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증언
- 김기현 목사 (로고스교회)
오늘은 종교개혁 500년을 기념하는 날이다. 개혁은 무릇 시끄러운 법이다. 관성에 사로잡힌 기성 체제는 철벽을 쌓기 마련이고 그럴수록 저항은 거칠고 거세진다.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자들은 개혁자들을 성가시다 못해 불온 세력으로 매도한다. 이 때문에 개신교의 이름이 ‘프로테스탄트’ 곧 항의자가 된 것은 운명이다. 개신교인이 된다는 것은 항의자의 방식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말이다. 우리의 이름은 저항자다.
이 명칭의 유래는 이러하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와 가톨릭 측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신앙의 자유를 인정했다가 철회하자 루터파는 항의서를 제출한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선서한다”는 말에서 ‘항의’라는 말만 뚝 떼어 조롱한 거다. 너희들은 불평불만자라는 뜻이다. 나는 항의라고 쓰고 저항이라고 읽는다. 선서 혹은 입증을 증언으로 고쳐 읽는다. 개신교 스피릿(Spirit)은 저항과 증언이다.
개혁자들은 무엇에 저항했고, 무엇을 증언했는가. 성서 위에 있는 교황의 권위에 도전했다. 교황이 제 아무리 높아도 성서 아래다. 교황도 사람인지라 그도 약점과 오류투성이다. 그가 온전히 성서를 알 턱이 없다. 모르는 것도, 틀린 것도 있다. 성경의 저자인 성령과 성도 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해석할 뿐인데도 그는 무결점, 무오류의 화신이었다.
성서에 사로잡힌 루터는 성서가 우선이었다. 라틴어가 아닌 영어로 주기도문을 읽고 자녀를 가르쳤다는 이유만으로 화형을 당하던 시대다. 하나님과 신자 사이를 가로막을 것은 없다. 교황의 권위를 성서 아래로 끌어내린 그는 사제만이 성서를 읽고 해석하는 권력을 신자에게 나눠줬다. 그리하여 신자가 사제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읽도록 성서를 번역했다.
지금은 어떤가. 그때는 단 한 명이 교황이었다면, 지금은 교회마다 한둘의 교황이 있지 않은가. 성서 위에 군림하는 사람은 없는가. 성서를 해석하고 설교하고 가르치는 일을 목회자만이 아니라 모든 신자가 참여하게끔 해야 한다.
신자들은 무죄한가. 아니다. 매일 규칙적으로 성경 읽는 것이 귀찮고 힘들다고 목사에게 전권을 위임하지 않는가. 모든 신자가 목사가 되어 성서를 직접 읽고 해석하고, 자신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것, 그것이 우리 시대의 개혁이고 증언이리라.
루터의 저항은 성경에 이어 예배였다. 예배에 관한 한, 신자가 할 일이 거의 없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라틴어 미사, 사제와 성가대만이 찬양하는 특권을 움켜쥐었고, 만찬은 사제가 떡을 신자의 입에 친히 넣어주었다. 포도주는 언감생심 입도 못 대었다.
루터는 정확하게 뒤집는다. 신자는 예배와 찬양을 감상하는 관중이 아니다. 빵만이 아니라 포도주도 마시고, 다 함께 하나님을 노래한다. 그러나 한국말로 설교를 해도 청중이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것은 라틴어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찬양을 하는 둥 마는 둥 입만 뻥긋한다면 중세의 신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모든 신자가 목사라고 선언하고 실천하자.
이 모든 개혁의 출발은 새로운 하나님의 발견이었다. 루터에게 하나님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은 엄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되는 방도를 찾고 찾아도 그 어떤 방법으로도 하나님을 차마 ‘아빠’라고 부를 수 없고, 사랑할 수 없었다.
십자가의 예수님, 성서의 하나님은 우리를 의롭다 해주시는 하나님, 인간을 용서하시는 자비로운 하나님이었다. 그 하나님이 너무 좋아 루터는 잘못된 하나님 이해에 온몸으로 저항했고, 새로운 하나님을 전 삶으로 증언했다. 그의 하나님이 아닌 내가 만난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
종교개혁의 기념은 저항과 증언이다. 먼저 저항하자. 일체의 왜곡된 권위에 저항하자. 증언의 이름으로 저항을 포기하지 말자. 저항 없는 증언 없다. 저항이 없다면 증언은 나약하다. 저항이 증언이다. 그리고 증언하자. 증언 없는 저항 없다. 증언이 없다면 저항은 파괴만 할 뿐이다. 증언이 저항이다. 기성 권위에 저항하는 나 자신이 증인이 되고, 새로운 권위가 되자. 우리 개신교인 모두가 저항자가 되고, 증인이 되는 그것이 종교개혁 기념 방식이고, 우리 시대 교회 개혁의 출발점이다.
약력=△침례신학대학교 종교철학 박사 △로고스교회 담임목사 겸 로고스서원 대표 △‘매일성경’ 해설 △저서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성경독서법’ 외 다수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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