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반 학생(7~9세)을 위한 한국어 교수법
김 정 숙 /고려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1.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1.1. 학습자의 요구(needs)를 반영해 교육 내용을 구성한다.
교육 내용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학습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상황이나 맥락을 파악해 교육 내용을 구성한다면, 학생들의 의사소통 요구를 만족시키고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교육 내용을 결정할 때 학습자의 요구 이외에도 교육 의뢰자(예를 들면 학부모)나 교육 정책가 등의 요구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민족으로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나 현지 교육자, 혹은 한국의 교육정책가 등이 기대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해외동포 아동(7~9세)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하거나 배울 필요성이 높은 한국어는 무엇일까? <한국어 1>(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있는 다음의 내용들이 해외동포 아동 학습자들에게 필요한 내용일까 생각해 보자.
○ 아동들이 사는 나라의 전통 음식 요리법 설명하기
○ 전화하기
○ 음식 주문하기
해외동포 아동들에게 필요한 한국어는 가족이나 동포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 필요한 내용이나 한인 공동체(한글학교나 친구 집) 및 한국 내 친척과의 의사소통에 필요한 한국어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다음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1) 기본적인 욕구를 표현하고, 간단한 지시를 이해하기
- 엄마, 물 주세요. (엄마, 저 ○○ 좀 주세요. 여기 있어. 감사합니다.)
- 앉으세요, 읽으세요, 여기 보세요, 쓰세요
2) 기본적인 인사말 사용하기
-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 안녕히 주무세요
-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 안녕히 다녀오세요,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3)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기
- 이름이 뭐야? ○○○예요.
- 몇 살이야? ○ 살이에요.
- 어느 학교에 다녀? ○○○○에 다녀요.
- 몇 학년이야? ○학년이에요.
- 어디에 살아? ○○에 살아요.
1.2.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가르친다.
실제 발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처럼 응집성 있게 대화를 구성해 교육 자료로 활용한다. 다음의 대화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1)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름이 무엇입니까?
마리아: 안녕하세요? 저는 마리아입니다.
선생님, 이것은 무엇입니까?
선생님: 그것은 책상입니다.
<한국어 1, 제1과 본문>
(2)
마리아: 여기는 어디입니까?
유 진: 여기는 식당입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습니다.
마리아: 어디에서 손을 씻습니까?
유 진: 화장실에서 손을 씻습니다.
<한국어 1, 제3과 본문>
(1)은 관련성이 낮은 두 개의 주제를 억지로 연결시켜 짧은 대화를 구성해 문제가 되며, (2)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다는 정보를 알려 주기 위한 대화 내용으로 전혀 의사소통적이지 않은 내용 구성이 문제가 된다. 두 대화 모두 현실 세계에서 자연스러운 발화로 구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이들을 교육 목표에 맞게 다음과 같이 자연스러운 대화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3)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예요?
마리아: 안녕하세요? 저는 마리아예요.
호 세: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호세예요.
선생님: 만나서 반가워요.
(4)
마리아: 호세는 어디에 있어요?
유 진: 운동장에 있어요.
마리아: 운동장에서 뭐 해요?
유 진: 축구를 해요.
1.3. 문법 지식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문법을 교육한다.
문법 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문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한국어 교육의 목표는 아니다. 아동들이 문법을 알아 좀 더 생산성 있게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과 방법으로 문법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1.2.에서 살펴본 (1)의 대화는 이름이 무엇인지 묻고 대답하는 활동과 물건의 명칭을 묻고 대답하는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소개와 사물이라는 관련성이 낮은 주제가 짧은 대화 속에 부자연스럽게 엮인 것은 ‘A는 B이다’라는 문법적인 공통점 때문이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대화에서 의사소통보다는 문법 교육에 초점을 두고 교육 내용이 구성되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5)
선생님: 호세는 러시아 학생입니까?
마리아: 아니오, 러시아 학생이 아닙니다. 호세는 멕시코 학생입니다.
<한국어 1, 제2과 본문 중>
(6)
마리아: 바실리도 같이 수영장에 갑니까?
바실리: 아니오, 나는 수영장에 가지 않습니다.
나는 컴퓨터실에 갑니다. 컴퓨터실에서 게임을 합니다.
<한국어 1, 제4과 본문 중>
의사소통에 초점을 맞춘다면 두 대화 모두에서 부정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의사표현을 할 수 있으므로, 초기 단계에서 학습자에게 부정 표현을 배워야 하는 문법 학습에의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된다. 특히 (6)의 경우, 부정법 교육이 꼭 필요하다면 ‘-지 않다’보다는 ‘안’을 먼저 교육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일상적인 대화 상황에서 ‘안’의 사용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어 1>에서는 종결형도 격식체(-습니다)를 먼저 교육하고 비격식체(-어요)를 나중에 교육하고 있는데, 실생활에서의 사용빈도를 고려한다면 비격식체를 먼저 교육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1.4. 자연스럽게 한국적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경험하게 한다.
재외동포 아동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이나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주입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이 한국과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자극을 주어 한민족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단계에서 필요한 한국 문화 교육 내용은 무엇일까? <한국어 1>에 나오는 다음의 요소들은 바람직한 문화 교육 내용일까?
○ 태극기 그리기, 태극기 노래 부르기(쉬어가기 1)
○ 무궁화 그리기, 무궁화 노래 부르기(쉬어가기 2)
○ 윷놀이하기(쉬어가기 3)
○ 한국의 전통음식 알아보기(쉬어가기 4)
한국 문화를 교육할 때 과연 <한국어 1>이 제시하고 있는 문화 교육 내용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항목인지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화 교육 방법에 있어서도 일방적인 설명이나 전달보다는 아동들의 능동적으로 문화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2.1. 한글 자모와 회화 교육을 병행한다.
한글 자모는 한국어 초급 과정의 중요한 교육 내용 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초기에 한글자모를 교육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게 되는데, 글자를 다 익힐 때까지 말을 가르치지 않으면 아동들이 한국어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기가 쉽다. 따라서 글자 교육과 말 교육을 병행해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병행 교육은 한국어 사용 맥락 속에서 글자를 익힐 수 있도록 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2.2. 아동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개발해 사용한다.
설명식 교육보다는 아동들이 즐겁게 참여해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래에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 움직이며 배우기(명령문에 반응하기 등)
2) 게임하기
① 숫자 맞추기 게임
② 단어 맞추기 게임(한 사람이 단어를 설명하고 다른 사람이 단어를 맞추는 방법. 선생님: 우리를 가르쳐요. 학교에 있어요.)
③ 단어 분류하기 게임(여러 부류의 어휘를 섞어 놓고 이들을 공통점이 있는 것끼리 분류하게 하는 방법. 사과, 배, 귤, 포도, 개, 고양이, 사자, 호랑이, 엄마, 아빠, 형, 언니, 하나, 둘, 셋, 넷, 학교, 병원, 가게, 집, 책, 연필, 사전, 가방 ……)
④ 주사위 던져 문제 풀기 게임(게임판에 그동안 배운 내용이 적혀 있고,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의 칸을 간 다음 그 칸에 해당하는 문제를 풀어 가는 방식.)
⑤ 이야기 완성하기 게임(하나의 글을 몇 조각으로 나누어 학생들에게 나눠 줘 읽힌 다음, 이야기를 순서대로 맞춰 완성하게 하는 방법.)
3) 경험하기(음식 맛보게 하기)
4) 노래 부르기(산바람 강바람)
2.3. 의사소통 활동을 촉진시킨다.
<한국어 1> 3과를 공부하고 나면 학생들은 해당 단원이 목표로 한 의사소통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될까? 말하기 활동 1의 위치가 적절하며, 말하기 활동 2의 활동 내용이 적절한가(혹은 의사소통적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한국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아동들이 의사소통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교재도 이러한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활동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어 교재에는 비의사소통적 활동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학습 활동의 순서도 학습의 기본적 절차를 따라 제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동들의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인지 활동, 연습 활동, 의사소통 활동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교육 절차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2.4 읽기 교육을 통해 동들의 철자법 교정을 위해서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아동은 성장하면서 좀더 맥락에서 벗어난 언어를 사용하게 되며, 언어를 사고 과정에서 능동적인 조직체로 사용하는 것을 배운다. 그런데 맥락에서 벗어난 언어, 즉 의미 전달이 상황 정보보다는 언어 정보에 의존하는 언어는 문어 텍스트에서 최대로 실현된다.
문어 이해 능력은 개인의 지각과 인지의 구성을 변화시키는 효율적인 도구이며, 모든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조건이 된다. 아동은 글 이해 능력을 가질 때 언어의 적절한 사회적 표상을 발달시키게 되며, 문어 이해 능력을 가지고 인지적 능력을 갖추었을 때 언어 표상의 범위는 의사소통적인 것으로부터 맥락에서 자유로운 인지적인 것으로 옮아간다. 따라서 한국어 읽기 교육을 통해 맥락을 벗어난 한국어 이해 능력을 기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5. 철자법이 엉망인 아동들의 철자법 교정을 위해서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맞춤법 규정에 맞춰 정확하게 쓸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어휘의 철자에 대해서도 교육해야 하지만, 보다 생산성이 있는 문법 형태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용빈도가 높은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어요, -었어요, -어서, -으러, -으면서 등)와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이, 을, 에, 에서 등)의 형태를 인식시키면, 이들 형태가 들어 있는 어절에서의 오류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철자 오류를 수정하는 방법은, 학생들이 잘못 쓴 것을 사후에 고쳐 주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으나, 표기법 학습을 단원의 주요 교육 목표로 설정하여, 과정 속에서 스스로 발견학습을 통해 오류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아래 절차와 같이 학습자 스스로 표기법에 대해 인식하고 자신의 잘못된 표기 습관을 버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 속에서 목표 형태가 들어 있는 부분 관찰하기 |
?
형태와 문법적 기능 이해시키기 |
?
목표 형태를 포함시켜 문장 써 보기 |
?
목표 형태를 포함시켜 이야기 써 보기 |
김정숙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문학박사)
한국어능력시험 자문위원
문화관광부 국어심의회 언어정책분과 위원
문화관광부 한국어교원자격심사위원회 위원
현재 이중언어학회
'민족-우리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중국 조선족 아동의 한국어, 중국어 관계절 발달 (이귀옥.이선영.이근호) (0) | 2010.06.15 |
---|---|
[스크랩] 중국의 한국어 교육과 우리의 외국어 교육 (0) | 2010.06.15 |
[스크랩] 한글의 특성을 활용한 효과적인 한글 교육 방법 (최영환) (0) | 2010.06.15 |
[스크랩] 한시 99수 감상 (0) | 2010.03.11 |
[스크랩] 선교사의 자녀교육 (0) | 2010.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