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광부·간호사 애환 이야기] 유혜진 장로… 선교 뜻 품은 ‘백의의 천사’ [2018-02-23 14:10]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던 지난해, 독일 정부는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했다. 골고다의 예수에게 “못 박아라”고 소리 질렀던 무리처럼 독일인들의 탄성은 뜨거웠다. 마치 단단한 관습의 얼음을 깨고 해방의 싹을 키워낸 것 마냥 들떠 있었다. 성경적 가치관을 고수해야 할 교회조차도 세속과 가까워 갈피를 잡지 못했다.
▲유혜진 장로(맨 오른쪽)가 독일 바인베르크교회 마당에서 예배를 마친 성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혜진 장로 제공
최근 유혜진(67) 장로의 기도가 더 뜨거워진 것도 그런 이유다. 그가 출석하는 독일 교회인 바인베르크교회에서 한 동성애 청년이 교회 내 결혼식과 주례를 요청했고, 결국 장로 12명이 긴급 모임에 들어갔다. 유 장로를 포함, 두 명만 반대의사를 던졌다.
나머지 10명은 인본주의적 가치관이 주류였다. 그는 “명백한 하나님의 말씀이 시대의 가치관에 함몰돼 가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유 장로의 굳건한 신앙적 근원은 어머니다. 그의 어머니는 유 장로를 낳기 전 하나님을 뜨겁게 만났다. 그는 어머니의 신앙적 첫 열매인 셈이다. 어머니는 당시 복음의 황무지인 경남 밀양에 교회 건축의 주춧돌을 쌓았다. 이후 회갑의 나이에 중국 선교사의 길을 걷게 된다. 유 장로는 어머니의 신앙적 담대함과 결단을 마음에 담았다.
그가 파독 간호사로 독일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1971년. “남들처럼 돈을 벌기 위해 독일에 왔지만, 무엇보다 독일선교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교사 파송처럼 밀양교회에서 마지막 환송예배를 드렸지요.”
그는 6년 후인 77년, 독일인 귄터씨와 결혼했다. 이후 육아에 전념하라는 남편의 조언에 순종, 병원생활을 접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하나님과의 영적 만남이 시작됐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모르몬교에 깊숙이 빠진 것을 알게 됐다.
2016년 몽골 어믄고비 지역 교회의 한 성도에게 안수기도를 하는 유혜진 장로. 유혜진 장로 제공
“한번은 남편이 모르몬교 사원에서 다시 결혼식을 해야 ‘달의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우리는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결혼했다. 앞으로 그런 이야기 하면 이혼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담대하게 이야기했어요.”
남편은 다혈질 성격이었다. 화가 나면 라디오를 집어 던지고 결혼식 반지도 화장실 변기에 버릴 정도였다.
“저에겐 끝없는 인내와 기도의 시간이었죠. 나중에서야 남편을 통해 날 연단하셔서 선한 도구로 사용하실 하나님의 계획임을 알았어요.”
어느 날 유 장로는 기도하던 중, 무언가에 이끌려 집 안에 쌓여 있는 모르몬교 관련 책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날 남편이 회사에서 전화를 걸어왔길래 이야기했어요. 당신의 책들을 버렸다고 말이죠. 그랬더니 믿지 않고 웃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당신이 이걸로 날 죽인다 해도 난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어요. 정말 진리를 위해 죽음도 아깝지 않았어요.”
당시 남편은 모르몬교에서 권위적인 위치에 있었다. 그는 남편에게서 절망의 벽이 느껴질 때마다 십자가 앞으로 달려갔다. 유 장로의 눈물을 지켜본 딸과 한국에 있는 유 장로의 어머니도 같은 시간에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은 기도 가운데 “딸아, 내가 너의 눈물을 봤다”고 위로하셨다. 넘을 수 없는 벽은 한 번에 무너졌다.
유혜진 장로가 2016년 몽골의 북부에 위치한 홉스쿨 호수에서 두 팔을 벌려 기도하고 있다.
“2002년 남편이 딱 1년만 제가 다니는 교회에 나가보겠다는 거예요. 그 후로는 어디 가든지 상관하지 말라는 겁니다.”
하나님은 3대가 맞잡은 간절한 기도를 결혼 25주년에 깜짝 선물처럼 응답하셨다. 남편 귄터씨는 이후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갔다. 2010년 소천할 때까지 바인베르크교회 성도들을 주님의 사랑으로 섬기며 장로직을 성실히 수행했다.
유 장로는 바인베르크교회에서 15년 전부터 새벽기도회를 시작해 성도들과 기도하고 있다. 또한 몽골인 자매를 통해 독일에 사는 몽골인들의 복음화에 눈을 뜨게 하셨다. 2007년 초창기 몽골인 교회는 2차 세계대전의 상징인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 예배당을 빌려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지난해 7월부터는 유 장로가 다니는 바인베르크교회 예배당을 예배처로 삼았다. 오전 11시에는 독일교회, 오후 3시에는 몽골인 교회인 셈이다.
유 장로는 몽골인 교회(베를린 생명의 빛 교회)의 무보수 설교자다. 그가 독일어로 설교하면 몽골인 자매가 몽골어로 통역한다.
“몽골인 사역이 힘들어요. 그들 스스로가 ‘우리는 유목민이기에 풀이 있는 곳에는 머물고 없으면 옮긴다’고 이야기하죠. 양 한 마리를 찾으시고 기뻐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유 장로의 몽골 사랑은 남다르다. 남편 장례식 당시 지인들에게 꽃(독일에서는 장례식에 꽃을 들고 온다) 대신 선교비를 부탁했고, 자신의 60세 생일에도 선물 대신 선교비를 요청했다. 모은 헌금은 몽골 현지 교회 확장기금에 보탰다. 그동안 매년 교회재정에서 남은 잔액을 몽골 현지 선교비로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8명의 몽골 현지인 신학생을 후원했고, 올해는 10명의 리더에게 선교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오직 주님의 지상명령을 교회의 푯대로 삼고 있습니다. 선교에는 헌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도가 절실합니다.”
그는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기도로 온몸을 채운다. 세상 가치관이 성경을 넘보는 요즘, 하나님의 음성에 더 귀 기울이기 위해서다. 지나온 인생의 변곡점마다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은 것은 단연 기도였다.
박경란 재독 칼럼니스트 kyou723@naver.com
[출처] 국민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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