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문제 깨달을 때 재기의 희망도 싹틀 것
종교사회학자에게 ‘위기의 한국교회’ 길을 묻다
국민일보/
13일 서울 감리교신학대학교 이원규(사진) 교수를 찾아간 것도 이에 대한 전문가의 식견을 듣기 위해서다. 그는 국내 대표적 종교사회학자로, 30여년간 한국사회와 그 속의 교회를 연구 분석해 왔다. 최근 ‘힘내라, 한국교회’(동연) ‘한국교회의 위기와 희망’(kmc)을 동시 출간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한국 교회를 향한 애정을 담은 고언들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그가 보는 한국교회의 현실 역시 낙관적이라기보다 비관적이고,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았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를 “말기암 환자에 가깝다”고 했다. 양적 질적으로 총체적 위기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한국교회 수는 5000개에서 6만개로, 교인 수는 60만명에서 860만명으로 수직 상승했지만 2000년 무렵을 고비로 하향세로 접어들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회가 사회적 공신력을 잃어버렸고 해를 거듭할수록 이 같은 현상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의 각종 통계자료를 보면 비기독교인이 보는 기독교는 처참할 정도로 부정적이거든요. 교회 안에서는 모르지만, 밖에서 교회를 보는 시각은 굉장히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는 이 원인을 영성과 도덕성, 공동체성의 상실에서 찾았다. 한국교회가 종교의 본래적 모습, 즉 성스럽고 영적인 속성을 잃고 세속화됐으며, 교회 지도자와 성도들의 믿음과 실천이 괴리되면서 도덕적 윤리적으로 사회의 모범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 안으로는 교단별 교파별로 갈등하고 밖으로는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상 제사 거부로 대표되는 전통문화와의 마찰도 사회가 교회를 ‘우리의 종교’로 받아들이는 것을 막는다고 그는 봤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한국교회가 참담한 지경에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희망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면 비극이지만 이를 깨닫기 시작한다면 거기서 희망도 싹트는 것”이라며 “다행히 한국교회 곳곳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해 보려는 노력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갱신운동’이 시급하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문제지, 기독교가 문제는 아닙니다. 처절한 자기반성과 회개, 각성을 통해 영성, 도덕성, 공동체성, 즉 참된 종교성을 회복하는 것이 당면 과제입니다.” 이 교수는 특히 한국교회 성도들의 뜨거운 신앙적 역동성을 희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교회만큼 주일 성수를 잘 하고, 기도 많이 하고, 확고한 신앙을 가진 데는 없어요. 성도들의 이러한 열정을 성숙한 신앙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교회 전체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눈에 한국교회는 절망적 미래와 희망적 미래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다만 한국사회의 마지막 희망은 교회일 수 있고, 또 교회여야 한다는 신념은 뚜렷했다. 결국 이 교수는 한국교회를 향해 이 말이 하고 싶었던 거다. “힘내라, 한국교회! 변하라, 한국교회!”
글=지호일 기자, 사진=구성찬 기자
출처 : 내 사랑 중국 ♡ MyLove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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