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한 선교단체의 교회화… 이것이 문제”
[인터뷰] 기쁨의교회 정의호 목사, ‘다음 세대’를 논하다
▲불신자였다가 선교단체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지난 1996년 지금의 기쁨의교회를 개척한 정의호 목사. 선교단체 출신 답게, 젊은이들에 대한 열장이 대단했다. 그는 “특히 담임목사들이 ‘다음 세대’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
경기도 용인에 있는 기쁨의교회 정의호 목사와 '다음 세대'를 주제로 대화했다. 그는 한때 '캠퍼스 선교'에 젊음을 바쳤고, 지금도 교인의 70% 정도가 40대 이전의 '청년'인 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올해 나이가 60대지만, "여전히 27살"이라는 정 목사에겐 그런 무시할 수 없는 경험이 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성령을 체험한 1년의 기도... 교회를 개척하다
-1996년 기쁨의교회를 개척했다. 캠퍼스 선교단체에서 사역하다 왜 갑자기 교회를 개척했나?
"원래 불신자였다. 그러다 대학생 때 선교단체에서 예수를 믿었다. 그러므로 내 신앙의 뿌리는 선교단체다. 이후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한 5년 하다가, 선교단체 스태프로 뒤늦게 새 삶을 시작했다. 이후론 무난한 사역을 했다. 1994년 선교한국 조직위원장도 맡아, 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내 마음이 공허했다. 겉으론 부족할 게 없었다. 사역도, 건강도, 물질도 어느 것 하나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 때 하나님께서 '하루 5시간씩 기도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처음엔 망설였다. 하루 1시간도 겨우 기도하는 내게, 5시간은 매우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하루 이틀 미루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마침내 결심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끝까지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서울에서 가까운 기도원을 찾았다. 그 때만 해도 기도원에 대한 선입견이 좀 있었다. 매우 보수적인 신학교를 다녔던 터라, 기도원이 썩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기도원 말고는 하루 5시간씩 기도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렇게 1년을 기도했다. 이에 대한 참 긴 간증이 있는데, 여기서 다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그 1년의 기도 마지막에 하나님께서 나로 하여금 큰 회개를 시키셨고, 성령까지 체험케 하셨다. 내가 먼저 성령을 구한 것도 아니었다. 이미 말했듯이 당시만 해도 나는 매우 보수적인 기독교인이었다. 하나님께서 그런 내게 선물처럼 성령을 주신 것이다. 그 뒤부터 내 신앙의 패러다임과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다. 하루 1시간 기도도 힘들었던 나였는데, 성령께서 매일 7시간씩 기도하게 하셨다. 그것도 아주 뜨겁게.
그 때 졸업을 앞둔 선교단체의 학생들이, 내게 교회를 개척할 것을 권유했다. 원래 졸업 후에는 각자 지역교회로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데, 그러기보다 선교단체에서의 영성과 훈련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선교단체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던 나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거부감도 좀 있었다. 하지만 이내 하나님께서 '내가 원하는 새 시대, 새 교회를 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그래서 기쁨의교회를 개척했다."
담임목사들, 알고보면 '다음 세대'에 무관심
선교단체, '소달리티'로서의 정체성 찾아야
-그리고 약 20년이 지났다. 지금 한국교회는 주일학교 어린이부터 대학, 청년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교회가 젊은이들을 수용할 만한 그릇이 되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그들이 들어오기 싫은 게 아니라, 들어오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거다.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와 문화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교회가 이것을 따라가지 못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목회자, 그 중에서도 담임목사가 다음 세대에 크게 관심이 없다. 말로는 위기라 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많은 담임목사들의 관심은 다음이 아닌 '지금 세대'에 있다. 여러 이유가 있다. 교회 재정과 같은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무관심이 교회에서 젊은이들을 내몰고 있다고 본다."
-교회뿐만 아니라 한때 왕성했던 선교단체들도 힘을 많이 잃은 것 같다.
"이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선교단체의 정체성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내가 선교단체 사역을 할 때, 흔히 지역교회를 모달리티(Modality), 선교단체를 소달리티(Sodality)라 불렀다. 그런데 소달리티는 소달리티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일종의 메인 스트림인 모달리티, 즉 교회가 타락해 자기의 길을 벗어날 경우, 이를 지적하고 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개혁하는 것이 바로 소달리티의 역할이었다. 기독교 역사에서도 늘 그래왔다. 수도원이나 교회 개혁가들이 교회의 부정과 부패를 고발했다. 그러면서 많은 순교자들도 생겼다.
우리나라 학생 선교단체에도 그와 같은 사명이 있었다. 그런 선교단체들이 한참 성장하던 1970~80년대 교회의 모습을 보면, 설교가 목회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파하고 가르치셨으며, 치유하셨던 예수님의 3중 직무에 비춰볼 때, 당시 교회는 그야말로 전파하는 것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 때 선교단체는 가르쳤다. 학생들을 예수님의 제자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훈련시켰다. 그런데 교회가 이를 좋게 보지 않았다. 제자훈련을 이단시 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어떻게 목사도 아닌, 심지어 학생이 성경을 가르치느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은 역동적인 선교단체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면서 선교단체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학원복음화협의회가 결성되고 선교단체를 이해하는 여러 교회 목회자들이 선교단체의 제자훈련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제자훈련이 교회로 빠르게 퍼진 것이다. 그러면서 선교단체가 했던 걸 교회가 하기 시작했다. 평신도를 제자화 하고, 일대일 성경공부도 보편화 되어 갔다. 교회는 거의 모든 면에서 선교단체보다 여건이 좋다. 결국 선교단체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소달리티인 선교단체의 정체성은 모달리티인 교회를 개혁하는 데 있다. 교회가 보지 못하는 걸 앞서 보고, 그들보다 한 발 먼저 내딛어 교회를 깨워야 할 시대적 사명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가 선교단체의 그것을 120프로 수용하면서, 선교단체가 설 자리를 잃었다. 나는 이걸 선교단체가 쇠락한 원인으로 분석한다. 하나님의 편에서 보면, 그들의 사명이 다한 것이다. 결국 선교단체는 그 다음 단계로 나갔어야 했는데, 오히려 교회가 하는 걸 따라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 마디로 선교단체의 교회화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서.
그런 한편, 시대는 갈수록 악해지고 있다. 요즘 캠퍼스에서 전도하기가 어렵다. 전도하면 신고당하는 세상이다. 또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만연해, 이를 반대하는 선교단체를 원수시한다. 그들이 입을 열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영적 파워가 있어야 이를 극복할 수 있는데, 지금은 다른 동아리들에 밀려 선교단체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헝그리 스피릿이나 인생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정의호 목사는 캠퍼스 선교단체인 JYM(Joyful Youth Mission)의 대표도 맡고 있다. 사진은 정 목사가 JYM 수련회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기쁨의교회 |
찬양집회는 전도의 '첫 단계', 전부 아냐
-선교단체 출신으로서 그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교회가 하지 못하는 걸 하라는 거다. 20~30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 그 때 교회가 건강하게 남아 있기 위해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선교단체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교회 내부에선 그걸 보기가 힘들다. 밖에서 자극을 주어야 한다.
일단 두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하나는 캠퍼스에 있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외국인 200만 시대다. 그들이 캠퍼스에 가득하다. 과거 우리의 선교 전략은 보내고 나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선교사들을 해외로 파송했다. 그런데 이젠 나가는 게 힘들다. 중국만 봐도 요새 많은 우리 선교사들이 추방당하고 있다. 반면, 한국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온다. 이들을 교회가 다 감당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 전략이다. 결국 제자훈련의 목표는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예수님의 인격을 닮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하나님, 그리고 이웃과 서로 인격적 관계를 맺으며 살게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개인의 일상에서 벗어나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게 해야 한다. 그렇게 구별된 삶을 통해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걸 교회가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교단체는 가능하다. 만약 오늘날 개개인의 인격을 변화시켜내지 못하면, 우리도 20~30년 후에는 지금의 유럽 교회처럼 될지 모른다. 이걸 막으려면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통해 남길 자를 남겨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 그나마 음악과 노래를 주요 매개로 하는 찬양집회다. 이를 어떻게 보나?
"전도적 측면에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찬양집회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들에게 숨 쉴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하지만 그 자체가 마치 전부인 것처럼 여겨선 안 된다. 말 그대로 전도를 위한 첫 단계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그 다음엔 반드시 깊은 내면 훈련이 필요하다. 적어도 1년 안에는 제자훈련을 통해 말씀과 영성으로 그들을 세워야 한다. 만약 교회가 이런 훈련은 제공하지 않은 채 그저 젊은이들을 모으기 위한 방법으로 계속 찬양집회만 드리게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찬양을 하는 그 순간은 좋겠지만, 작은 고난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까닭이다. 즉 멘탈이 약한 기독교인을 만들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교회가 사람들을 모으는 이유는 그들을 말씀으로 훈련시키기 위함이다. 그런데 단지 모으는 그 자체만 목표로 하면, 마치 고인 물이 썩듯이, 부패하기 쉽다."
세대 간 '신앙 단절' 극복 열쇠는 '아버지'
젊은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교회 만들자
-각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다시 말해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 성인 예배를 따로 드리지 않고 모든 세대와 함께 '통합예배'를 드리자는 주장도 있다. 지금은 주로 성인예배 중심이어서, 정작 더 중요한 '다음 세대'는 찬밥 신세라는 점 때문이다. 이를 극복해 보자는 것인데.
"교회는 영적 생명을 주는 곳이다. 인간적 화합이나 사람들의 욕구를 채우는 곳은 아니다. 일단 이걸 전제하고 싶다. 내가 볼 때 그런 통합예배는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예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세대는 그에 어울리는 예배를 드리는 게 좋다. 메시지도, 각 연령대의 눈높이에 맞게 전할 필요가 있다. 세대 간 통합은 가정예배를 통해 얼마든지 도모해 볼 수 있다."
-부모의 신앙이 자녀에게까지 전해지지 않는, 이른바 '신앙 단절'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교회가 아이들을 세상에 빼앗기고 있다"고까지 표현한다.
"자녀에게 신앙을 전달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나는 아버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교회에 남자보다 여자들이 많은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직장 때문이다. 가정의 구성원 중 아버지는 주로 직장 생활에 삶의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 아버지의 신앙이 흔들리면 대개의 경우 자녀의 신앙도 그렇게 흔들린다. 아버지의 삶과 가치관이 자녀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은 부모를 그대로 따라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아버지의 신앙을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 결코 아이들이 먼저가 아니다. 그 전에 모범을 보이는 부모가 우선 되어야 한다. 실제 아버지가 변해서 가정 전체가 바뀌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끝으로 '다음 세대'와 관련해 한국교회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버지가 변하면 가정이 변하고, 대통령이 변하면 나라가 변한다. 마찬가지로 담임목사가 바뀌면 교회가 바뀐다. 한 교회에 있어 담임목사의 역할은 이처럼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므로 다음 세대를 살리려면 오늘날 각 교회의 담임목사들이 그들 세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단지 마음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60대인 나는 27세라는 마음가짐으로, 지금도 주일학교 아이들을 만나고 대학생들과 대화한다. 그들의 집회도 자주 인도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론 이해 못할 행동들도 많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보다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품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서 교회라는 조직을, 젊은이들이 스스로 오고 싶어 하는, 그런 곳으로 조금씩 바꾸어 가야 한다. 나 역시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선교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눈물로 기도부탁드리며 망얀족 원주민 ㅠㅠㅠ (0) | 2018.09.01 |
---|---|
[스크랩] 여수 손양원기념관, 반년째 폐쇄된 이유 (0) | 2018.08.28 |
[스크랩] 이슬람화 된 ‘성서의 땅’ 터키, 다시 복음으로 (0) | 2018.07.26 |
[스크랩] 아프리카에서 비는 축복일까 (0) | 2018.07.19 |
[스크랩] A.D.와 B.C.라는 용어의 사용 (0) | 2018.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