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선교사와 발맞추는 단기 선교 필요 |
"현지 문화 배우려는 자세와 현지인과 지속적으로 관계 맺어야" |
중앙아시아 A국에서 선교하던 ㄱ 선교사에게 외국인 동료 선교사들은 "우리를 죽이려 하느냐"고 항의했다. 한국의 모 선교 단체에서 2006년 개최한 '평화축제'에 대해 외국인 선교사들이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그 단체는 길거리에서 통성 기도를 하고 현지인을 붙잡고 전도를 했다. 선교가 법으로 금지된 지역인 A국에서 그런 선교는 위험한 일이었다. 다음 해 A국에서는 그 선교 단체와 연관 있던 한국 단기 선교 팀 21명이 피랍되어 2명이 죽었다. 그리고 한국인 선교사들은 모두 A국에서 쫓겨났다. 자신이 선교사라는 걸 드러내지 않고 지역 개발 사역과 언어 교육 사역을 해 오던 ㄱ 선교사도 A국에서 추방됐다.
현장 선교사들은 단기 선교 팀 때문에 크고 작은 어려움에 처했던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다. 기독교 선교가 금지된 중동 B국에서는 한 단기 선교 팀이 직접 현지인에게 전도를 하다가 경찰에게 잡혀가기도 하고, 언론사에 사진이 찍혀서 인터넷상에 오르기도 했다. 덕분에 컴퓨터와 영어를 가르치는 사회 복지 센터를 운영하던 ㄴ 선교사는 센터 문을 닫을 뻔했다. 한국 선교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현지인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3년이 걸렸다. 또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짧은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선교 팀 때문에 현지인들의 눈총을 샀다. 인도의 ㄷ 선교사는 미성년자 개종 금지법을 무시하고 현지인에게 노방 전도를 해 현지 경찰에 붙잡힌 단기 선교 팀을 구하느라 진땀을 뺀 적이 있다.
이런 단기 선교 팀들은 왜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킬까. 현장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 단기 선교 팀 때문에 곤란을 겪게 된 경우와 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보는지 물었다. 또 어떤 단기 선교 팀이 선교사의 사역에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 의견을 들었다.
선교사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아
인터뷰에 응한 선교사들은 "문제를 일으키는 단기 선교 팀은 현지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왜 그럴까. 먼저는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거두려는 열망이 너무 큰 경우다. ㄱ 선교사는 "(그러한 단기 선교 팀들은) 열정이 지나친 나머지 현지 문화를 강조하는 선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 눈앞에서 무엇인가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단기간에 승부를 보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런 단기 선교 팀은 이슬람권과 힌두권 등 창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지역에서 공격적인 선교를 강행한다.
단기 선교 팀의 조급함에 대해 선교사들의 우려는 크다. ㄴ 선교사는 "현장 사역은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다. 현지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어야 한다"고 했다. ㄷ 선교사는 "선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복음이 전해지는 것이다. 관계를 맺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이 빠진 상태에서 전해지는 복음에 현지인들은 반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경우는 선교에 대한 열정이 거의 없는 경우다. 이런 경우 단기 선교 팀은 선교 여행이 아니라 선교 관광을 다닌다. 이런 선교 팀을 받는 선교사들은 현지 관광 가이드 취급을 받을 때도 있다. 인도의 수도 델리 지역에서 사역하는 ㄷ 선교사는 교회 개척 사역과 빈민 지역 아동 그룹 홈 사역을 한다. 그는 단기 선교 팀을 많이 받는 편이다. 1년에 30여 개 팀이 방문하고, 연인원은 400여 명 정도다. 많은 팀을 받다 보니 준비가 안 되어 있거나, 선교에 대해 관심이 없는 팀들도 방문할 때가 가끔 있다. 그런 팀들은 시골 지역에 가는 걸 꺼린다. 관광지에서 사진 찍거나 쇼핑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 후원 교회에서 단기 선교 팀이 찾아오면, 후원을 받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서 선교사의 의견을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선교사들은 현지 사역에 힘을 쏟아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관광 가이드 역할을 할 때가 있다.
현지인과 교제하기보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프로그램을 보여 주기에 급급한 단기 선교 팀도 있다. 서남아시아 C국의 ㄹ 선교사는 단기 선교 팀이 방문하면 신앙을 가진 지 얼마 안 되는 현지인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한다. 손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슬람권 문화를 고려해 삶 속에서 복음을 자연스럽게 전하려는 취지다. 그런데 홈스테이보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촌극과 드라마에 더 집중하는 단기 선교 팀이 가끔 있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 등을 말이 아닌 퍼포먼스로 표현하면 복음이 전해질 것이라 생각해서다. ㄹ 선교사는 "고생을 많이 해서 단기 선교 팀들이 준비하지만, 실제로 현지인들은 드라마가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보여 주기 위한 프로그램보다는 같이 어울리는 시간을 많이 마련하는 게 전도에 더 효과적이다"고 했다.
현지 문화 배려에 현지인들은 감동
중동 B국 ㄴ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사회 복지 센터를 방문한 한 단기 선교 팀은 기독교인에 대한 현지 사역자들의 인식을 변하게 했다. 우선 이 팀은 현지 선교사 사역을 돕는 데 충실했다. 센터 보수 공사 기간 중에 방문한 선교 팀은 페인트 칠, 벽돌 쌓기 등을 도왔다. 현지인들이 힘들어 하는 일을 기쁜 얼굴로 하는 청년들에게 현지인들은 호감이 생겼다. 선교 팀은 젊은 남녀 간에 대화를 좋게 보지 않는 이슬람 문화를 고려해 일할 때와 현지인이 있을 때는 남녀 간의 대화를 삼갔다. 선교 팀이 돌아간 뒤, 현지 사역자들은 ㄴ 선교사를 찾아왔다. 그들은 청년들을 보고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성경을 읽어 보겠다고 했다. 묵묵히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현지 문화를 배려하는 모습에 현지인들이 감동했다고 ㄴ 선교사는 말했다.
▲ 현지인들은 힘든 일을 기쁜 얼굴로 하는 등 묵묵히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현지 문화를 배려하는 모습에 감동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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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문화를 배려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부터 선교지 역사와 종교 등을 공부하는 건 기본이다. 또 현장 선교사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는 게 중요하다. ㄹ 선교사는 "현장 선교사는 단기 팀보다는 현지 전문가다. 선교사가 지닌 정보, 현지 풍습, 정치 상황 등에 대해 잘 들어야 한다"고 했다. A국에서 추방된 ㄱ 선교사는 현지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선교 단체의 행동에 대해 "현지 문화를 이해하지 않았으며, 다른 현지 선교사들에게 의견을 묻거나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했다.
더 나아가서는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현지인과 직접 관계 맺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미또 사랑의교회 선명수 선교사는 단기 선교 팀을 일본 불신자 가정에 홈스테이를 보낸다. 선교 팀은 이틀에서 사흘 정도 불신자 가정과 교제한 뒤 그들을 교회 문화 행사에 초대한다. 선 선교사는 "무작정 일본어 4영리 전도지를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교회에 다니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 일단 관계를 쌓으면 언젠가는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했다.
선교사들은 직접 관계를 맺되 지속적으로 한 지역을 방문하는 단기 선교가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아시아 D국 ㅁ 선교사는 "적어도 한 선교 팀이 5년 이상 같은 지역을 방문해 현지인과 쭉 교제하는 게 좋다. 현지인들이 아는 얼굴을 다시 만나면 그 선교 팀에 더 쉽게 마음을 연다"고 했다. 미또 사랑의교회는 6년 동안 같은 교회 선교 팀을 받았다. 작년에 홈스테이를 했던 가정에 다시 방문하게 한다. 6년 동안 한 가정에만 계속 방문한 선교 팀원도 있다. 부활절과 성탄절에 안부를 묻거나 고마움의 표시로 작은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그 결과 교회에 출석하는 일본인이 생겼고, 그중 일부는 신앙을 갖게 되었다.
한국 선교의 토양인 한국교회가 성숙해야
선교사들은 단기 선교의 장단점을 모두 언급하며, 부정적인 요소 때문에 긍정적인 면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ㄱ 선교사는 "오랫동안 고립되었던 선교사에게는 단기 선교 팀의 방문이 큰 위로가 된다. 또 그 관계를 계속 이어 가는 건 선교사에게나 선교 팀에게나 은총이다. 이것은 현지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ㅁ 선교사는 "단기 선교는 장기 선교사 헌신의 가장 큰 통로다. 선교사의 삶에 대해 직접 보고 선교사로서의 소명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꼭 선교사가 안 되더라도 선교적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ㄱ 선교사는 단기 선교가 제대로 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선교의 토양인 한국교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질보다 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이는 교회를 짓는 데 힘쓰는 것보다 성숙한 교회가 되는 데 전력해야 한다. 그래야 성숙한 선교가 현장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출처/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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