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의 ‘십일조 반란’… 교회가 흔들린다 [2018-01-19 00:01]
2030 기독교인 2명 중 1명 “출석 교회 이외 다른 교회나 단체에 낼 수 있다”고 응답
대학원생 김모(25)씨는 3년 전부터 십일조 일부를 오래 알고 지낸 청년사역자에게 보내고 있다. 출석교회 재정은 넉넉하니 경제적 사정이 열악한 사역자에게 십일조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십일조를 나눠 내도 되는지 궁금해 담임목사에게 질문하자 출석교회에 온전히 내는 게 옳은 방법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는 “출석교회에만 내라는 성경 구절도 없는데 납득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내기 직장인 이모(27·여)씨는 7년 전부터 구호단체에 십일조를 낸다. 교회에서 십일조가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르고, 회계보고 시간에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십일조를 더 많이 쓰자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는 부담스러웠다. 이씨는 “아무 생각 없이 남들 내니까 나도 내고 있는 것 같아 능동적으로 십일조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30세대 기독인 사이에서 십일조를 출석교회에 내야 한다는 전통적 인식이 무너지고 있다. 십일조는 교회 유지와 구제 사역 등에 주로 쓰이는 교회의 핵심적인 재정 요소다. 교회 미래를 지탱할 다음세대의 십일조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크게 바뀌고 실제로 현실화될 경우 큰 교회의 재정위기 등 파장이 우려된다. 교회들도 회계 공개, 구제사역 강화 등 젊은 세대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절실해 보인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대표회장 이성구 목사)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한국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신자 두 명 중 한 명은 ‘출석교회 이외 교회나 단체에 십일조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0대의 경우 같은 응답 비율이 2012년 23.3%에서 2017년 46.5%, 30대는 23.3%에서 49.2%로 각각 두 배가량 증가했다. 실제로 ‘십일조를 다른 교회에 내거나 두 곳 다 낸다’는 응답은 20대 24.8%, 30대26.5%로 10∼13%에 머무른 40대 이상보다 배 이상 높다.
2030세대에서 이 같은 응답이 특히 높은 이유는 교회에서 십일조를 어떻게 쓰는지 잘 몰라 스스로 원하는 곳에 쓰기로 결정했거나 십일조에 대한 이해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변호사 조모(33)씨 부부는 십일조 절반을 구호단체에 후원한다. 그는 “교회가 사회·경제적 약자를 돕는다는 십일조의 본래 목적에 맞게 쓰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사 예모(34)씨는 “소득 십 분의 일을 기계적으로 내기보다는 재물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내놓는 게 십일조 본연의 목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십일조 대신 감사헌금과 사역헌금으로 소득 십 분의 일을 낸다.
십일조에 대해 연구한 목회자들은 십일조의 신학적 근거를 성도들에게 제대로 가르치고, 어떻게 쓸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조현삼(광염교회) 목사는 “십일조는 재산의 십 분의 일만 하나님께 내는 게 아니라 가진 것 전부를 하나님께 드린다는 신앙고백이라는 점을 잘 전해야 한다”며 “초대교회 성도들이 전 재산을 사도의 발 앞에 내놓은 사건(행 4:32∼37)은 십일조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십일조가 알고 싶다’(넥서스CROSS)를 쓴 윤상원(부안읍교회) 목사는 “십일조는 구약의 율법적 의무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따라 교회 공동체와 지역 사회를 살리기 위한 훌륭한 전통”이라며 “성도들과 십일조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면 젊은 세대들도 다시 출석교회에 십일조를 내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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