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선교이슈 - 4. 급변하는 선교현장, 새로운 선교패러다임
임일규 기자
작년 11월 할렐루야교회에서 열렸던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비즈니스 선교였다. 전체강의의 강사로 나선 SIM의 그램 켄트 선교사는 새로운 선교패러다임 안에서 비즈니스 선교가 갖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단순히 선교사가 선교현장에서 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사업을 선교사역의 기반으로 삼는 것이 아닌 사업을 통해 그 지역에 성경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데 그 의의를 둔다는 것.
이와 같은 시도는 이미 초대 선교사인 사도바울부터 현대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캐리까지 대부분의 선교사들의 사역 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고 켄트선교사는 이야기했다.
비즈니스 선교의 진정한 가치는 교회와 사회가 분리된 상태로 남겨두지 않고 오히려 사회 안에서 복음이 생명력 있게 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데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사정이 열악한 선교현장에 소규모 사업, 기술훈련학교, 가내수공업, 무역, IT, 학교, 관광업 등을 통해 성경이 이야기하는 사랑과 정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현지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과거에 시행돼오던 전통적 선교방법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선교학자들에게 지적돼 왔던 부분이기에 그만큼 최근 선교계는 비즈니스 선교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즉 비즈니스 선교자체에 대한 기대보다는 비즈니스 선교를 통해 그 열매가 사회전반으로 흘러나가는 총체적 선교로 확장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MT2020의 황성주 목사는 “선교현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미전도 종족에 대한 개념은 ‘미전도 영역’으로, 선교에 대한 개념도 ‘변혁’(transformation)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목사의 이와 같은 주장은 선교사들이 주목해야 할 최종적인 열매는 회심자들이 아니라 ‘회심자들로 인해 그 사회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있었느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황 목사는 “시대가 교회에 요구하는 영적 도구들을 준비해 선교현장으로 가야 할 때”라며 선교사들이 한국교회 안에 성공한 선교적 모델들을 갖고 선교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버지 학교’가 한국사회에 미친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현재 해외 17개 국가에서 아버지 학교가 진행 중이거나 추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각 사회가 갖는 문화적 상황에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아버지가 가정에 미치는 위치와 동시에 아버지란 존재의 변화가 가정이 끼칠 긍정적인 영향력이란 부분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느 가정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국내 아버지 학교는 교회가 아닌 장소에서 열리며 진행과정 가운데 기독교적 색체를 최소화하지만 핵심 가치는 성경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의 선교적 가능성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국내 참석자들의 경우 아버지 학교를 수료 후 교회와 복음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이 상승한 사례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한국 선교계에 필요한 것은 이러한 논의들이 더욱 구체적으로 이뤄져 선교사 동원부터 훈련, 파송, 행정까지 이러한 핵심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한국교회협의회(이하NCCK)역시 11월 중순 서울 명성교회(김삼환 목사)에서 에큐메니컬 선교대회를 가졌다. 대회에서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 아시아 의장 소리투아 나바반 목사는 “한국교회는 미국에 버금가는 선교대국”이라며 새롭게 떠오르는 남반구 교회들에게는 큰 도전을 주고 있다고 거듭 극찬했다. 세계선교의 초점이 ‘하나님’께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한 나바반 목사는 “성부 하나님께서 성자 예수님을 세상에서 보내신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지금 우리를 세상으로 가라고 명령하신다”고 말하며 더 많은 세계교회들이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다만 복음을 받는 선교지의 현지인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이 필요로 하고,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고, 이미 그곳에 교회가 있다면 그곳의 교회지도자들의 리더십을 인정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런 것들이 무시된다면 19세기 서구교회들이 저질렀던 제국주의적 선교의 과오를 반복하는 것임을 경고한 나바반 목사는 “한국교회가 지속적인 선교열정을 갖는 것 만큼이나 필요한 것은 에큐메니컬적 자세를 갖고 세계교회와 연합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정황 가운데 새로운 선교패러다임을 지향하라”고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새로운 선교패러다임은 ‘변혁의 선교’다. 지금 세대를 ‘영성의 세대’라고 정의한 나바반 목사는 “선교에 있어서 영성은 우리 사역의 기반이 된다”며 그 영성이 “성도의 삶의 이유, 삶의 방법, 삶의 목적에 대한 해답이며 우리의 삶을 지속시키는 동기와 역동성을 가져오는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21세기 에큐메니컬 선교의 기본은 변혁의 영성이라고 덧붙인 그는 변혁의 주체인 교회가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어려움에 창의적 대안을 제시하고 실의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고통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함으로 선교사역을 완수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WCC와 협력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몇 가지 구체적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로는 한국교회가 불과 1세기 만에 피선교지에서 보내는 교회로 변화된 선교적, 신학적 의의를 세계교회와 나눠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다가오는 2010년 에딘버러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한국교회의 자전의 힘과 식민지와 전쟁포화 속에서 교회가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 교회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의 관계 등에 대해 나눠준다면 굉장히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둘째로는 떠오르는 비서구 교회들과 리더십을 갖고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나눠달라는 뜻을 전했다. 나바반 목사는 한국교회가 새로운 에큐메니컬 선교운동의 지도적인 위치로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한국교회의 역할은 세계교회가 요청하는 바인 만큼 스스로 어떻게 이러한 리더십을 만들어 갈지 고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셋째는 한국교회가 한반도 평화의 수호자가 되어줄 것과 나아가 동북아평화의 중심에 서달라는 요청.
마지막으로는 선교에 있어 에큐메니컬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의 협력의 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에큐메니컬은 복음주의적이며, 복음주의 안에는 에큐메니컬의 모습이 있다”고 이야기한 나바반 목사는 이분법적 틀을 버리고 양쪽 진영이 적극적으로 교제하고 협력하는데 한국교회가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2010년 에딘버러 대회에서는 에큐메니컬진영과 복음주의 진영은 물론 로만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등 모든 기독교 교단과 교파들이 함께 모인다며 전체 기독교교회의 대연합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내비쳤다.
사회에 대한 교회의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NCCK 회장인 임명규 목사는 정치인들을 비롯해 사회지도층이 아무리 희망을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들이 수년간 사람들에게 소망과 희망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임 목사는 “그러나 사람들에게 소망과 희망을 못 주기는 교회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뼈있는 질문을 던졌다.
인터넷 상의 안티 기독교인들에 대해서도, “그들 역시 우리가 품어야 할 대상”이라고 이야기한 그는 “머리가 아프다고 자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교회가 구태를 벗어던지고 변화되어 구겨진 거룩한 자존심을 회복하자”고 강단에서 선포했다.
바른 선교를 하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 정의, 평화가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한 임명규 목사는 세 가지 모두 한국교회 안에 있으나 연합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점에 대해서 “삼위는 있는데 일치가 안 되니 하나님이 안된다”며 한국교회의 일치 안에서 균형 잡힌 선교가 이뤄질 수 있음을 반복해 강조했다. 이렇게 교회가 바로서면 세상이 교회의 권위와 영향력에 대해서 반응할 것이고, 교회의 권위가 바로 설 때 교회는 비로소 세상을 향해 진리에 대해 주관성을 갖고 바른 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임 목사는 이야기했다. 임 목사는 “이것이야 말로 그리스도인의 엘리트 신앙”이라고 힘줘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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