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 선교-Businary
길도 없고 물도 없이 끝없이 펼쳐진 모래의 땅 리비아. 국내 한 건설업체가 직경 약 4m, 총길이 약 3500km의 대수로를 묻는 거대한 사업을 맡아 마침내 1차 통수식을 하는 날 리비아 전도시의 사람들은 사막에 '인공 강'이 생긴 사실에 기쁨의 춤을 추었다. 언론을 통해 그 광경을 보면서 신갈렙 선교사(열방네트웍 대표)는 생각했다. '저들의 기쁨은 며칠 지나지 않으면 사그라들 것이다…대부분 모슬림인 리비아인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저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생명의 물이다…'
관악산 기슭에 자리잡아 낙성대역에서 오르락 내리락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찾아간 열방네트웍(All Nations Network; ANN, 관악구 봉천11동 소재)은 숲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붉은 벽돌집이었다. 2층 사무실에서 기자를 맞이한 신 선교사는 ANN사역의 일차적인 비전으로 "실크로드를 생명길이 되게 하는 것(Silk Road Life Road)"이라며 실크로드 24개국을 한박자도 쉬지 않고 빠르게 외워보였다. 복음의 사각지대인 실크로드 지역의 영혼에 대한 그의 사랑과 관심이리라. 그리고 약 한시간 반에 걸쳐 성공한 경영인으로서, 동시에 선교사로서의 사명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의 신앙의 여정에 대한 '담백한 고백'(?)과 함께 교계의 현실에 대한 거침없이 쏟아지는 비판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었다.
'복음의 분배정의실현 데모'에 가입하다
'또 내가 그리스도의 見㎱?부르는 곳에는 복음을 전하지 않기로 힘썼노니 이는 남의 터 위에 건축하지 아니하려 함이라'(롬15:20)
남의 터 닦은 곳에 교회를 개척하지 않는 바울의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정신을 본받아 그야말로 복음의 사각지대라 하는 실크로드를 생명의 길이 되게 한다는 그의 비전은 대학교 시절 갖게 된 것이다. 유신말기 79년 박정희 대통령의 권력독식과 재벌기업의 경제독식에 맞서 데모하다가 해병대에 가게 된 그는 80년, 군대에서 예수님을 영접한다.
제대 후 캠퍼스로 돌아온 그의 눈에는 신기하게도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심한 불평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복음 전파에 대한 불평등이었다. 그는 곧바로 '복음의 분배정의실현 데모'에 가입해서 캠퍼스 전도에 열정을 쏟았다.
그리고 기도하면서 과거 여러나라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인해 번성했던 실크로드가 지금은 복음의 사각지대가 되어 영적으로 황량한 길이 된데 부담을 느끼고 실크로드 복음화에 그의 인생을 맡기기로 작정했다.
실크로드에 하나님 생명의 물꼬 틀어
"실크로드에 하나님의 생명의 물을 흐르게 하는 영적 대수로로 많은 이들이 자유를 얻게 하려고 합니다"
실크로드로 떠나는 출발지인 C국 S시가 영적 진원지가 될 수 있도록 이곳에서의 사역에 전념하던 그에게 하나님은 어느날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1:8)는 말씀으로 다가오셨다. 지하철 건설공사장에서도 구간별 공사로 공기를 단축하듯 실크로드에 영적 대수로를 놓을 때 예루살렘과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동시에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 땅에 속히 편만하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중동 바레인에서 사역하던 한 선교사가 더이상 사역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면서 신 선교사는 기존의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실크로드의 거의 끝부분에 속하는 바레인에서 차곡차곡 선교사로서의 경험을 쌓아간다.
그는 NGO사역과 비지니스사역을 실크로드로 복음을 나르는 독수리의 양날개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NGO사역은 응급환자를 다루는 응급실과 같은 것으로 오래 지속되는 것은 그 나라 사람들도 원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곳이나 나라가 개발되고 발전되려면 비지니스맨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으며 비지니스맨들은 환영한다. 여기에 실크로드에서 비지니스 사역의 큰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비지너리(Businary)'의 탄생
당시 신 선교사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MBA과정에 있었다.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때부터 사업가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대학원때 비로서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보았을 '선교'에 눈뜨고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주님의 지상명령인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마28:9)라는 말씀을 따르자니 선교사나 풀타임 목회자가 되어야 할 것 같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1:28)는 문화명령에 충실하려면 '좋은 사업가'가 되도 괜찮을 것 같아 많이 갈등했다.
마치 이 두개가 상호배타적인 것으로 다가왔던 당시, 그는 시험지 종이에 'missionary'와 'business'를 수백번이고 반복하며 쓰기도 했단다. 그리하여 83년 마침내 '비즈니스 선교사'라의 의미인 비지너리(Businary)라는 단어가 탄생된 것이다.
지갑 속 작은 돈까지 하나님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전문직업으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감당하고자 했던 신 선교사의 심장은 뜨거웠지만 현실의 벽은 어려웠다. 서울대 경영연구소에 있던 당시 그는 맡고자 했던 기업이 있었다.
하루는 사업을 막 시작한 선배를 만나 상담을 하는데 그에게 '지갑속에 든 돈까지 온전히 하나님이 주신 물질의 청지기로 살고 있나. 하나님이 정말 형제를 사랑한다면 위험한 장난감(당시 맡고자 한 기업)을 가지고 노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걸세'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에게 함께 일 할 것을 제안하며 '기도해보라'고 했다.
처음에 신 선교사는 그 제안이 썩 내키지 않았다. 당시 그 선배는 10명 남짓한 직원을 데리고 신촌의 한 아파트 지하 창고에서 옷을 가져다 조그만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신 선교사는 기도하면서 마음을 바꿔 결국 그 조그마한 회사의 경영고문으로 일하게 됐다.
11년간 대표이사 본부장으로 있던 그가 회사를 그만 둘 때에는 대졸 직원만 3천2백여명,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 회사가 바로 (주)이랜드. 또 교회에 내는 헌금만을 거룩하게 여기고 그 외의 돈은 자기 유익만을 위해 사용하는 크리스천들에게 '사소한 것까지 온전히 하나님의 것으로 사용하고 있는가'라며 신 선교사와 함께 오늘날 우리 신앙의 얄팍한 겉치레를 찔렀던 그 선배는 바로 박성수 회장었다.
가장 큰 순종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을 선포하는 것'
신갈렙 선교사는 회사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비지너리'가 되자니 선교도 비지니스도 어중이 떠중이가 되버릴 것만 같아 85년, 10년 장기 계획을 세운다. 90년까지 첫 5년간은 선교역량을 끌어올리는데 최대한 집중하고 91년부터 95년까지 5년간은 국제 비지니스맨으로서 역량을 끌어올리겠다고 결심했다.
이랜드 경영자로 비교적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그는 86년 OMF 단기선교사로 인도네시아에서 6개월간 사역했으며 GMTC에서 1년간 합숙훈련을 하고, 88년 현 사단법인 한국해외선교회 전문인협력기구(HOPE)를 설립하는 등 국내에서 수많은 선교훈련을 받고 또 현장에 뛰어들면서 하나하나 계획을 실행했다.
그리고 90년 말, 그는 이랜드를 사임하고 본격적으로 비지니스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당시 도산 위기에 처한 여의도백화점 인수하기 위해 재무 담당부로 가는 도중 엘리베이터 안의 한 글귀가 그를 붙잡았다. '적극적인 사람은 방법을 찾아내고 소극적인 사람은 변명을 찾아낸다' 그 말은 OMF, GMTC, KRIM, 위클리프 성경번역 선교회 등 수많은 단체서 사역훈련을 받은 것이 순전히 하나님의 축복이었음을 알고, 한국교회에 늘 빚진 마음으로 살던 그에게 새로운 사역단체를 시작하게 하는 동기의 시발점이 된다.
너는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비지니스를 일단 내려놓고 회사에서 성경공부를 가르치던 5명의 제자와 공동체 사역을 시작하던 날 하나님은 그의 육신의 아버지를 이 땅에서 거둬가셨다. 35세 늦깍이로 결혼한 그는 아내와 신혼여행 첫날 가정을 오픈하여 사역을 하기로 약속했고 6개월 뒤, 박사과정 중인 아내가 학교 근처에서 머무는 동안 5형제와 함께 공동체 훈련프로그램인 BTC(Businary Training Camp)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 때가 1993년, 중국의 서북부 서안에서 북아프리카 및 예루살렘을 잇는 '복음의 산지' 24개 나라와 그 주변국의 모든 관문도시에 선교사를 파송하여 교회를 개척하고 복음화하는 비전으로 사역하는 ANN의 첫 출발이었다.
마치 창세기 11장, 12장 아브라함과 사라와 롯이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할 때 아버지 데라가 죽은 후 하란을 나온 이야기같이 이랜드라는 하란을 나와 그렇게 BTC와 함께 가나안을 향해 순례를 시작한 그는 보통의 선교훈련과 다른 강훈련으로 예비 선교사들을 단련시키기 시작했다.
평소 '인생의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장성한 자로 성장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시간도 없고, 또 무엇이 없기 때문에 선교를 못했다'며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는 크리스천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일궈가는 사람이 선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BTC에 들어오면 일단 형제들은 막노동, 자매들은 파출부를 하면서 3명이 한 조가 되어 종잣돈을 마련한다. 직접 마련한 돈으로 훈련생들은 시장에서 물건을 도매가격으로 사서 좌판을 하면서 판매능력을 기른다. 이들은 매일 평가회를 가지고 비지니스적인 감각을 키울 뿐만 아니라, 미래의 경영자로서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관철시킬 수 있도록 자신들의 노하우를 새로운 훈련팀에게 전수하게 한다.
물론 기도와 성경공부, 선교신학 등 이론도 교육하며 해외 비전트립은 자신이 번 돈으로 간다. 그야말로 가진 것 없는 맨몸으로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비지너리로서 제 역할을 감당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편하고 쉬운 일만 하면서 자라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런 거친 선교훈련 프로그램이 먹혀들까 싶지만 지금까지 BTC를 거쳐 해외 필드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만 10개국 80여명이 있다고 하니 하나님의 역사다.
신 선교사는 한국에서 BTC의 사역이 커져나가자 훈련을 더욱 체계화시고 중국인들을 비슷한 방법으로 훈련시키면서 앞으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중동지역에 동원하려는 소망을 키우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위기는 '에고이즘(egoism)'
성경은 죽고 다시 사는 십자가와 부활, 곧 자기부인을 강조하지만 이 시대 맘모니즘과 쾌락주의, 외식주의와 함께 우리 시대 최고의 적이자 복음의 최대 장애는 바로 자기 본위, 이기적인 쾌락주의를 뜻하는 '에고이즘'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에고이즘이 가져다주는 위기는 교회안에서도 마찬가지로 지금도 많은 이들은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또, 그는 "사람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란 사고방식으로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배제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서구적인 것이지 성경적인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신 선교사는 "흔히 평신도 선교사라는 말을 할 때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선교사가 어떻게 평범한 신도라 할 수 있냐"고 반문하며 "평신도와 목회자로 나누어 보는 것은 마치 '네모난 동그라미'라는 어색하고 이상한 말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목회자도 아니요, 평신도도 아니며, 텐트메이커도 아니고 정통적인 선교사도 아니고 그저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을 따라 사역한다"며 "목회자와 평신도간의 간격이 너무 멀어, 나는 어느 한 곳에도 속하지 않고 중간에서 화해시키는 일을 한다"며 웃었다.
나는 훌륭한 비지니스맨이면서 신실한 크리스천이고 싶다
그러한 맥락에서 신갈렙 선교사는 사회 구석구석에서 일하는 크리스천들이 마치 성(聖)과 속(俗)을 두부자르듯(?) 나누면서 '비지니스맨이기보다 신실한 장로가 되고 싶다', '훌륭한 정치인이기보다 크리스천이 되고 싶다'는 식의 사고를 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자칫 잘못하면 사회에서도 신임받지 못하고 큰 영향력을 끼치기는 커녕 오히려 기독교에 안좋은 인상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하나도 하나님께서 주시지 않은 것은 없기 때문에, 두가지 모두 놓치지 않고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선교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전문인선교사의 선교사역적 의미 (0) | 2012.07.23 |
---|---|
[스크랩] Business Mission은 무엇인가? (0) | 2012.07.23 |
[스크랩] 자비량 선교사의 자격 (0) | 2012.07.23 |
[스크랩] 자비량(自備糧) 선교의 서론 (0) | 2012.07.23 |
[스크랩] 비즈니스 선교사의 경영철학 (최환열) (0) | 2012.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