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祖國), 고국(故國), 모국(母國)
![]() |
재일교포 마을인 우토로 돕기 모금활동
|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 흔히 말하는 '조국(祖國)'과 '고국(故國)', '모국(母國)'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봤다. 이들 단어는 생활 속에서 무심코 혼용되곤 한다. 그게 그것같아서다.
'조국'의 사전상 뜻풀이는 이렇다. ①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던 나라 ②자기 국적이 속해 있는 나라 ③민족이나 국토의 일부가 떨어져 다른 나라에 합쳐졌을 때 그 본디의 나라.
'고국'의 뜻풀이는 또 이렇다. ①주로 남의 나라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조상 때부터 살던 나라를 이르는 말.
다음은 '모국'의 뜻풀이다. ①자기가 태어난 나라 ②따로 떨어져 나간 나라에서 그 본국을 이르는 말.
하지만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전히 그게 그거같다.
재일조선인 2세인 서경식 도쿄게이자이 대학 현대법학부 교수는 이를 명쾌하게 밝혀준다. 저서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를 통해서다. 엄밀히 말해 이는 일본 언어학자 다나카 가쓰히코가 정리한 개념이다.
그가 전하는 '조국' '고국' '모국'의 차이는 이렇다.
'조국'은 말 그대로 조상의 출신지를 이른다. '고국'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다. 이 둘은 꼭 국가가 아니어도 된다. '모국'은 '국민으로 소속한, 귀속하고 있는 나라'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 국적이 있는 나라가 모국이다.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셋이 겹친다. 이곳에서 조상이 태어났고, 내가 태어났으며, 국적 또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용하는 건 한편으로 당연하다. 그게 그거여서다.
하지만 서 교수처럼 한반도 밖에서 사는 이른바 '디아스포라'('이산'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의 입장에선 다르다. 셋이 같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자들이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고민과 아픔을 소수자들은 남몰래 겪어왔다고 하겠다.
서 교수는 위의 개념에 맞춰 자신의 위치를 밝힌다. 조국은 조상이 태어난 한반도 조선이란다. '조선'이라고 한 이유는 조상이 출생할 때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생기기 이전이어서다.
그의 고국은 일본이다. 자신이 이곳에서 태어났으니 그렇다는 얘기다. 고국이 반드시 국가를 의미하는 건 아니므로 태생지인 교토를 고국으로 불러도 무방하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모국은 자신의 국적이 있고 여권을 발급받은 한국이다.
듣고 보니 세 단어의 의미가 좀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조국, 고국, 모국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말들이 당사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이처럼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다수자와 소수자의 관점 차이다. 쉽게 말해 다수자는 사회적 강자이고, 소수자는 사회적 약자이다. 소수자는 단어의 뜻이 '소수의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구성원의 수가 적음을 뜻하지 않는다. 일종의 권력 관계다.
3.1절 90돌을 맞는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다소 막연히 생각해온 '우리' 안의 소수자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나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재외동포만 해도 700만 명을 헤아린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에 정착한 지 130년이 가까운 2만여 화교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근 들어선 외국인 노동자 또는 외국계 귀화자도 크게 늘었다.
안팎의 소수자를 '우리' 안의 진정한 '우리'가 되게 하기 위해선 용어 사용에서부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용어는 곧 그 사회의 인식과 시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타자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새로운 차원의 '우리'로 다가오리라고 본다.
'민족-디아스포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묵향으로 다시 만난 국제한민족서예교류전 (0) | 2009.03.26 |
---|---|
[스크랩] 고홍주 美국무 법률고문 내정자 (0) | 2009.03.26 |
[스크랩] 중국내 한국인회 안내 (0) | 2009.01.31 |
[스크랩] 대한민국 국민의 [재외국민등록 안내] (0) | 2009.01.31 |
[스크랩] 주중 우리나라 대사관 공지 : 중국체류시 유의사항 (0) | 2009.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