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대변혁기에 선 한국교회
-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
프랑스 역사학자인 페르낭 브로델은 역사를 세 단계로 보았다. 먼저는 국면사이고 그 다음은 구조사이며 그 구조사들이 모여 마침내 1000~2000년 만에 맞을 수 있는 문화사적 대변혁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의 예견대로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는 문화사적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지금 국가도 기업도 모두 흥망의 기로에 서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시대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과 대안이 없었다. 일찍이 새천년을 앞두고도 세상의 기업들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며 준비를 했는데 한국교회는 막연한 장밋빛 환상에 빠져 성장주의 속도주의 물량주의에 함몰돼 있었다. 그러다가 대변혁의 사회로부터 유리돼 암초에 부딪치고 거친 파도의 공격을 받아 표류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가 이제라도 4차 산업혁명의 대변혁기를 대비하려면 먼저 통념의 파괴부터 해야 한다. 통념의 파괴를 하려면 잠시 멈추는 게 필요하다. 과거에는 리더가 티칭(teaching)과 러닝(learning)을 잘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개척하는 ‘파이어니어링(pioneering)’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필자 역시 혁신적 목회를 한다고 하지만 벽에 부딪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교역자 100여명과 함께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이 경영하는 ‘깊은 산속 옹달샘’에 다녀왔다. 고도원이 누구인가. 지금처럼 이메일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 250명에게 첫 편지를 보낸 후 지금은 385만명 이상에게 글을 보내는 디지로그적 기적을 일궈낸 분이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아침편지의 자양분을 토대로 2007년 충북 충주에 임·농지 23만1404㎡(7만평)에 휴식과 치유의 힐링센터 ‘깊은 산속 옹달샘’을 짓는 창조적 혁명을 이뤘다. 그래서 현재 이 센터를 찾아 생활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은 한 해 10만명, 연매출 260억원, 정규 직원이 110명이 된다고 한다.
그가 치유와 명상의 길로 걷게 된 계기가 있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연설비서관으로 일하며 격무에 시달리다 급기야는 온몸이 굳으며 쓰러진 것이다. 그 순간 멈춤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후 멈춤과 명상의 깊은 세계를 파고들며 오늘의 ‘깊은 산속 옹달샘’을 이뤘다.
필자도 부교역자들과 함께 그곳에서 잠시 멈춰 명상을 하면서 나를 돌아봤다. 명상이라고 해서 동양의 신비종교와 같은 체험을 하는 게 아니라 고요함과 평안함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꿈도 없고 내상만 가득한 채, 패배의식과 절망에 빠져 있던 청년들도 그곳에만 오면 자신만의 확실한 정체성을 정립하고 분명한 꿈을 갖게 되며 거친 야성을 소유하게 된다. 나 역시 그곳에서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고 문화적 대변혁기에 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봤다.
첫째, 변하지 않는 가치를 더 붙잡으면서도 변해야 할 것은 변해야 한다. 시대가 급류처럼 빠르게 변화할수록 결코 흔들리지 않고 변하지 않을 복음의 본질과 진리의 가치를 더 강하게 붙잡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복음을 전하고 사람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시대적으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우리 안에 복음의 생명력이 넘쳐야 한다. 교회에 생명력이 없으면 결코 본질을 붙잡을 수 없고 사람을 감동시킬 수도 없다. 교회 안에는 그저 죽은 전통과 화석화된 제도만 남아있을 뿐이다.
셋째, 나눔과 공유의 플랫폼 의식을 가져야 한다. 교회가 종교적 카르텔이나 이너서클의 형태로만 존재한다면 박물관이 돼버릴 것이다. 필자도 깊은 산속 옹달샘에 가서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앞만 보며 달리고 달렸을 것이다.
우리 모두 잠시 멈추자.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잠시 멈춰 우리의 자화상을 돌아보며 통념의 파괴를 가져보자. 그렇지 않으면 문화적 대변혁기에 한국교회의 전성기는 한때의 무용담으로만 기록되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자.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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