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제사장 교리 바로 이해하기
만인제사장 교리는 종교개혁이 이룩한 위대한 산물이다. 하지만 이 교리를 너무 피상적으로 이해하여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참으로 많은 것 같다.
첫 번째 오해는 카톨릭은 만인 제사장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이다. 성경은 분명히 "오직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다 (벧전 2: 9)"라고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만인 제사장 교리를 부인하는 것은 성경을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카롤릭의 근본적 오류는 제사장직을 두 개로 구분하는 것에 있다. 그들은 일반(common) 사제직과 목회적 사제직(ministerial)을 구분한다. 전자는 세례를 통하여 모든 신자들에게 부여되지만, 후자는 성직 임명을 통하여 사제들에게만 부여된다. 그리고 이 두 차이는 단지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본질의 차이다. 따라서 카톨릭의 입장은 한편으로는 만인 제사장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하고 있다. 성경은 그 어느 곳에서도 제사장직을 그와 같이 2분법으로 나누지 않는다.
두 번째 오해는 만인제사장 교리를 만인 평등설 비슷하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요즘 이 교리를 어설프게 이해한 젊은이들은 이 교리에 근거하여, 목사와 평신도 사이에는 아무런 구분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설교도 돌아가면서 하고 성찬이나 축도도 균등하게 하는 것이 만인 제사장설에 더 충실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칼빈이나 루터 보다는 제세례파들이 보다 성경에 충실하다고 생각한다.
만인 제사장 교리에 대한 카톨릭의 오류도 문제이지만 두 번째의 오해도 교회를 심각하게 파괴시키는 견해이다. 무엇보다 만인 제사장 교리는 만인 목사설이 아니다. 어느 종교개혁가들도 만인 제사장 교리를 통해서 아무도 차별없이 목사나 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개혁가들이 만인 제사장설을 주장한 궁극적 이유는 교인들의 평등이 아니라 교회의 연합을 이룩하기 위한 것이었다.
카톨릭 교리에 따르면, 교회 안에는 두 종류 (order)의 그룹이 존재한다. 하나는 영적인 존재, 즉 성직자이고, 다른 하나는 세속적 존재, 즉 평신도들이다. 성직자는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에 있고, 특별히 성례전을 행사할 수 있는 권능을 보유한다. 종교개혁가들이 보기에 이런 구분은 교회의 연합을 현저하게 깨뜨린다. 교회의 몸이 하나이면, 그 몸의 종류도 하나여야 한다. 따라서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은 이 점에서 사라져야 한다. 모든 신자가 제사장이며, 따라서 모든 신자가 영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만인 제사장 교리가 신자의 기능 혹은 직분의 구분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모두가 제사장이기 때문에, 예배시간에 모두가 설교를 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되겠는가? 돌아가면서 설교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한 사람은 이 말하고 다른 사람은 저 말을 하면 교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성경은 분명히 모든 성도가 제사장이라고 하지만, 직분의 구분도 동시에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이 구분은 어떤 종류나 존재의 구분이 아니라 기능상의 구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혁신학은 카톨릭과는 달리 목사와 평신도의 본질적인 구분을 반대한다. 목사는 평신도와 다른 어떤 종류의 특별한 은혜를 받은 사람이 아니다. 또한, 세속주의적 민주주의 교회관에 반대하여, 기능적인 구분을 매우 엄격하게 한다. 예를 들어, 설교는 목사만이 하는 전통을 강하게 발전시켜 왔다. 만인 제사장 교리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아무나 능력있고 은사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설교하게 할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부여한 소명을 잘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목사가 해야 할 일이 설교라면, 주부는 가정의 일을, 농부는 농사를, 회사원은 회사의 일을 잘 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직분 속에서, 모든 성도는 하나님 앞에서 제사장으로 한 주님을 섬긴다.
결론: 목사가 지나치게 특별 대우를 받거나 아니면 목사 고유의 직이 지나치게 무시당하여 교회가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주의 교회는 항상 좌우에 치우칠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만인 제사장 교리가 균형있게 이해 될 때, 주의 교회는 든든히 서 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볼 문제: 오늘날 많은 신자들이 기도원을 찾아 특별한 목사로부터 안수 기도를 받으려고 한다. 심지어는 돈까지 제공한다. 이러한 태도가 카톨릭 신자들과 근본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Ó 이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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