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신학의 새관점은 변천 계속하는 가설
정하영 박사 “톰 라이트 비롯한 새관점 학파들의 개념 수정되고 있어”
‘구원론 흔들 수 있다’ 우려 불구 인기 얻어가…교단적 입장정리 필요
최근 한국신학계의 화두는 단연 ‘바울신학의 새관점’이다. 관련 저서가 나오고 있으며, 신학회에서 유관 세미나가 연이어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비판 일변도라고 할 수 있었다. 2010년 한국성경신학회에서 주최한 세미나를 시작으로, 새관점은 이신칭의를 부정하고 행위구원의 길을 여는 위험한 사상으로 비판되었다. 많은 세미나 가운데 오는 12월 5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열리는 미래교회포럼 ‘이신칭의, 이 시대의 면죄부인가’는 기대가 된다. 새관점을 소개해온 김세윤 교수(미국 풀러신학교)가 방한해서 새관점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이며 찬반 논쟁에 다시 한번 불을 지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개혁신학회(회장:이상규 교수)가 10월 8일 서울시민교회(권오헌 목사)에서 가을 학술대회를 열었는데, 정하영 박사(백석대)가 ‘톰 라이트의 칭의론의 변천과정’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정 박사는 비판 일변도라기 보다 다소 중립적인 입장에서 새관점 학파의 신학개념을 소개하고 샌더스, 제임스 던, 톰 라이트의 주장이 변화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새관점 신학은 아직도 이론화를 계속하고 있는 가설이라는 뉘앙스를 던져주었으며 3명의 학자들의 공통적 신학적 개념은 한국교회가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 많음을 알게 했다.
▲ ‘바울신학의 새관점’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개혁신학회 학술대회에서 정하영 박사는 바울신학의 새관점의 변천과정을 소개하면서 개혁신학과 차이가 크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
우선 정 박사는 톰 라이트의 신학적 구조를 소개함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톰 라이트의 ‘언약 사상’은 아담 언약을 담고 있지 않으며 원죄에 대해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범죄도 집단적인 우상숭배가 그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스라엘의 속죄란 전통적으로 주장되는 십자가의 대속으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신실한 모습을 보여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피스타스’(그리스도의 신실하심)도 새관점 학파의 주요 개념인데 톰 라이트는 “그리스도의 신실하심으로 하나님의 구원계획이 현시되었고, 그리스도의 순종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대한 자발적 반응이며 신자들도 신실함으로 구원의 성취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구원론이라고 비판을 받는 부분이다. ‘종말론’은 구원의 최종 판결의 근거는 신자의 행위적 순종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톰 라이트의 입장 정리다. 그리스도의 실재적 재림을 강조하므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신인협력설을 주장한다는 경계를 받고 있는 부분이다.
‘칭의론’과 관련해 라이트가 현재적 칭의와 장래적 칭의를 나누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라이트는 현재적 칭의를 얻었더라도 장래적 칭의는 인간이 성령의 도우심으로 어떤 행위와 신실함을 보였느냐에 따라 다른 심판을 받게 된다고 말해왔다. 칭의는 믿음만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그리스도의 몸과 유기적인 합체로 가능하다고 주장하기에 죄의 전가 개념도 수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 박사는 톰 라이트를 비롯한 새관점 학파들의 개념이 수정되었다는 점을 소개했는대, 이것이 논문의 특장점이었다. 먼저 샌더스는 과거에 이신칭의 개념은 배제했으나 최근 이신칭의와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동등한 개념으로 제시했다. 제임스 던은 초기에 바울의 구원론에서 칭의의 주제가 중심 사상이라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올해 그는 이신칭의는 갈라디아서에서 명확하게 주장된다면서 인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과 관계 설정과 유지에 결정적이며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되기 위해서는 예수를 믿는 것만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라이트의 칭의론도 변화하고 있다고 정 박사는 연구 결과를 보였다. 우선 초기(1980년)에 라이트의 칭의 개념은 전통적이었다. 칭의는 법정적 개념으로 어떤 사람이 의롭다는 선언이며 은혜와 믿음으로 성취된다고 말했다. 이 때 은혜는 죄인에게 조건 없이 부여되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때도 칭의는 개인의 선언이 아니라 신자가 공동체적으로 하나님의 언약 백성임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트의 칭의 개념은 한번 수정(2001년)된다. 이때 그는 복음, 칭의, 믿음의 관계를 새롭게 설명했다. 즉 복음은 구원을 효과있게 하는 하나님의 능력, 칭의는 믿음을 공유한 사람이 그리스도에게 그리고 죄 용성된 가족으로 소속된다는 하나님의 선언, 믿음은 복음의 선포를 통한 성령의 사역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현재적 칭의와 미래적 칭의를 논했다.
라이트의 칭의 개념은 2007년 존 파이퍼 목사의 비판을 받고 한번 더 변해 최근에 이른다.(2010년) 이후 라이트는 인간의 믿음에 근거하는 하나님의 칭의적 선언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의 관점에서 신실한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나님의 의로움과 신자의 언약백성으로서의 의로움은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샌더스와 던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경시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저작을 최근 발표했으며 샌더스는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그리스도에의 참여는 인간 구원의 주제에 대한 동일한 진술이며 단지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주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그러나 톰 라이트의 주장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수정되고 보완됐지만 이신칭의를 부정하는 기존의 입장에서 변화된 모습은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새관점학파의 주장은 이중 칭의를 주장하는 신인협동의 행위구원,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전가의 의 부인, 이신칭의 범위 축소 등으로 한국교회 구원론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1세기 유대교가 전적으로 율법주의 종교적 측면만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문헌연구를 통해 깊이있게 생각하게 한 점, 신자의 신실함과 성령의 동행을 강조한다는 점, 신앙과 행위의 이원론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따라서 새관점학파의 신학에 대한 논의가 계속된다면 교단 차원의 입장 정리 등이 필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개혁신학회 학술대회의 주제는 ‘종교개혁의 여명-16세기 종교개혁의 성경적 역사적 신학적 배경’이었다. 주제발표를 한 정성구 박사는 칼빈은 루터, 루터는 후스, 후스는 위클리프의 영향을 받았고 이들은 용감한 설교자였으며 순교자였다고 말했다. 권태경 박사(총신대)는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의 배경에는 세인트 앤드류 대학이 있었음을 소개하면서 종교개혁에 기독교 지성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우병훈 박사(고신대)는 루터의 만인제사장설이 농민전쟁 목도 후 1524년을 기점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전후 주장 모두에 교훈 삼을 점이 공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총신신대원의 문병호 박사, 정승원 박사, 김요섭 박사 등이 종교개혁자들의 사상을 밝히면서 오늘의 교회로 적용할 점을 제안했다.
노충헌 기자 mission@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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