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우리말

[스크랩] 한글 세계화 (김상온)

수호천사1 2008. 10. 9. 16:28

한글 세계화

 

 

한글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의 문자 생활은 어떨까. 중국 문자인 한자나 일본처럼 한자에서 일부를 떼어내 만든, 글자 그대로 '가짜글'인 한국판 가나(假名)를 쓰고 있든지, 아니면 신라식 이두나 베트남처럼 서양 알파벳을 우리 문자로 사용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상상해보면 우리말을 가감 없이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

게다가 한글의 의의는 우리 내부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민족이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것으로, 인류사회에 나름대로 기여한 것으로 한글만 한 게 없다. 실제로 과학성, 합리성, 독창성 등의 측면에서 한글이 유례를 찾기 힘든 우수한 문자임은 많은 외국 학자들도 모두 인정하고 있다.

오늘날 그리스 문자에서 비롯된 알파벳, 그중에서도 영어 알파벳이 세계의 공용 문자처럼 돼 있지만 그것은 문자 외적 요소, 곧 사용권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이라든가 사용 인구 수 때문일 뿐 문자 자체의 우수성 때문은 아니다. 이는 한글도 그 같은 요인들이 갖춰지면 세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먼저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한글이 배우기 쉽고, 쓰기 쉽다고들 하지만 언어가 다른 외국인이 한글을 제대로 배워 쓰기는그리 쉽지 않다. 몇 가지 장애물이 있는 탓이다. 그 중 하나가 맞춤법이다. 현행 맞춤법은 말의 원형을 밝히는 방식이다보니 '그러므로'와 '그럼으로써' 같은 낱말들이 혼동되기 일쑤다.

물론 맞춤법 또는 철자법이 어려운 것은 어느 문자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쉬운 게 낫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한글 풀어쓰기가 있다. 풀어쓰기를 하면 맞춤법을 훨씬 간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효율성, 글꼴 만들기의 용이성 등 다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일찍이 주시경 선생이 풀어쓰기를 주장한 이래 지금까지 찬반 논란이 계속돼왔다. 그러나 오늘 562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세계화를 염두에 둔다면, 더욱이 세종대왕이 당초 모아쓰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게 한자 사용 주창자들을 무마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한자와 닮은꼴을 만들기 위해서였음을 상기하면 풀어쓰기를 더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상온 / 국민일보 논설위원

 

출처 : MyLove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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