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철도와 이단 루트
-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남북철도를 따라 이단 루트가 조성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한반도에서 시작해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철도 노선을 따라가다 보면 북한에는 통일교가 안정적으로 정착해 있고 중국 동북 3성에는 한국의 온갖 이단들이 진출해 있다. 몽골과 러시아에도 국내외 이단들이 활발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철도 노선의 끝자락 유럽에도 한국의 이단들 대부분이 거점을 마련하고 성업 중이다. 바야흐로 한·중·러와 유럽을 잇는 대륙횡단 이단 루트가 조성되는 것이다.
지난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렸다. 만약 남북한 철도가 연결된다면 한반도와 중국 동북 3성, 몽골, 러시아,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가 구축될 것이다. 철도 노선 주변에 산재해 있는 한국 이단들의 성장과 네트워킹 또한 급물살을 탈 것이다.
유라시아 철도 노선은 한반도에서 시작된다. 경의선은 서울에서 출발해 개성 평양 신의주를 지나 중국횡단철도(TCR)로 연결되고 이는 몽골횡단철도(TMGR)와 만주횡단철도(TMR)를 만난 후 다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이어진다. 이 노선은 유럽 각지를 잇는 유레일로 연결된다. 대륙횡단 철도의 등장이 동서를 잇는 '복음 전도의 통로'가 될지 아니면 '이단 확산의 루트'가 될지 모를 폭풍 전야에 '선교 한국'이 서있다.
남북한 철도 연결 구상은 2018년 구체화 됐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로 미국의 지지와 유엔의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받아 진행됐고 11월 30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18일간 남북철도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해 경의선(400㎞)과 동해선(800㎞)에 대한 북쪽 구간 공동조사 사업이 이뤄졌다. 2007년부터 1년 동안 화물열차가 주 5회 간격으로 남측 도라산역과 북측 판문역 구간을 운행한 적이 있기 때문에 남북철도를 잇는 기술적 어려움도 해소된 상태다.
남북철도의 운행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한국교회사 성지순례의 길'이 될 것이다. 서울에서 신의주에 이르는 서북지역 철도노선의 주요 거점들은 초기 한국교회의 중심 지역들이었다. 평양대부흥운동 전야인 1906년 개통된 경의선은 당시 한국교회 선교와 부흥성장의 중심인 서울 평양 신의주 등의 서북지역을 관통하는 노선이었다.
경의선 남북철도는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던 평양을 지나, 서북지역 기독교의 중심이었던 선천 정주 신의주로 이어진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한국 기독교는 서북지역과 비서북지역 기독교로 나뉠 정도로 서북지역은 절대 다수의 기독교인이 모여 있던 한국 기독교의 중심이었다. 그렇기에 다시 이곳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리고 100년 전처럼 다시 부흥의 불길을 일으키기 위해 수많은 사역자들이 북한선교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북한 선교가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과연 한국교회의 복음 전도를 이미 북녘 하늘 아래 정착해 있는 통일교가 그냥 지켜만 볼지 의문이다. 아마도 적그리스도를 왕으로 선포하려는 통일교와 다시 하나님의 이름을 선포하려는 한국교회 사이에 피할 수 없는 거룩한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선교는 결코 눈물만 흘리는 낭만적 선교가 아니다. 이단대처 없는 북한선교는 생각할 수 없다.
남북철도를 따라 한반도 서북단 끝자락의 신의주에서 압록강 철교를 건너면 중국 동북 3성으로 이어진다. 동북 3성에는 많은 조선족 동포들이 살고 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넜고 민족을 살리기 위해 복음을 받아들이고 오롯이 복음에 살았던 신실한 믿음의 선진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한국 이단들이 조선족 동포들을 미혹하고 이들을 통해 중국 전역으로 손길을 펼치고 있다. 안타깝지만 중국 이단들의 주요 발흥지인 동북 3성이 한국 이단들의 포교 거점이 돼버렸다.
대륙횡단 이단 루트의 조성은 한국교회에 새로운 도전이다. 남북 해빙기, 남북 정상들의 만남과 남북철도의 연결을 한국교회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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