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어떻게 선교대국이 되었나?
[선샤인 논술사전]
서양의 기독교 선교는 식민주의와 손을 잡았다. 박지향에 따르면, “‘선교 제국주의자’라 부를 수 있는 리빙스턴은 부족사회의 기반이 상업과 백인들의 정착에 의해 무너질 때까지 아프리카인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무자비한 식민주의자들의 전진을 ‘가공하지만 필요한 과정’이라고 인정하였”다.
사정이 그와 같았으니 식민지 해방을 위해 투쟁했던 사람들이 서양의 기독교 선교에 대해 좋은 말을 남길 리는 만무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아프리카의 해방 투사인 프란츠 파농일 것이다. 파농은 서양의 문화적 지배 메커니즘에 기독교의 선교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선교사업이 성공적이라고 떠들어대는 발표는 식민지 민중들속에 파고 들어가 소외를 촉발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얼마나 큰 세력을 누리고 있는가 하는 사실을 보여준다. 식민지에 있는 교회는 백인들의 교회, 이방인들의 교회다. 그 교회는 식민지의 인간을 하느님의 길로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라 백인의 길로, 주인의 길로, 압제자의 길로 불러 들이는 것이다.”
레나테 자하르의 해설에 따르면, “이교도들의 것이며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규정된 원주민들의 풍속과 종교에 저주를 퍼부으면서, 식민주의자들의 인종주의를 위한 이데올로기적 기초와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선교 사업이다. 선교 사업은 또한 원주민들의 저항력을 약화시킨다. 기독교로 개종한 원주민들은 자기들 자신의 문화와 자기 나라의 과거 역사에 어색하게 되고, 쉽게 식민주의자의 선전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식민지 주민에게 사용하기 위해 식민자들이 고안해 낸 인종주의적 스테레오타이프를 끝내는 식민지 주민들 자신까지도 받아 들이게 된다. 이런 편견에 물든 사람은 자기 자신을 증오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선에 들어온 서양 선교사들은 조선의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지만 위와 같은 종류의 비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박노자는 개화기 조선에 들어와 활약했던 미국 선교사들은 동양인을 “인격이 없는 천부적인 노예의 무리”라며 함부로 멸시하면서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적인 오만을 드러냈다고 말한다. 그들을 어떻게 평가하건, 이제 그건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이제 한국은 세계를 향해 선교를 하는 ‘선교 대국’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선교대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 7월 24일부터 28일까지 미국 시카고의 휘튼대학 빌리 그레이엄 센터에서 열린 제4회 韓人 세계선교대회(KWMC:Korean World Mission Conference 2000)에는 全세계 150여 개국에서 온 700여 명의 한국 선교사와 미주(美洲)지역 교계 대표 3400여 명 등 4000여 기독교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대회를 취재한 『월간조선』 2000년 9월호 기사를 살펴보자.
미국에서 공부중인 선교사들의 증언에 의하면 미국 신학교에서 한국 학생들이 빠져나가면 학교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은 “한국 선교사를 제외하면 제3세계 선교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국제선교회(WEC:Worldwide Evangelization for Christ)의 유병국 선교사는 “세계에서 선교활동 지원자가 너무 많아 그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훈련시킬 것인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나라는 한국과 브라질 정도”라고 말한다. 김헌종 선교사(폴란드)는 “우리 선교사들이 외국 선교사들보다 역량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한국인이라는 특성 때문”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서양 선교사들은 제국주의 시절 침략의 앞잡이 역할을 했습니다. 식민지배를 당한 제3세계 민중들 의식 속에 기독교는 침략자의 종교라는 등식이 박혔어요. 그 결과 서양 선교사들이 십자가를 앞세우고 과거의 식민지로 진출할 경우 강한 거부감 때문에 정착이 어렵고, 테러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 한국인들은 그들처럼 식민지배를 당한 아픔이 있고, 얼굴빛도 비슷하며, 자기들을 지배할 힘도 없다고 믿기 때문에 현지 정착에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 한국 선교사들은 어린 시절 열악한 생활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인간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상하수도와 보건시설, 주거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제3세계의 오지, 정글, 산악지대에서 적응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김영화 선교사(아르헨티나)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해외에서 장점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박문규 학장(캘리포니아 국제대학교)은 “한국 기독교의 특징은 세계 국가 중 非기독교국에 의해 식민화된 유일한 나라라는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기독교는 나라 잃은 민중들과 고난을 함께 하는 등 민족주의와 갈등을 빚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3·1 운동을 주동한 33人의 애국지사 가운데 16명이 기독교人이었고, 만세운동이 기독교의 조직망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기독교국에 의해 식민화된 나라에서는 기독교가 지배자의 편에 섰습니다만, 한국에서 기독교는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섰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됐죠. 그 덕에 한국은 세계 선교史에 기록될 정도의 성공을 거두게 된 겁니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문화관광부의 지원으로 작성한 ‘해외선교․포교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개신교의 선교는 80년대부터 급성장해 2004년 현재 장로교 성결교 감리교 등 20개 교단에서 5,408명,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 등 80개 선교단체에서 6,215명 등 1만1,623명의 선교사를 해외에 파견하고 있다. 선교사 규모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선교 강국이다. 교단별로는 장로교 3,819명, 성결교 436명, 감리교 390명, 하나님의 성회 260명, 침례교 475명, 구세군 18명 등의 순이다. 활동지역은 해외동포가 많은 동북아시아 지역이 가장 활발하고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중앙아시아 순이다.
불교의 조계종은 미국과 캐나다에 128개의 사찰을 비롯해 유럽 6개, 호주와 뉴질랜드 7개, 아시아 27개 등 174개의 해외사찰을 운영하고 있다. 천태종은 덴마크와 캐나다에 각 1개의 포교당이 있고, 진각종은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 6개 포교당이 있다.
천주교는 종신서원 수녀 380명, 신부 104명, 유기서원 수녀 39명, 종신서원 수사 24명 유기서원 수사 7명 등 554명(23명은 외국인)의 선교자를 해외에 파송하고 있다. 원불교는 6대주에 5개 교구 47개 교당을 설립해 91명의 교무를 파견하고 있다. 천도교는 일본 미국 중국에 9명의 포덕사를 파송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개신교의 경우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교단간의 경쟁, 현지 문화에 대한 몰이해, 한국문화의 소개 미비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라크 선교활동이나 중국내 북한동포의 국외탈출 지원사업 등을 하는 선교사들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을 파악할 수 있는 통로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2004년 11월 1일자도 <중동의 무슬림들에게 조용하게 예수를 소개하는 한국인들>이란 기사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선교사들을 외국에 파견한 한국의 선교사들이 개종이 가장 어려운 집단인 중동의 무슬림들에게 예수를 전파하고 있고, 중국 정부에 맞서 탈북자들을 개종시켜 남한으로 빼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79년 93명에 불과하던 한국의 선교사 수는 현재 전세계 160여국, 1만2천명으로 미국의 4만6천명보다 적지만 영국의 6천여명보다는 훨씬 많은 수가 활동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새로운 곳에 도착할 경우, 중국인은 식당을 만들고 일본인들은 공장을 짓지만 한국인들은 교회를 세운다”고 말하는 암만의 40대 선교사 말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선교사들이 선교가 가장 위험한 지역인 중동과 중국에서 ‘무모한’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윤동욱은 “종교적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공격적 선교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순교 목걸이를 걸고 이라크의 테러 위험지대로 무작정 들어간 한국 선교사들의 행태는 이런 문화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런 적극성이 한국을 세계 제2위의 선교대국으로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중앙일보』 2005년 1월 8일자는 미국의 경우 선교사 숫자가 매년 감소 추세이고, 이를 계량경제학의 기법으로 추산할 경우 향후 25년뒤부터는 한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한인 기독신문인 『크리스천 투데이』에 따르면 2004년 12월말 현재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한인교회는 124개국에 4449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3323개, 캐나다 342개, 일본 205개, 호주 151개, 독일 91개, 아르헨티나 52개, 브라질 44개, 멕시코 16개 등이다. 미국내 한인교회들의 교단별 현황은 장로교가 41.6%(1381개), 침례교 13.4%(445개), 감리교 11%(366개), 순복음 9%(300개), 성결교 6.8%(227개) 등이다.
조선족 복지선교센터 소장이자 의주로 교회 목사인 임광빈은 『시민의 신문』 2005년 3월 28일자 인터뷰에서 “선교단체들은 탈북자 기획입국 같은 문제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하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기획입국 관련 선교단체들을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북한 사회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하는데 일부 선교단체들이 편협한 시각만 갖고 북한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기획입국을 주도하다 이제는 돈벌이집단으로 타락했다”며 일부 개신교 계통 탈북지원단체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2009년 1월 12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서울 신림동 왕성교회에서 열린 제19회 정기총회에서 발표한 '2008년 한국 선교사 파송 집계'를 통해 2008년까지 파송된 한국 선교사가 168개국, 1만9413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7년 1만7697명보다 1716명 늘어난 것이다. 한국 선교사 파송은 2004년 1만2159명에서 2005년 1만3318명, 2006년 1만4896명으로 느는 등 해마다 1000∼2000명씩 증가해 왔다.
국가별로는 총 232개국 가운데 168개국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X국(선교사들의 안전을 위해 나라 이름을 밝히지 않음)이 3343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678명, 일본 1341명, 필리핀 1145명, 인도 631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를 포함해 러시아 태국 등 10대 국가에 파송된 선교사들은 1만734명으로 전체 파송 선교사의 52.4%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국민일보』는 “선교사 2만명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3월이면 한국 교회가 파송한 선교사가 2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907년 한국 교회가 제주도에 이기풍 선교사를 파송한 이래 102년 만에 이룬 헌신의 기록이다.…특히 지난해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돼 교회와 선교단체들마다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어서 선교사 파송의 증가세는 한국 교회의 선교 저력을 확인해준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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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훈, <NYT, 한국 중동선교 ‘무리한 열정’ 짚어>, 『한겨레』, 2004년 11월 2일,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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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선교단체 기획입국서 손떼야”: 임광빈 목사 정면 비판>, 『시민의 신문』, 2005년 3월 28일, 1면.
신상목, <[한국교회 세계로 세계로] 선교사 2만명 시대 눈앞>, 『국민일보』, 2009년 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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