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하나님의 시간
김세진 선교사 (O.M 인도)
선교사로 헌신해 놓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자신과 상황을 바라보며 답답해하거나 조급한 마음을 가지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헌신에 대한 열매가 빨리 나타나기를 소망하는 것은 옳은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1988년 올림픽 선교대회에서 선교사로 헌신했다. 그해 8월에 선교대회가 있었으니까 선교 단체를 만나기까지 불과 두 달 정도를 기다렸는데 그 시간은 수년처럼 느껴졌다. 뜨거운 열정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데 빨리 길이 열리지 않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선교에 막 헌신한 불붙는 마음이었다. 하나님께서는 필자가 선교를 준비하는 가운데 기다림과 인내라는 공부를 시키셨다. 지난 17년 동안 개인적으로 선교를 통해 가르쳐 주신 하나님의 시간 계산법을 나누고자 한다.
단기 선교 2년을 마친 나는 늦어도 3년 내에는 다시 인도로 들어갈 계획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왔다. 인도에 대한 장기사역 비전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당시 28세이던 나는 빨리 결혼을 해야 장기선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결혼을 무척 서둘렀다. 선을 보기도 하고 좋은 자매가 있으면 마음에 품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마음에 품고 기도하던 자매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는 스스로 상처를 받기도 하였고, 섣불리 결혼 제안을 했다가 확신이 들지 않아 취소시키는 과정에서 귀한 자매들에게 상처를 주는 실수도 저질렀다. 이런 실수와 고통의 시간들은 12개월, 24개월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서 서두르는데 왜 하나님은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것인가? 낙심이 되어 원망어린 기도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 인격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 선교도 중요했지만 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준비도 필요 했던 것이다. 그 준비가 끝나자 하나님께서는 33개월 만에 나에게 최상의 반려자이자 평생 동역자인 지금의 아내를 주셨다. 결혼 11주년을 보내면서 우리는 인생과 사역에 있어서 최상의 콤비임을 항상 확인하고 있다.
결혼을 했으니 머지 않아 장기 사역을 시작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장기 선교사로 파송하시는 날까지 정확히 8년 4개월을 준비시키셨다. 내가 계산했던 시간보다 약 3배가 더 긴 시간이었다. 나는 그 만큼 준비되지 않은 선교사였다.
두 번째 훈련은 인간관계 훈련이자 팀 사역 훈련이었다.
그 훈련장은 국내 본부 사역을 하였던 부산 O.M 사무실이었다. 94년부터 선교회 총무 일을 맡았는데, 이 일은 수많은 이사 목사님들을 만나야 하고 사무실 스텝들과 선교사 후보생들과 매일 부딪히며 더불어 일해야 하는 곳이다. 인간관계를 배우고 팀 사역을 배우기에는 최상의 훈련장이었다. 8년 정도 이 훈련을 시키셨는데 나는 서서히 더불어 일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이 훈련이 밑거름이 되어 지금은 선교지에서 8명의 한국인 선교사들과 여덟 가정의 현지인 사역자들과 더불어 팀 사역을 하고 있다. 이들과는 가족처럼 피를 나눈 형제, 자매처럼 함께 살며 일하고 있다
세 번째 훈련은 사역을 위한 훈련이었다.
그 훈련장은 신학교와 교회였는데 역시 인내와 시간을 요구하는 싸움이었다. O.M 총무 일을 하면서 신학대학원 공부를 동시에 해나가는 데는 늘 시간이 부족했다. 히브리어, 헬라어, 교의학 등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과목들을 모두 통과해야만 했다. 정말 힘들게 공부했기 때문에 졸업하면서 다시는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선교 목회학 박사 과정을 다시 시작했으니 역시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인 모양이다. 신학공부 후 교회 사역을 본격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대학부 사역이었는데 짧은 사역 경험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이 훈련은 약 6년 정도가 걸린 것 같은데, 물론 인격 훈련과는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훈련은 지금 인도에서 교회 개척을 하고 성경을 가르치는 나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준비 과정이었다. 신학이 없이는 다원주의에 빠진 힌두교인들을 가르칠 수가 없다.
마지막 훈련은 물질(돈) 관리 훈련이었다.
이 훈련장도 OM선교부 사무실이었다. 매년 5억에 가까운 선교비와 헌금들을 최종 결재하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내 자신이 훈련되지 않으면 쉽게 유혹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한번은 어떤 목사님이 공항에서 50만원을 주시면서 “알아서”쓰라고 하셨다. 개인적으로 주신 돈이었지만 사무실에 선교비로 입금을 했다. 그 때 개인적으로 필요한 곳도 많았지만 돈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했다. 그 후 어떤 집사님이 100만원을 주시면서 “알아서”쓰라는 했다. 금액은 더 커졌고 유혹은 더해갔다. 이와 같은 시험은 계속되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정직하게 서기위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 훈련을 받아 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사실 사역 훈련보다 더 힘든 훈련이다. 훈련은 평생 계속된다. 지금은 선교지에서 천만 원 단위의 헌금을 받는다. 삼천만 원도 받았고 오천만원도 받아 보았다. 작은 돈에 충성하면 큰 돈을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훈련이 미리 되지 않을 때는 돈이 선교사를 잡아먹을 수도 있다
인도는 모든 일이 한국보다 6배가 느리다. 인내 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왜 기다림의 훈련을 시키셨는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인도 같이 느린 나라에서 생존하며 살기 위해서는 인내는 필수 과목이었다. 그리고 나의 부족함을 채우시기 위해서 하나님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과대평가하는데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하나님은 내 타이밍을 약 3배를 늦추셨다. 이것이 나의 현실이었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복음이 다 전해지면 다시 오마고 약속하실 때, 그 때 분위기는 마치 늦어도 몇 백 년 후에는 다시 오실 것 같이 말씀하셨다. 그러나 2000년이 지나고 있다. 이것이 선교 현실이다.
여러분 중에 혹시 일이 빨리 성취되지 않아 조바심이 나는 사람이 있는가? 지금 여러분이 통과하고 있는 훈련의 과정을 결코 작은 것으로 보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만약 내일 선교지에 도착한다면 준비된 자신인지를 살펴보길 바라는 바다.
그날은 느리더라도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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