. 민족통합의 관점에서 북한선교는 남한식의 교회와 신앙관을 북한에 이식하려하기보다는 남한 기독교의 강점과 약점을 성찰하고, 북한의 체제, 이념, 생활여건과 방식을 이해하고, 남북한 교회가 다함께 학습하고 개혁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복음화의 관점에서 북한선교는 북한주민의 영적인 필요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필요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북한주민이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돕는 사역을 포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식량, 비료, 의료기기와 약품 등을 제공하는 인도지원사업과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국제적 여론을 통해 개혁하고자 하는 노력도 북한선교의 하나의 영역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본 글은 예닮교회의 『예닮지』22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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