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현장 VS 삶의 현장
권현순 대표 (Mercy Ships 한국대표)
한 자매가 선교지로 왔습니다. 재미교포라 영어는 물론이고 불어, 스페인어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선교훈련도 이곳저곳에서 많이 받았고 좋은 대학을 졸업했답니다. 이력서는 화려했습니다. 선교사들은 함께 살며 사역할 자매에 대해 궁금증과 기대를 갖고 기다렸습니다. 아마 리더들은 그 자매가 어느 선교사 보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자매가 선교지에 도착한지 며칠 만에 선교사들의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일을 맡길 수는 있을 것인가... 그 자매의 행동, 말, 태도는 선교사들을 조마조마하게 했습니다. 시간이 더 흐른 후, 결국 선교사들은 논의 끝에 그 자매를 돌려보내기로 결정했지만 자매는 막무가내였습니다. ‘나는 선교사가 되기에 충분한 사람이다. 내가 얼마나 훈련을 많이 받았으며 자질이 충분한 사람인데... 그리고 교회에서 이미 파송 받은 사람이다 ’
많은 선교사 후보들이 훈련을 찾아, 배움을 찾아 몇 년씩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는 것을 봅니다. 훈련은 필요하고 분명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훈련과정을 수료하는 것이 선교사의 자격을 완벽하게 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많은 훈련을 받고 스스로 잘 준비된 선교사라는 착각 또는 오만 때문에 오히려 선교지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선교사 후보들께서는 아는지요? 훈련은 제한된 시간, 공간, 과정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많이 말하고 싶습니다.
정밀하게 보이는, 고화질의 사진도 확대하여 보면 아주 작은 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점 한 점이 모여서 아름다운 사진으로 우리 눈에 보여 집니다. 우리의 삶, 그것을 제자의 삶이라고 부르던 아니면 선교사의 삶이라고 하던, 이 모든 삶은 일상의 작은 일들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있는 자리, 만나는 사람, 하는 일, 생각에 충실하고 배우지 않으면 결코 좋은 제자의 삶, 선교사의 삶이 될 수 없습니다. 오늘 내가 있는 곳이 ‘선교의 자리’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곳은 세상’이고 ‘저곳은 선교의 장’이라는 생각이 혹시 우리 속에 자리 잡고 있다면 걱정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하나님 뜻이 아닌 것 같아, 선교사가 되는 것이 하나님 뜻 일거야... 세상(회사)사람들과는 맞지 않아’선교지는 세상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도피처가 아닙니다. 선교사는 오히려 소돔과 고모라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빛과 영광을 삶으로 드러내도록 부르심 받은 사람들입니다.
제가 선교사로 부름을 받은 것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번쯤은, 사표를 멋지게 날리고 큰 소리 치며 나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선교사가 될 마음을 품고 사표 낼 그날을 손꼽으며 기도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저의 기도내용이 바뀌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표 낼 것을 희망처럼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 회사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답니다. 성령께서 저의 기도를 슬~쩍 바꾸어 놓으신 겁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소명’이란 단어는 ‘직업’이라는 단어에서 왔고, 부르심의 자리는 바로 내가 있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오늘 만나는 사람들을 섬기고 나에게 오늘 맡겨진 일을 성실히 하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우리에게 주신 선교훈련과정의 핵심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고 열정을 품은 청년들! 선교한국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청년들은 선교를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일할 사람 나와라!’ 선교단체는 눈을 크게 뜨고 오가는 청년들을 눈여겨보았습니다. 나의 눈에는 모두 탐나는 선교인력이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실례인지 모르지만 ‘인력시장’에 나온 청년들은 모두 멋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큰 목소리로 응답하는 이들 모두가 세계 곳곳으로 달려가면 그 열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대단한 선교사’가 되어 ‘대단한 사역’을 하겠다는 꿈은 내려놓으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선교지, 그곳도 이곳과 다름없이 사람끼리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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