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렘프 롱맨3세, 유은식옮김, 심상법교수감수, 『문학적 성경해석』, 서울 : 도서출판 솔로몬, 2002, pp. 168-190.
제 6장 시 분석 성경의 많은 부분이 시로 되어 있고 주로 구약성경에서 발견된다. 주로 시편과 지혜서에 집중되어 있고, 또한 시는 예언서의 두드러진 문체이다. 그러나 고대시들은 역사서(삿 5장, 삼하 22장)에서 뿐만 아니라 모세오경(창 49장, 신 32-33장) 에도 나타나며, 시는 전체의 약 1/3을 차지한다. 성경시는 산문과 물론 다를 뿐 아니라 현대시와도 다르다. 그러므로 성경을 올바로 읽기 의한 길잡이로서 시의 짜임새를 살펴보아야 한다. 최근 성경시 이해를 위한 흥미로운 통찰력을 얻게 되었다. 쿠겔과 알터는 의미론적 평행법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해를 수정해 주었고, 벌린은 평행법 논의를 문법적 평행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였으며, 오코너는 평행법의 비의미론적 양상들에 대한 관심을 예견하였다. 성경시의 이미지, 특히 은유의 짜임새는 일반해석학이나 성경해석학 모두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 외에도 운율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도출되고 있으며, 이는 반드시 긍정적인 현상만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수 세기 동안 히브리시의 이해를 가로막고 있었던 장애를 넘어설 수 있게 하는 데 공헌하였다. 1. 시의 정의 이전에는 성경에 나오는 시문들이 하나 또는 몇몇 핵심적인 특징의 존재여부로 성경에 나오는 다른 산문들과 구별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평행법으로서, 평행법은 탁월한 시적장치로서 자주 언급되었지만, 많은 성경시들의 경우 미약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있을 뿐 아니라 성경산문에도 사용된 실례들이 있다. 그래서 고전시와 대부분의 영시 관습에 유추하여, 운율을 시를 정의하는 특징으로 간주하기도 하였으나 지금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성경시의 운율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는 일상언어와의 관련성에 비추어 산문과의 대조로 정의될 수 있다. 산문은 일상언어 유형으로부터 어느 정도 일탈하지만 시는 산문보다 더 심하게 일탈하며, 보다 자의식적으로 구조화된 언어를 구사한다. 고로 시는 표현된 내용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사물이 표현되는 방법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자기 지시적이며, 높은 문학적 기교를 구사하는 특징을 지닌다. 시는 각각의 시, 그 자체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관습들과 장치들을 분석, 기술함으로써 가장 분명하게 정의된다. 2. 시의 주요 특징들 1) 간결성 히브리 시행들은 짧고 명료하다는 간결성의 특징을 가진다. 산문은 문단으로 통합되는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시문은 분석하면 절- 혹은 소절-로 구성되어 있으며, 종종 의미론적 또는 문법적 반복에 의해 결합되어 행을 이룬다. 하나의 시행이 두 개의 소절로 결합되어 있는 경우는 이중소절이 되고, 세 개의 소절로 결합된 경우는 삼중소절 등등이 된다. 히브리시에서 시의 간결성을 위한 장치는 생략이다. 시편 33편 12절 여호와로 자기 하나님을 삼은 나라 곧 하나님의 기업으로 빼신 바 된 백성은 복이 있도다 첫 단어인 동사 ‘복이 있도다’가 둘째 소절에서는 생략되어 있는데, 둘째 소절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이 단어를 보충해서 이해해야 한다. 성경의 간결성이 지니는 더 중요한 양상은 접속사와 불변화사가 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때”, “-할 때” 등의 시간지시어들은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왜냐하면” 등의 인과지시어 뿐만 아니라 “그러므로”, “따라서” 등과 같은 논리지시어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접속사들은 진술들 사이의 시간적, 논리적 관계들에 대한 독자의 해석을 유도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접속사의 부재는 본문 속에 의도적인 애매성의 요소들을 끌어들인다. 2) 평행법 간결성은 히브리시 연구에서 흔히 무시되곤 하지만, 평행법은 거의 유일한 시적 장치로 인정되고 있다. 실제로 평행법은 그 목적들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평행법이 시를 결정짓는 특징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시의 주요 장식장치 중의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전형적인 구약 성경시에서는 시행 내에서의 반복(내적 평행)과 시행들 사이의 반복(외적 평행)이 자주 등장하며, 의미론적 수준과 문법적 수준에서 작용한다. (a) 의미론적 평행법 예레미야 30장 12-14절 네 상처는 고칠 수 없고 네 창상은 중하도다 네 송사를 변호할 자가 없고 네 상처를 싸맬 약이 없도다 나를 사랑하던 자가 다 너를 잊고 찾지 아니하니 첫 행의 두 절에서 ‘상처’와 ‘창상’은 의미에 있어서 유사하며, ‘고칠 수 없고’와 ‘중하다’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평행단어들은 독자로 하여금 한 소절을 다른 소절에 비추어 묵상하게 한다. 하나의 시행 내의 평행소절들 사이에 나타나는 뚜렷한 반복현상은 유사성을 과장하는 경향을 초래하였고, 그 결과 심지어 평행법은 각기 다른 단어들을 사용하여 동일한 의미를 두 번 반복 표현한 것으로 설명되기도 하였다. 평행법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잘못된 것으로, 독자로 하여금 한 소절에서 다음 소절로의 시상의 진전을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물론 소절들은 상호간의 유사성을 나타내고 있으나, 동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의미의 차이 곧 의도적인 일탈이 있다. 시편 37편 행악자를 인하여 불평하여 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를 투기하지 말찌어다 저희는 풀과 같이 속히 베임을 볼 것이며 푸른 채소같이 쇠잔할 것임이로다 시편 37편은 두 시행으로 시작된다. 둘째 소절은 첫 소절에서 표현된 시상을 진전시키고 있는 원리의 실례를 보게 된다. 이 두 시행 속의 소절들 사이의 유사성은 두 소절씩 동시에 고찰하게 하고, 이들이 어떻게 연관되고 있는지, 또 둘째 소절이 첫 소절의 시상을 어떻게 강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게 된다. 첫 번째 시행- 행악자와 불의를 행하는 자 간의 평행에 의해 효과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또 후자가 전자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 서 시상의 진전이 관측되며, 이 시상의 진전은 동사에 의해 더욱 분명해진다. 시인은 독자에게 악인에 대해 불평하지 말라는 권고에 머물지 않고 보다 구체적으로 악인을 시기하지 말라고 훈계한다. 두 번째 시행- 시행은 문법적으로 첫 번째 시행에 종속되어 있으나 여기서도 시상의 진전 이 두 동사 사이에 분명하게 나타난다., 두 번째 시행의 첫 소 절에서 풀은 베이게 되지만, 이 시상은 푸른 채소같이 쇠잔한다는 둘 째 소절에서 강화된다. 요약하면 의미론적 평행법은 성경시에 흔히 등장하는 장식이다. 대체로 성경의 장절 구분에 쓰이는 한 절은 유사하지만 미묘한 점에서 서로 다른 두 소절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 둘째 소절의 요소들은 항상 첫 소절 요소들의 시상을 진전시킨다. (b) 문법적 평행법 이중 소절로 구성된 시행에서 두 소절 사이의 문법적 유사성은 독자로 하여금 이 두 소절을 면밀하게 결합해서 읽게 하고, 구문론의 관점에서 두 소절 사이의 미묘한 변형을 읽어내도록 하여 시에 대한 흥미를 높여준다. 간단히 말해 문법적 평행법은 독자로 하여금 시를 일관성과 변형, 유사성과 이질성, 그리고 대칭과 비대칭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으로 여기게 한다. 문법적 평행법은 한 시행의 각 소절들의 형태론과 구문론 사이의 관계를 설명해 준다. *콜린즈의 견해 콜린즈는 기본전제를 변형문법에서 차용하였다.변형문법은 한정된 수의 기본문장(심층구조) 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이 유한한 수의 문장이 변형을 거쳐 수많은 실제문장(표층구조)을 생성한다. 모든 문장들이 포함하고 있는 문법적 단위들(주어, 동사, 목적어, 수식어구)로 정의된 네 개의 히브리어 기본문장으로 기술하며, 그 기본 문장은 ①주어와 동사, ②주어, 동사, 수식어구, ③주어, 동사, 목적어, ④동사, 주어, 목적어, 수식어구로 구성된다. 그런 다음 네 개의 “일반 시행유형들”을 기술한다. 네 개의 시행유형들은 네 개의 기본 문장들과 상호 관계에서 규정된다. 이 네 개의 시행유형들은 첫째, 하나의 기본문장을 가진 시행, 둘째, 두 개의 동일한 기본문장들을 포함하는 시행, 셋째, 두 개의 유사한 기본문장을 포함하는 시행, 넷째, 두 개의 완전히 다른 기본문장을 가지는 시행 등이다. 그러나 콜린즈의 견해와는 달리, 문법적 평행법은 시 정의의 핵심요소는 아니다. 그의 범주들이 지나치게 일반적이어서 시뿐만 아니라 산문을 포함한 성경의 모든 문장들이 이 범주들에 의해 다 분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긍정적인 면에서 시행의 구문론적 형태분석은 의미론적 평행법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일관성과 변이형, 유사성과 이질성에 대한 파악이 용이하게 한다. 산문과 시의 차이점 중의 하나는 시의 경우 구문론적 일탈이 산문 보다 휠씬 더 자유롭다 는 점이다. 흔히 한 시행에서 각 소설들의 구문론적 형태는 유사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두 소절간의 형태적 유사성은 이 두 소절을 하나의 단위로 결합시켜 준다. 그러나 유사성 속에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는 둘째 소절이 첫 소절의 시상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 아닌 심화시키고 첨예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신명기 32장1절 하늘이여 귀를 기울이라, 내가 말하리라; 땅은 내 입의 말을 들을 지어다. 이중소절로 구성된 이 시행에서 두 소절 모두, 첫 두 요소는 동사로 시작하여 주어가 뒤따르는 밀접한 구문론적 평행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세번 째 요소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시인은 첫 소절의 세 번째 부분에서 수식어구를 사용하고 있지만, 둘째 소절에서는 수식어구 대신에 직접 목적어를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변형은 반복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시행에 흥미를 높여준다. 대체로 히브리시는 산문보다 구문론(어순)에 있어서 더 자유롭다. 이런 자유로움이 소절들 사이의 미묘한 변형을 가능케 한다. 그러므로 구문론적 변형 역시 히브리 운문의 특징을 이루는 또 하나의 언어기교 요소이다. 3) 이미지(Image) 이미지는 시에서뿐만 아니라 산문에도 나타난다. 이미지의 유형은 실제로 비유어와 동일하다. 문자어와 달리, 비유어는 표면적으로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a)유사성-유사성에 근거한 이미지들은 성경에 가장 빈번하게 나타난다. 시인은 사람이나 사물 또는 사건을 묘사하기 위해 명시적이든 암시적이든 한 사물 또는 한 사람은 어떤 면에서는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같지 않는 다른 사물이나 사람에 비교한다. 두 비교대상 사이의 차이점은 독자를 자극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미지의 존재를 인식하게 하고, 이미지가 숨기고 있는 차이점 내의 유사점을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이미지의 여러 유형들은 유사성의 원리(의인화, 풍유, 상징 등)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그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은 은유와 명백한 상관물을 가질 때의 직유이다. 은유는 차이점 속에 내재하는 유사성에 근거한 이미지를 말한다. 은유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은유를 여러 유형으로 세분하였다. *케어드(Caird)가 제시한 유형학 은유를 “네 비교접점들”로 세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①지각적 은유-여러 감각들 중 하나에 근거하는데 가장 일반적인 감각들 중 하나에 근거한 다. 지각적 은유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시각적 은유이다. ② 실용적 은유-어떤 행동이나 결과를 다른 행동이나 결과와 비교하는 것이다. ③공감각적 비교-사물이 지니는 여러가지 감각 중 하나를 다른 사물에 고유한 감각에 연관 시켜 사용한다는 점에서 지각적 은유의 하부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④정서적 비교-한 사물에 대한 느낌이나 가치, 효과, 인상 등을 다른 사물에 대한 느낌, 가 치, 효과, 그리고 인상 등에 비교하는 것을 말한다. (b)연상-유사성과 대조되는 것으로서 가장 일반적인 연상원리에 근거한 비유는 환유와 제유 이다. 환유는 밀접하게 연관된 한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c)이미지의 기능-일반 시어와 마찬가지로 이미지 역시 대부분의 문자어들이 지니고 있는 정확성을 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지는 생동감을 증대시킴으로써 정확 성의 결여를 보상해 준다. 우선 이미지들은 선명하고 기억하기가 쉽다. 또한 이미지들은 심중에 직접 말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이미지는 정서적 으로 충전되어 있어서 가끔 독자에게 이런 저런 행동을 유발시키기도 한 다. 더 나아가 이미지들은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진리를 새로운 방식으 로 자각하도록 한다. 이미지와 문학일반의 이러한 기능은 ‘비친숙화’와 ‘원경화’라는 전문 용어로 불려져왔고, 예수님도 종종 일종의 확장된 은유 라 할 수 있는 비유로 가르치셨다. 4) 운율(Meter) 운율은 여러 시관습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서, 가장 잘 알려져있는 시의 특징이다. 운율은 리듬과의 관계에서 가장 잘 정의될 수 있다. 리듬은 강세음절과 비강세음절의 비체계적 반복순환이다. 그러나 운율은 규칙적이며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리듬과 다르다. *문학비평가 푸설(P.Fussel)은 운율의 세가지 기능을 구별하여 설명한다. ① 운율은 독서전략을 유발한다. 운율은 독자에게 그 텍스트가 시임을 알려주는 인위적인 분위기를 부여한다. ② 운율은 규칙적이고 반봅적인 패턴을 설정하며, 이 패턴에서 벗어날 경우, 일탈된 단어 나 구는 강조된다. ③ 어떤 운율 패턴은 때때로 시상이나 분위기와도 연관된다. 푸설은 오행속요-약약강 5행 희시-가 경쾌한 분위기와 연관되어 있다고 예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몇몇 학자들도 성경에 나오는 특정 운율형태(예컨대, 3-2 강세체계를 소위 키나(qinah)로 불리는 애가와 동일시 한다. 강세 운율법은 맛소라 강세법에 따라 단어의 장음절을 강조한다. 맛소라 악센트 체계에서는 단어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각 단어는 하나의 강세만을 가진다. 히브리서에서 강세는 주로 마지막 음절에 온다. 그러나 강세 운율의 적용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차이들은 시인들이 주관적으로 강세위치를 결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기 다른 고대 강세관습을 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음절수 운율법은 불어의 알렉산드린 운율법과 일본시의 운율체계로부터 유추하여 히브리시의 운율을 판단한다. 독자가 성경시를 읽을때, 각 소절의 길이가 거의 같다는 사실이 눈에 띄게 되는데, 한 시행 내에 평행을 이루는 두 소절은 흔히 음절수에 있어서도 거의 동일하다. 특정 운율체계가 선호되기도 하고 주석에도 종종 언급되고 있지만, 오늘날 학자들의 일반적 경향은 운율에 대해 회의적이다. 어떤 학자들은 언어의 변천으로 인해 운율은 더 이상 식별해 낼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주장하며, 또 다른 학자들은 히브리시에는 운율같은 것이 아예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실제 주석의 결과는 어느 견해를 취하든 별 차이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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