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초월한 '대한 예수교 장로회' 간판
한국교회에서 '장로교'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독교 내에 장로교, 침례교, 성결교 등 다양한 교파가 있는 것은 원래 성경에 대한 이해와 그 고백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한국교회에는 그러한 것들이 하나의 간판으로 전락해 버렸다.
장로교단에 속한 교회들 가운데 장로교의 원리나 고백을 포기하고 있는 교회가 많으며, 다른 교파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는 어느 교파에 속한 교회에 가든 기도하는 방법이라든지 찬송하는 스타일 등이 대동소이하다. 이를테면 오순절교회에서 통성기도 하는 것이나 장로교회에서 통성기도 하는 것이 별반 다를 바 없으며, 장로교회에서 그룹사운드 형태를 빌어와 박수를 치며 교회음악을 하는 것이나 다른 교파들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필자가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어느 침례교 목사는 개척교회를 시작하면서 '장로교' 간판을 달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 특정지역 정서에 더 맞다는 것이 그 유일한 이유였다. 주변의 대다수 교회들이 장로교이며 침례교회가 흔치 않아 사람들이 '침례교'란 생소한 이름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므로 '장로교' 간판을 달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그러나 그것은 신앙이 어린 한 목사 개인이 잘 모르고 그렇게 했다고 치자.
최근에는 정말 웃을수도 없고 웃지 않을 수도 없는 희안한 일이 발생했다. 장로교가 아닌 교단에서 그 이름을 '장로교'로 바꾸어 달기로 결의한 것이다. '재단법인 대한 기독교 하나님의 교회 유지재단'의 '대한 기독교 하나님의 교회 총회'가 있었다. 그 교단의 제64차 총회에서 교파의 명칭을 '장로교'로 바꾸기로 결의한 것을 2000년 4월 25일자로 공포한 것이다. 결정내용은, 재단법인의 명칭은 그대로 두고 총회와 총회 산하 각 교회들의 명칭만 변경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총회 결의 이후 부터는 그 교단이 '대한예수교 장로회 총회'가 되며 산하 모든 교회들의 명칭은 '대한 예수교 장로회 00교회'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 총회는, 교파의 명칭을 '장로교'로 바꾸는 것에 대해 총회가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것이 과연 상식적인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목사, 장로들이 모인 총회에서 '장로교' 간판으로 이름을 바꾸는데 단 한 사람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목사, 장로 등 지도자들의 수준이다. 그들은, 교회의 간판을 바꾸어 달게 된 이유가 원래 교파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보수적인 교단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로교'라는 간판을 달면 사람들이 쉽게 접근 할 것이라는 논지이다.
더구나 한심한 노릇은 그들의 명칭변경 공고를 장로교 계통의 신문인 '기독교 신문'에 했다는 점이다(기독교신문, 2000년 5월 7일, 제1561호, 9면 하단. 참조). 이제 한국의 장로교회는 고백에 의한 교회가 아니란 말인가? 생각이 있는 장로교 교단들이라면 그 교파가 '장로교'가 아님을 밝혀야 할 것이다. 많은 어린 신앙인들은 장로교회가 아니면서 장로교라는 이름을 단 그 '간판'만 보고 그 교회가 '장로교'인 것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고백을 왜곡하는 부정직한 거짓이요 교인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더구나 그런 현실을 보면서도 모르는 척 가만히 있다는 것은 한국의 장로교는 장로교의 고백에 대한 아무런 감각이 없기 때문이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같은 간판을 내걸고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장로교에 속해 있는 많은 교회들도 오래전부터 남들 따라 간판만 그렇게 달고 있을 따름이며 장로교의 신앙고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과연 우리는 '장로교'가 무엇인지, 어떤 고백을 하는 교파인지도 모르는 채 장로교의 지도자들이 되어있다는 말인가?
이 참에 한국의 장로교는 말씀을 기초로 한 자기 고백적 확인부터 해야 한다. 한국의 다수 교회가 '장로교'를 단순한 간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면 큰일이다. 원래 '간판'이라는 것은 장사하는 사람들의 '상호'이다. '장로교'가 간판이라면 교회의 목적이 사람들을 더 많이 끌어 모으려는 기업적 성격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이다.
정말 우리가 참된 장로교에 속해 있다면 장로교의 고백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 많은 교회, 교파들이 아무런 의미없이 '장로교'를 간판으로 걸어왔다 하더라도, 우리는 원래의 고백을 되찾아야 한다. 고백이 없는 장로교 간판은 엉터리이며, 이는 내용없이 간판을 내걸고 고객을 속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국의 다른 장로교들에 대해서는 그만 두고서라도 개혁주의를 부르짖는 우리 교단 만이라도 이에 대한 생각을 명확히 하자.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고객을 속이는 엉터리 간판을 달고 장사하는 교회의 지도자가 될 수밖에 없다. 도무지 상식이 통하지 않는 한국교회이다.(2000. 6. 13)
이광호 목사(실로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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