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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협동조합에 길을 묻다 ⑥] 주택 문제 - "집세 올려달라" 요구가 없는 집

수호천사1 2012. 7. 9. 17:15

 

"집세 올려달라" 요구가 없는 집

[협동조합에 길을 묻다 ⑥] 주택 문제 - 이탈리아 트렌토 Obiettivo Casa, 캐나다 주택협동조합

[CBS 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 유연석 기자]

올해는 세계 협동조합의 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부터 다섯 명 이상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에 들어간다.협동조합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CBS 노컷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세계 곳곳에서 성공을 거둔 협동조합을 직접 취재했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사례가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에는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직장인 임모(36) 씨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린다. 모르는 번호다. "임ㅇㅇ 씨죠? 좋은 집이 저렴하게 나와서 소개해 드리려고요." 답도 안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국처럼 사람 많고 땅덩어리 좁은 나라에서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은 부동산'이라는 주변의 충고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시세는 좀처럼 오를 생각은 없고 오히려 떨어진다.

게다가 수요를 예상치 않은 주택 과잉공급으로 미분양 사태가 심각하다는 뉴스가 몇 년째 이어진다. 답답해서 한숨이 나온다. 이번 달 대출 이자를 낼 생각을 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임 씨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어 어엿한 중산층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집을 장만할 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이자 부담을 짊어지며 쪼들리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 집, 필요한 만큼만 지어 싸게 판다

이탈리아의 지방 도시인 트렌토는 로마 등 수도권과 비교하면 집값이 저렴한 편이지만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사람이 집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주택 협동조합이 있다.

1960년 설립된 트렌토 주택협동조합 오비에티보 카사(Obiettivo Casa)는 집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협동조합이다.

대략적으로 트렌토 시내에서 70제곱미터(방 2개, 화장실 1개) 아파트의 가격은 30만 유로(약 4억 3,000만 원) 정도다. 그런데 오비에티보 카사가 제공하는 같은 규모의 주택은 20만 유로(2억 9,000만 원)다. 1/3이 절약되는 셈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기관이나 시를 통해 땅을 싸게 받기 때문이다. 오비에티보 카사가 주로 땅을 받는 곳은 시내와는 조금 떨어진 변두리다. 변두리기에 싼값에 땅을 사, 싼값에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주문된 만큼만 짓기 때문이다. 조합원은 출자금(가입비)으로 260유로(약 37만 원)를 낸다. 이후 조합에서 어느 지역에 집을 지으려 한다는 건설 공고를 하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예약 인원을 모집한다. 그리고 들어온 예약만큼만 집을 짓는다.

주택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예약 시 전체 집값의 15%를 내고, 이후 진행되는 상황에 맞추어 꾸준히 돈을 지급해야 한다. 집이 완공됐을 때는 당연히 모든 집값이 완납돼야 한다.

집은 필요한데 돈이 없는 조합원에게는 협동조합에서 은행과 연결해 모기지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주고, 은행과의 이자 타협을 도와주기도 한다.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주택 수요자의 대부분이 대학을 막 졸업한 사회 초년생(개인)이나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신혼부부다.

오비에티보 카사의 니콜라 멘디니(Nicola Mendini) 대표는 "부모의 추천으로 조합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협동조합을 통해 집을 산 부모가 자녀에게 삶의 경험과 지혜를 전달하는 것이다.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은 어느 정도 되는지 물었다. 멘디니 대표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살고 있는 집이 있는 사람이 왜 또 집을 사죠? 한국은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필요 이상으로 주택을 소유하지 않으며,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지 않습니다."

애초에 투기 목적으로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이라면 협동조합을 통해 구매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협동조합을 통해 저렴한 값에 주택이 제공된다는 것보다 싼 값에 제공되는 집을 구매해서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 더 놀라운 사실이 아닌가 싶다.

◈ 공장이 아파트로…집세 인상 걱정없는 캐나다 주택협동조합

캐나다의 주택조합은 운영 방식이 이탈리아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캐나다에는 조합이 건물을 소유하고, 조합원들은 매달 임대료를 낸다.

임대 형식이지만 한국의 경우처럼 임대 기간이 제한된 것도 아니고, 월세나 전세를 올려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조합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기간만큼 조합이 소유한 주택에서 살 수 있으며, 실제로 거주하는 조합원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임대료 등 주요 사항을 직접 결정하기 때문에 집주인의 부당한 임대료 인상 요구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캐나다에서는 2,700여 개의 주택협동조합이 있으며, 전국에 9만 명이 넘는 국민이 협동조합 주택에서 살고 있을 정도로 활성화 돼 있다.

조합이 구성되면 건물 구입을 위해 모기지 대출을 하거나, 주택협동조합 연합에서 구입비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건물을 구입하는 경우는 조합은 철저히 비영리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조합이 보유한 주택 중 일부는 집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의무적으로 임대해야 한다.

몬트리올 주택협동조합 연합(Fédération des coopératives d'habitation intermunicipale du Montréal métropolitain)의 리처드 우데(Richard Audet) 홍보담당은 "협동조합 주택에 살고 있는 조합원들의 절반가량은 저소득층이며, 임대료의 일부분을 정부에서 보조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협동조합이 발달하다 보니 조합을 통해 지역 재생작업이 이뤄지는 흥미로운 사례도 생겨났다.

지난 2010년 결성된 주택협동조합 '스테이션 넘버 원' (Cooperative Station No. 1)은 몬트리올 호셀라가 지역의 버려진 공장을 주택으로 리모델링했다.

1903년에 세워진 주물공장으로 퀘벡지역 중공업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공장은 폐쇄된 이후에는 오히려 도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이 공장 근로자가 중심이 된 12명이 주택협동조합을 결성해, 공장을 주거지로 개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방치된 공장을 놓고 골치를 앓던 몬트리올 시도 적극 협조했다.

스테이션 넘버 원은 공장 구조물의 90%를 그대로 재활용하면서, 74명이 살 수 있는 집으로 완벽히 개조됐고, 지역재생 효과까지 가져온 새로운 주택협동조합의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설립 멤버였던 앙드레 포이타(Andre Poitras)는 "버려진 공장이 혼자 사는 사람부터 대가족까지 다양한 가구가 어울려 살 수 있는 아파트가 됐다"며 "우리는 가족형 협동조합"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집을 싸게 사거나, 저렴한 임대료만 내고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주택협동조합은 평생 집 한 채를 마련하지 못하거나, 집을 사 놓고 평생 대출상환의 짐을 져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하나의 좋은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hahoi@cbs.co.kr / yooy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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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 유연석 기자]

올해는 세계 협동조합의 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부터 다섯 명 이상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에 들어간다.협동조합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CBS 노컷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세계 곳곳에서 성공을 거둔 협동조합을 직접 취재했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사례가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에는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직장인 임모(36) 씨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린다. 모르는 번호다. "임ㅇㅇ 씨죠? 좋은 집이 저렴하게 나와서 소개해 드리려고요." 답도 안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국처럼 사람 많고 땅덩어리 좁은 나라에서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은 부동산'이라는 주변의 충고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시세는 좀처럼 오를 생각은 없고 오히려 떨어진다.

게다가 수요를 예상치 않은 주택 과잉공급으로 미분양 사태가 심각하다는 뉴스가 몇 년째 이어진다. 답답해서 한숨이 나온다. 이번 달 대출 이자를 낼 생각을 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임 씨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어 어엿한 중산층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집을 장만할 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이자 부담을 짊어지며 쪼들리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 집, 필요한 만큼만 지어 싸게 판다

이탈리아의 지방 도시인 트렌토는 로마 등 수도권과 비교하면 집값이 저렴한 편이지만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사람이 집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주택 협동조합이 있다.

1960년 설립된 트렌토 주택협동조합 오비에티보 카사(Obiettivo Casa)는 집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협동조합이다.

대략적으로 트렌토 시내에서 70제곱미터(방 2개, 화장실 1개) 아파트의 가격은 30만 유로(약 4억 3,000만 원) 정도다. 그런데 오비에티보 카사가 제공하는 같은 규모의 주택은 20만 유로(2억 9,000만 원)다. 1/3이 절약되는 셈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기관이나 시를 통해 땅을 싸게 받기 때문이다. 오비에티보 카사가 주로 땅을 받는 곳은 시내와는 조금 떨어진 변두리다. 변두리기에 싼값에 땅을 사, 싼값에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주문된 만큼만 짓기 때문이다. 조합원은 출자금(가입비)으로 260유로(약 37만 원)를 낸다. 이후 조합에서 어느 지역에 집을 지으려 한다는 건설 공고를 하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예약 인원을 모집한다. 그리고 들어온 예약만큼만 집을 짓는다.

주택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예약 시 전체 집값의 15%를 내고, 이후 진행되는 상황에 맞추어 꾸준히 돈을 지급해야 한다. 집이 완공됐을 때는 당연히 모든 집값이 완납돼야 한다.

집은 필요한데 돈이 없는 조합원에게는 협동조합에서 은행과 연결해 모기지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주고, 은행과의 이자 타협을 도와주기도 한다.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주택 수요자의 대부분이 대학을 막 졸업한 사회 초년생(개인)이나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신혼부부다.

오비에티보 카사의 니콜라 멘디니(Nicola Mendini) 대표는 "부모의 추천으로 조합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협동조합을 통해 집을 산 부모가 자녀에게 삶의 경험과 지혜를 전달하는 것이다.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은 어느 정도 되는지 물었다. 멘디니 대표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살고 있는 집이 있는 사람이 왜 또 집을 사죠? 한국은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필요 이상으로 주택을 소유하지 않으며,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지 않습니다."

애초에 투기 목적으로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이라면 협동조합을 통해 구매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협동조합을 통해 저렴한 값에 주택이 제공된다는 것보다 싼 값에 제공되는 집을 구매해서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 더 놀라운 사실이 아닌가 싶다.

◈ 공장이 아파트로…집세 인상 걱정없는 캐나다 주택협동조합

캐나다의 주택조합은 운영 방식이 이탈리아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캐나다에는 조합이 건물을 소유하고, 조합원들은 매달 임대료를 낸다.

임대 형식이지만 한국의 경우처럼 임대 기간이 제한된 것도 아니고, 월세나 전세를 올려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조합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기간만큼 조합이 소유한 주택에서 살 수 있으며, 실제로 거주하는 조합원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임대료 등 주요 사항을 직접 결정하기 때문에 집주인의 부당한 임대료 인상 요구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캐나다에서는 2,700여 개의 주택협동조합이 있으며, 전국에 9만 명이 넘는 국민이 협동조합 주택에서 살고 있을 정도로 활성화 돼 있다.

조합이 구성되면 건물 구입을 위해 모기지 대출을 하거나, 주택협동조합 연합에서 구입비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건물을 구입하는 경우는 조합은 철저히 비영리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조합이 보유한 주택 중 일부는 집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의무적으로 임대해야 한다.

몬트리올 주택협동조합 연합(Fédération des coopératives d'habitation intermunicipale du Montréal métropolitain)의 리처드 우데(Richard Audet) 홍보담당은 "협동조합 주택에 살고 있는 조합원들의 절반가량은 저소득층이며, 임대료의 일부분을 정부에서 보조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협동조합이 발달하다 보니 조합을 통해 지역 재생작업이 이뤄지는 흥미로운 사례도 생겨났다.

지난 2010년 결성된 주택협동조합 '스테이션 넘버 원' (Cooperative Station No. 1)은 몬트리올 호셀라가 지역의 버려진 공장을 주택으로 리모델링했다.

1903년에 세워진 주물공장으로 퀘벡지역 중공업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공장은 폐쇄된 이후에는 오히려 도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이 공장 근로자가 중심이 된 12명이 주택협동조합을 결성해, 공장을 주거지로 개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방치된 공장을 놓고 골치를 앓던 몬트리올 시도 적극 협조했다.

스테이션 넘버 원은 공장 구조물의 90%를 그대로 재활용하면서, 74명이 살 수 있는 집으로 완벽히 개조됐고, 지역재생 효과까지 가져온 새로운 주택협동조합의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설립 멤버였던 앙드레 포이타(Andre Poitras)는 "버려진 공장이 혼자 사는 사람부터 대가족까지 다양한 가구가 어울려 살 수 있는 아파트가 됐다"며 "우리는 가족형 협동조합"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집을 싸게 사거나, 저렴한 임대료만 내고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주택협동조합은 평생 집 한 채를 마련하지 못하거나, 집을 사 놓고 평생 대출상환의 짐을 져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하나의 좋은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출처 : 내 사랑 중국 ♡ MyLove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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