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우리말

[스크랩] 중국의 한국어 교육과 우리의 외국어 교육

수호천사1 2010. 6. 15. 15:10

중국의 한국어 교육과 우리의 외국어 교육


중국에서 한국어과를 개설한 대학들은 회화 중심의 의사소통 능력 신장에 커리큘럼 운영의 초점이 맞춰져 있어 졸업할 무렵이면 대부분 한국어를 웬만큼은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초·중등과정 외국어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선택중심과 수준별 수업이 가능해진 7차 교육과정에서는 학교단위의 실용적 커리큘럼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이 근 표 서울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 교사

이 글은 필자가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에 관심을 갖고, 중국의 한국어 교육 담당자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점을 토대로 생성된 내용하나의 방법론적 가설이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국어교육을 전공한 필자에게 외국어 교육 분야가 영역 밖인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의 한국어 교육이 우리의 외국어 교육에 대응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한국어 교육 방법이나 교육체제가 우리 외국어 교육에도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심정에서 이 글을 시작하게 됐다.


또 하나 밝힐 것은 외국어 교육을 이야기할 때마다 만나게 되는 문제가 민족 언어와 민족 문화, 그리고 민족 정서의 정체성 문제인데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한국어 교육 현황

한국어과가 개설된 대학과 교육과정 북경대학에 조선어학과가 설립된 것은 1949년이었지만, 한국어 교육 붐이 일게 된 것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부터이다. 2002년 말 현재 23개 대학의 2,300여 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으며, 한국어를 제 2외국어로 개설한 대학까지 고려하면 상당수의 중국인들이 한국어를 학습하고 있다.


한국어과를 개설한 대학들은 대외경제무역대, 낙양군사외국어대, 대련외대 등처럼 특정의 목적 의식아래 설립된 대학들이거나 청도대, 연태대 등과 같이 한국인들과의 교류가 집중된 지역의 대학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한국과의 무역이나 관광 등 현실적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학과를 개설했다는 공통적 특징을 지닌다.


이에 따라 커리큘럼도 자연 실질적인 회화 능력을 제고하는 데 맞춰져 있다. 중국에서는 어떤 외국어를 공부하든지 간에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외에 번역하기의 5가지 기능을 양성하여야 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대외경제무역대의 한국어 교육 학습 목표에서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어휘 재학 4년 간의 학습을 통하여 기본어휘 5,500개 내지 6,000개를 장악하고 쓸 줄 알아야 한다.

·문법 한국어에 대한 기본문법을 장악하여 일반적인 입말이나 서면어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번역 전문성이 강하지 않은 한글을 한어漢語로 시간당 500~600자, 한어漢語를 한글로 시간당 200~300자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통역에서는 일상생활 통역은 물론 일반적인 상담, 무역담판의 통역을 담당하여 오역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읽기 시간당 전문성이 강하지 않는 소설, 수필, 기행문 등을 12,000자 읽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기본상 한국어로 구사하고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발음이 똑똑하고 자기의 의사를 조리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김병운, 2000.

이와 같이 상당히 구체적인 목표로 기술돼 있어 중국의 한국어 교육이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교과과정에 ‘한국어무역 실무문 작성40시간’, ‘한국어경제문장독해40시간’ 등과 같이 실무적인 분야가 들어 있다는 점도 이를 잘 나타내 준다.

교수방법 현재 중국에서 한국어 교육은 언어 소통이 교육의 목적이 되면서 구조주의 이론에 바탕을 두었던 교수법이 멀어지고 기능주의 이론에 의한 교수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김충실, 2002. 과거에 의미가 있었던 ‘주목적이 문헌을 읽는 것에 있었던 문법-번역 중심의 전통적인 교수법’은 글로벌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것이 강조되고 있는데, 물론 ‘너무 의사 소통에만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정확한 문법이나 완전한 문장 구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는 부작용까지 생길까 걱정하는 정도이다. 그만큼 실질적인 회화 능력 신장이 한국어 학습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인용문에서 보듯이 중국의 한국어 교육의 최근 경향은 문화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실정여기서 말하는 우리 실정이란 ‘한국의 언어 문화 풍습과 해당 외국의 언어 문화 풍습의 차이를 고려한 것’을 지시함에 맞는 외국어 교육 방법 및 교재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이선한, 2000.

이에 따라 특히 현대 한국의 일상적인 생활문화를 가능하면 많이 접하게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대한 친밀감을 조성한 후에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거나, 한국인의 독특한 제스처나 대중 문화, 문학 작품 등을 활용하여 언어 활동을 구안하고 있다권종분,1998.

교수요원 현재 중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진은 180여명 정도인데, 그 중 20%는 한국인 초빙교수다. 나머지 150명의 교수진은 약 80% 정도가 조선족이다. 최근 들어 새로 한국어를 학습한 젊은 중국인들 여기서 말하는 중국인이란 ‘한족’을 가리킴이 교수진에 합류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들로 교수진을 대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의 한국어 교육이 우리 교육에 주는 시사점

다양한 커리큘럼의 운영 우리의 외국어 교육이 듣는 비판 중의 하나는 실질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10년 이상을 공부해도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중국에서는 비교적 단기간에 한국어를 모국어 화자 수준까지 구사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이렇게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실용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군사적 목적낙양군사외국어대, 경제교류 확대대외경제무역대, 관광가이드 배출대련외대 등 학과설치 이유가 처음부터 실용적 목적에서 있었고, 이에 따라 회화 중심의 의사소통 능력 신장에 커리큘럼 운영의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학교를 졸업할 무렵쯤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웬만큼은 구사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대학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초·중등 과정에서 외국어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도 보다 실용적인 커리큘럼 운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선택중심과 수준별 수업이 가능해진 7차 교육과정에서는 운영의 묘를 살리면 얼마든지 학교단위의 실용적인 커리큘럼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10학년까지는 기초 문법 학습과 기본적인 회화 능력 신장에 목표를 두어 수준별 수업을 하고, 그 이후에는 교과과정을 좀더 세분화해서 선택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보다 심화된 문법 학습과 독해력 신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강좌를, 직업을 가질 학생들은 일반 실무 영어나, 상용영어, 혹은 관광 영어와 같은 다양한 회화 중심의 강좌들을 몇 가지 조합의 방식으로 선택해서 실질적인 영어 구사능력을 신장시키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재량활동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면 좀더 다양한 커리큘럼 운영이 가능해 질 수 있다.

문화교육의 강화 사실 중국의 한국어 교육이 문화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새삼 새로운 것은 아니다. 문화적 지식은 외국어 교육 목표의 기본이 되는 언어적 기능을 보다 완벽하고 효과적으로 학습 및 응용하여 실제 발화 상황에서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외국어 교육에 있어서 문화 교육이 갖는 중요성과 교육적 효과는 우리 교육과정에도 반영돼 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른다. 아울러, 외국 문화를 올바르게 수용하여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고, 외국에 소개할 수 있는 바탕을 이룬다7차 교육과정의 영어과 교육과정 ‘목표’에서.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생활 문화 지도를 위한 교수·학습 방법이나 지도 자료가 개발되어 있지 않아 문화 지도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교과서에 나오는 문화 요소 정도만 가르치기 때문에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지도 내용 또한 교사의 지식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김낙길,1999.


따라서 언어학습과 문화학습이 유리되지 않는 범주에서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문화학습 자료와 교수·학습방법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재량활동과 선택중심교과과정 운영의 묘를 살려, 언어 학습과 문화 학습의 선택적 조합이 가능하도록 학교교육과정을 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자칫 문화 따로, 언어 따로의 분리된 수업이 될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또 문화학습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경험담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학생으로 공부할 때 한국의 관혼상제의 예를 일부 배웠는데 기억하기도 어렵거니와 그것을 써 볼 기회도 없었다. 자랑거리로 한국 분들에게 이야기하니까 자기들도 모르는 것을 다 알고 있어서 대단하다는 칭찬도 하였지만 과연 그런가 하고 의아해 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한국 문화>라는 교재를 편찬하거나 다른 교재를 편찬할 때 전통 문화보다도 현대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좋다장광군, 2001.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내용으로, 외국어를 가르칠 때 혹시 그 나라의 전통적 문화에만 치우친 교수가 진행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원어민 강사의 문제 대체로 중국인 학습자들은 자신들이 조선족 교수진들로부터 학습을 받았기 때문에 보다 쉽게 한국어 구사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조선족 교수진들은 대부분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능수 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미묘한 양국 언어의 차이를 세심하게 구분하여 지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주 작은 오류라도 쉽게 잡아내어 교정시켜 주어 특히 발음 문제와 어려운 관용적 표현 등을 쉽게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윗물이 깨끗하지 않으면 아랫물도 더럽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 어찌 잡을 수 있겠는가?

속담과 같은 관용적 표현에서 가정법과 부정법을 주로 쓰는 중국 학생들의 표현이다. 이를 조건으로 나타내는 문장과 긍정문으로 표현하는 우리말다운 표현에 근거하여 오류를 지적하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와 ‘범의 굴에 들어가야 범을 잡는다’로 바로 잡아 줄 수 있기 위해서는 양국 언어에 통달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 외국어 교육에서 원어민 강사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는 점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무조건 원어민 강사를 확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양국의 언어문화적 차이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는 모국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그것을 구별해낼 수 있는 교수·학습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중언어구사가 가능한 원어민 강사 확보와 함께, 현장 교사의 다양한 해외 연수 및 현장 체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


·권종분, <외국어 습득에 있어서 신체언어능력의 중요성 및 문화와 제스처의 관계>, 《외국어교육연구》창간호, 서울대 외국어교육연구소, 1998
·김낙길, <VTR 자료를 활용한 일본 생활 문화 지도 방안>, 경상북도 일본어 연구회, 1999
·이선한, <한국어 교과서 개발의 이론과 실제>,《국어교육6집》,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2000
·김병운,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및 지도>, 《국어교육6집》,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2000
·장광군,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재 개발의 문제점 및 해결 방안>, 《국어교육7집》,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2001
·이득춘, <한국어 교육의 현황과 과제>, 《한국어 교육을 위한 학술토론회 논문집》, 2002
·김충실, <외국어로서 한국어 문법교육과 교수법>,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의 현황과 장래》,대외경제무역대학 한국경제문화연구소, 2002

■ 생각해 볼거리■

1. 외국어 교육과 우리문화의 정체성 문제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자.
2. 학생들의 수준과 학습목적을 고려할 때, 11학년과 12학년에서 개설할 수 있는 외국어 강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으나 생각해 보자
3. 영어 공용화와 영어 공용화는 어떻게 다르며,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영어공용화의 방향은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4.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과 '외국어를 공부할때 우리말 문법은 잊으라는 것' 은 상치되는 개념인가 생각해 보자

출처 : 내 사랑 중국 ♡ MyLove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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