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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북한 순교자 이야기

수호천사1 2012. 3. 20. 08:22

북한 순교자 이야기



  내가 열일곱 살 되던 해인 1973년 11월 30일이었다. 오전 11시에 신흥 군 안전부로부터 갑자기 공설운동장에 집합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에 따라 신흥 군 읍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학생이건 노인이건 하나같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했고 나도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지시에 따를 뿐이었다.


  그러나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은 인민재판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쑥덕거리고 있었다. 과연 그러한 추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후 2시쯤 되자 짐칸을 포장으로 둘러친 트럭 한 대가 군중 앞으로 달려와서 멎었다


  이어서 안전원들이 달려와 트럭에서 세 명의 노인들을 끌어내렸다. 역시 그들에 대한 인민재판이 시작되었다. 그 재판은 신흥 군 당위원회와 안전부가 주최했는데 지도는 평양중앙재판소의 지도성원이 직접 맡았다.


  운동장에는 세 명의 노인들 이외에는 25톤 소형 프레스가 차에서 내려져 설치돼있었다. 명의 노인들은 심한 고문을 당했는지 걸음을 옮겨놓을 때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참으로 보기에 딱하고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세 명의 노인들 가운데 한 노인이 하늘을 우러렀다. 그리고 뭐라고 간절한 기도를 시작했다. 기력이 모자라 그런지 아니면 목이 쉰 탓인지 알 수 없지만 노인의 기도하는 음성은 옆 사람에게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 노인의 그런 기도가 끝나자 다른 두 명의 노인들도 ‘아멘...’ 하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 여겨진 것은 죽음을 목전에 둔 그 노인들의 표정이 너무도 평화스러운 것이었다. 내가 남한으로 와서 알게 된 것은 그날 그 노인들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순교 할 것을 결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분명히 그들은 죽음을 초월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인들의 기도가 끝나자 군중들 가운데 선동대원으로 보이는 몇 명의 청년들이 ‘처단하라’ ‘처단하라’ 고 소리쳤고 그 소리가 신호인 듯 또 다른 청년들이 노인들 앞으로 나와 입에 재갈을 물렀다. 이윽고 중앙재판소에서 내려왔다는 지도원이 군중을 향해 소리쳤다.


  “동무들! 어버이 수령 김일성 동지의 유일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기 위해 전체 인민이 하나같이 단결 해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종교를 신봉하는 악독한 자들이 우리 공화국에 존재한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사실이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웁게도 아직 저 반동 종교인들이 남아서 지하활동을 펴 왔다고 하니 저자들을 어버이수령 김일성 동지의 교시를 귀담아 듣기보다는 종교라는 아편에 중독이 되어 저들만의 쾌감을 즐겨왔던 게 분명하오! 그렇다면 저들의 골통 속에 과연 뭣이 들어있는지 이제부터 우리 다같이 관찰해 봅시다....”


  그의 연설은 처음부터 극한적 잔인성에 가득 차 있었고 선동적 발언이었다. 세 명의 노인들이 거기까지 끌려오게 된 것은 위생 검열단 검열과정에서 성경책이 발견됐기 때문이라 했다. 북한에서는 위생검열이라는 명목으로 검열단이 각 가정은 물론 공장과 기업소, 협동농장 단위로 불시에 나타나서 검열을 한다.


  세 명의 노인들은 그날 신흥 군 상원천리의 한 집에서 은밀히 집회를 갖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들이닥친 검열단에 의해 성경책을 빼앗겼고 체포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재판소 지도원의 연설이 끝나자 군중 속에 끼어있던 사복 안전원들이 ‘처단하자! 처단하자!’ 하며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도 웅성웅성 하더니 차츰 그 구호를 따라 외쳤다.


  ‘작동준비!’

  ‘작동!’


  구령과 함께 안전원들이 스위치를 누름과 동시에 25톤급 소형 프레스가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했다. 압축판이 노인들의 머리를 행해 조여들고 있었다. 마침내 압축판이 노인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짓눌렀다. 노인들은 비명을 질렀다.


  잠시 후 갑자기 두개골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뇌수와 선혈이 사방으로 튀겼다. 그 같은 참상을 목격한 주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렸다.


  나 역시 눈앞이 아찔해지며 악몽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서 곁에 서 있던 동료를 끌어안고 말았다. 주민들은 한동안 몸이 굳어지는 것처럼 전혀 움직일 줄 모르면서도 야수 같은 살인자들을 마음속으로 저주하며 치를 떨고 있었다. 상당수의 부인들은 울기까지 했다.


  그런데 처형의 마무리 단계에서 중앙 재판소에서 내려왔다는 그 지도원은 “종교의식을 가진 자. 또 그러한 자와 결탁한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이 자들과 똑같이 처벌받게 될 것이오.” 하고는 총총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북한에서는 그 세 노인뿐만 아니라 1970년대 초부터 중반에 이르는 1976년까지 여러 곳에서 비밀리에 하나님을 섬기던 기독교인들이 김일성 집단에 무참히 처형을 당했다.

 

 

발췌: (『자유냐 죽음이냐』, 이영선 저, 신원문화사, 1984, 271~275p)


출처 : 알이랑 코리아 선교회 - 알이랑민족회복운동
글쓴이 : 셈의장막재건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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