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철의 실크로드 기행] (1) 실크로드의 첫걸음 `시안`
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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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西安은 '문화 용광로' 였으리…
곳곳에 고색창연한 빛 감돌아
한때는 세계의 중심
실크로드,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단어이다. 마치 부드러운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곧게 난 길을 따라가면 야자수 밑에 이국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쉼터가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실제는 거친 황무지와 사막이 겹겹이 둘러싸인, 외로운 오아시스 도시가 점점이 박혀 있는 변방의 땅이며 지독한 가난으로 점철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크로드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땅이다. 과거에는 동서양의 무역통로, 문화의 전파 경로로, 또 현재에도 소수민족의 문화와 역사가 이어지며, 중국 서부대개발의 진원지로 미래를 향한 끊임없는 변화의 용틀임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소수민족 전문가 심형철 씨와 함께 한반도의 약 8배에 달하는 광활한 실크로드를 따라가 본다.
실크로드, 그 곳에는 모래를 먹고 덮고 자는 사람, 보잘 것 없는 한 끼의 식사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 초원 위에서 홀로 경건하게 기도를 드리는 사람, 당나귀 수레에 앉아 졸고 있는 사람, 낯선 이방인에게 나이차(茶)를 내어주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한 잔 술과 음악에 취해 한(恨)을 노래하고 신명나게 춤을 추는 사람도 있다. 거대한 풍력발전소와 꺼지지 않는 유전의 불꽃이 있는 곳도 실크로드다.
중국 사람들은 말한다. 중국의 과거를 보려면 서안에 가고, 현재를 보려면 북경에 가고, 미래를 보려면 상해에 가라. 그러나 나는 이렇게 권한다.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보고 싶으면 실크로드를 따라 가라.
◇동서양을 잇는 비단길이 열리다
실크로드는 동아시아, 서아시아를 거쳐 지중해까지 연결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무역통로이다. 실크로드라는 멋진 이름은 중국의 비단이 전파된 길이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호펜(Richthofen, Ferdinand von)에 의해 명명됐다.
처음 실크로드가 개척된 목적은 상업적인 것보다 정치적인 성격이 강했다. 한(漢) 무제(武帝)가 북방의 흉노족(匈奴族)을 몰아내기 위해 당시 중앙아시아의 따위에쓰(大月氏)와 연합하려고 장건(張騫)을 파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장건은 현재 실크로드의 대부분을 개척하였는데, 그의 활약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즉, `장건이 있어 실크로드가 개통되었고, 서역(西域)의 통일은 장건에서부터 시작되었다.'라는 말이 생겨나게 됐을 정도다. 그 후 실크로드는 중국과 서역, 인도, 페르시아, 유럽,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이 교역되는 무역 통로가 되었고,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의 4대 발명품인 비단과 양잠기술, 제지술, 화약, 나침반 등이 유럽으로 전파됐다. 또한 동서양의 문화를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신천지가 열리게 되었다.
◇실크로드의 첫걸음 시안에 들어서다
실크로드의 출발지이자 종점인 시안(西安)은 천 년의 고도답게 고색창연(古色蒼然)한 빛이 감도는 곳이다. 세계의 중심이 유럽이 되기 이전까지, 적어도 8세기까지 창안(長安, 시안의 옛 이름)은 세계의 중심이자, 세계 최대의 도시였다. 중국 역대 왕조 중에서 가장 번영했던 당나라 때, 창안에 상주하는 외국인이 2만명을 넘었다고 하니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창안은 세계를 포용할 수 있는 문화적 배경이 있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그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활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줄 알았던 당나라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분명 실크로드와 연결되어 있다. 창안은 서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의 출발지이자 종점이기 때문에 문화의 전파자인 동시에 문화의 수용자이기도 하다. 중국인의 잠재의식 속에 깃들어 있는 유교와 도교에서부터 불교, 유대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교가 허용되었고, 이민족과의 통혼도 배타적이지 않았다. 문화는 물과 같아서 고이면 썩게 마련이다. 문화는 흘러들어와 섞이고 다시 흘러나가야만 발전할 수 있다는 진리를 고도 창안에서 보았다.
실크로드를 답사하기 위해 제일 먼저 시안을 찾은 이유는 진시황의 병마용을 보기 위해서도, 당 현종과 양귀비가 사랑 놀음한 별장을 보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 이유는 실크로드의 첫걸음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시안의 성문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안정문(安定門)을 찾았다. 안정문은 시안의 서대문으로, 현재의 성문은 당나라 때 지어진 것을 명나라 때 성벽을 확장하면서 전보다 남쪽으로 약간 이동한 것이다. 안정문에는 서역의 안태강정(安泰康定)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안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안정문을 통과하며 실크로드 답사가 안전하게 그리고 의미 있게 이루어지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서안 시내에 있는 실크로드의 개척자 장건의 조각상을 찾았다. 장건의 조각상은 한무제가 하사한, 밀사임을 밝히는 깃발을 펄럭이며 말을 타고 서역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역시 그가 험난한 여정을 극복하고 귀환했던 것처럼 성공적 답사를 기원하는 나만의 의식이었다.
`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저자/
◇필자 심형철씨는 중국 북경중앙민족대학 민족학과에서 중국 소수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전공하고, `중국 알타이어계 제민족의 금기문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신쟝을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 `맛있는 중국음식 100' 등이 있다.
2000년 9월부터 2004년 6월 박사학위 과정동안 중국 소수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면서 실크로드에 살고 있는 서북 소수민족에 깊이 매료되어 논문작성을 위한 현지 답사는 물론, 실크로드를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하기 위해 한반도의 약 8배에 달하는 중국 신강웨이우얼자치구 구석구석을 직접 밟아보았다. 그는 이 여행기간에 허시저우랑을 지나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 티엔산맥을 횡단하고 파미르고원을 돌아 알타이산맥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의 고행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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