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회, 전통교회의 대안인가?<새로운 교회운동을 찾아>-1, 가정교회의 현장을 찾다
본지는 2016년 신년을 맞아 새로운 교회운동을 찾아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남가주에 위치한 한 가정교회이다. 남가주에서 가정교회를 이끌어가는 한 목사님을 찾았다. 자신과 교회를 익명으로 해줄 것을 부탁했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함께 동역하는 다른 가정교회에 피해가 될 것을 염려해서이다. 미주 지역 가정교회는 휴스턴서울교회의 최영기 목사의 영향아래 취지와 방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고 있다. ‘건물이 아닌 공동체를 꿈꾸는 교회’,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히 여겨, 함께 모여 밥을 먹고, 삶을 나누고, 말씀을 나누는 예수님이 하신 신약교회를 꿈꾸는 교회’ 등을 지향하는 가정교회를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 우선 가정교회를 소개해 달라. 저는 가정교회란 이름을 좋아한다. 제가 큰 교회에서 사역을 하다 회의를 느끼고 있을 때 하워드 스나이더(Howard A. Snyder)의 책을 통해 처음 가정교회를 알게됐다. 사람들은 가정에서 모이는 교회를 가정교회로 생각하는 데 그건 ‘하우스처치 무브먼트’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정교회는 건물을 가지고 예배도 드리지만, 교회를 조직이나 건물로 보지 않는다. 가정교회는 기존 교회의 모습이 성경적 모습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 가정교회가 기존교회와의 어떤 차별성을 있나? 우리가 아는 예루살렘교회는 각 교회들이 연합해서 예루살렘교회가 된 것이다. 에베소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8교회가 가정교회(목장)을 이루고 있으며, 그 목장은 각각의 목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목자’는 일종의 목사의 역할을 하는데, 평신도가 목자로 섬기고 있다. 목사도 사역자도, 평신도도 모두 계급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평신도도 함께 사역하는 교회를 추구한다. - 그럼 ‘목자’가 목사의 역할을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목자들은 성찬식을 인도하고, 침례도 진행한다. 빌립도 침례를 주지 않았는가? 가정교회의 가장 큰 모토는 ‘성경대로 하자’는 것이다. 많은 가정교회는 각 교단의 전통에 따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꼭 우리 방식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교단의 전통도 중요하기 때문에 자기 교단 법안에서 자기만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는 미국 교단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평신도가 성찬을 인도하는 것 등에 문제가 없다. - 어떤 사람이 목자가 될 수 있는가?
목자는 누구든지 하나님께서 부르신 콜링이 있고, 섬기겠다는 준비만 되어 있으면 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직장에 다니면서 목장을 섬기고 있다. 신학교를 나왔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가정교회의 목자의 역할은 평신도들이 사역을 잘할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많은 교회들은 목사님들의 목회를 위해 존재하는데, 가정교회는 평신도들의 사역을 위해 목자들이 존재한다. 오히려 목사님들이 평신도 리더들보다 헌신도가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목자기 때문에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게 아니라, 하나님이 부르셨기 때문에 목자로 기름부음을 받은 것이다. 통계적으로 교회를 오래 다닌 사람보다 초신자로서 교회에 와서 변한 사람이 목자를 잘한다. 교회를 오래 다닌 사람들은 가르치고 지시하려고 한다. 우리는 듣고, 공감하고, 같이 웃고 울면 된다. 목자들에게 사례비는 없다. 각자 알아서 자기 직업을 가지고 산다. 이중직이다. 목자로서 섬기는 목사님들과 평신도들은 스시맨 등으로 일하며 자기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모두 행복해 한다. 가정교회는 전통적인 교회의 장로, 집사님들과는 맞지 않는다. 분란의 소지가 된다. 그렇다고, 가정교회가 유일한 대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정교회는 삶의 변화가 목적” - 한국에선 가정교회에 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이단 문제 등으로 많은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대안이 없다. 이만한 영혼구원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신, 장신, 합신 등에서 가정교회를 인정한다. 작년 여름 총신에서 ‘가정교회 문제없다’고 인정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역시 ‘성찬 집례’와 ‘평신도 설교권’이다. 우리교회는 충분히 리더십이 검증받은, 은사 있는 사람을 시키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이런 부분에 있어 좀 자유롭다. - 말씀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우리 교회는 화요일 마다 ‘삶 공부’를 한다. 성경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다. 성경을 파고들면 유익한 면도 있지만, 교회나 리더십에 대한 잘못된 비판의 도구가 되는 경향이 있다. 소위 머리만 커지는 것이다. 저희가 하는 ‘삶 공부’는 성경공부 많이 하지 말고, 배운 것만 소화하자는 주의이다. 그래서 저희는 성경공부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우리가 배운 것을 내 삶에 적용해서 적어도 그것이 내 삶에 변화되는 게 목적이지, 성경을 깊이 파고드는 게 목적은 아니다. - 평신도의 설교가 검증되지 않아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우리는 서로를 잘 아는 가족이니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교는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을 나누는 것이다. 설교를 통해 가르치고, 양육하고, 은혜를 끼치겠다는 게 목적이 아니라, 가족들끼리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나누는 거다. 보통 설교자처럼 해박한 본문 연구는 우리 교회에 맞지 않는다. 깊이 연구한다고 해도 내 삶에 연결되지 않는다면 설교는 지식에 머무르는 것이다. 가정교회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초신자들 중심이니 말씀이 심플하고, 이해하기 편해야 한다. 그래서 성경도 새번역 성경을 쓴다. 하나를 들어도 ‘이번 주에 어떻게 살아야 겠구나’하는 적용이 있어야 한다. 물론 강해설교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깨달아서 이번 한 주간 어떻게 실천할까?’가 중심이다. 예배 중 나눔 시간이 있다. 그것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다. 목사를 통해서만 하나님께서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니라, 공동체니까, 그리스도의 몸이니까, 누구든지 내가 받은 은혜를 나눴을 때 하나님이 주신 메시지로 들을 수 있다. 물론 평신도가 처음 설교를 시작할 때 제가 한 두 번은 봐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평신도가 설교를 너무 잘한다. 은사가 있는 분은 목사 부끄럽지 않다. - 주일날엔 건물이 있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가? 그렇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조직이나 건물 없이 집에서 드리는 하우스처치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한국의 정서가 주일날은 전통교회처럼 건물이 있는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선호한다. 저는 이걸 타협이라 보지 않고, 지혜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도 주님 앞에 인도하는 게 목적이다. 가정교회의 모토는 예수 믿지 않는 사람들의 ‘영혼구원’이다. - 가정교회가 구역예배, 목장 등과 비슷한 형태로 보이는데... 그렇다. 98%가 비슷하다. 가정교회나 목장, 셀 등은 모두 소그룹모임이란 점에서 같다. 하지만 분명한 2%의 차이가 있다. 그게 엄청 다르다. 가정교회는 한 사람이 돌아오는데, 긴 시간이 걸려도 포기하지 않고 가는 게 가정교회다. 반면, 다락방이나 셀은 효과가 없으면 헤쳐 모인다. 가정교회는 효율적 조직이 아니다. 한 사람을 주 앞에 인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갈등은 감사할 기도제목” - 이상적이긴 한데, 소그룹 모임이라 갈등이 많을 것 같다. 그렇다. 오히려 가정교회에 가면 갈등이 더 많다. 그냥 구역예배를 가면 금요일 2시간만 보면 끝나는데, 가정교회는 주중에 수시로 만난다. 만나다보니까 인간의 본성, 갈등과 죄성이 나온다. 그 안에서 갈등이 보통교회보다 더 많다. 목장에서 시험 들어 나가는 사람도 여러명 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걸 ‘신앙의 여정’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믿음의 정도를 ‘이 사람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가?’로 본다. 각자의 장단점까지 다 안고, 감싸고, 울고 하면서 믿음이 자란다고 본다. 갈등이 일어나는 게 좋은 것이다. 갈등이 없다는 게 보통 교회의 문제이다. 우리는 ‘교회는 하나’라고 하지만, 주일날 예배 끝나면 다 남남이다. 하나라는 개념을 모른다. 큰 교회일수록 더욱 그렇다. 예수님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했다. 기존 교회는 다른 사람이 아픈 것은 내가 아픈 것이 아니다. 그건 유기적 몸이 아니라 조직일 뿐이다. 가정교회는 문제가 발생하면 감사할 기도제목이라고 본다. ‘이제야 비로소 그리스도의 몸을 배워가기 시작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일부 떨어져 나가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그것을 이긴 사람은 이 몸을 안 떠난다. 왜? 다 알고 있으니까. - 갈등을 일으킨 사람을 끝까지 품고 간다는 말인가? 그런 사람을 보통 교회에선 ‘문제아’,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우리는 ‘지체’이자 ‘몸’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내칠 수 없다. 몸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정교회는 교회를 몸이라고 생각한다. 집사, 장로, 목사로 모이는 게 아니라 ‘가족’으로 모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동성연애자, 마약중독자 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도 똑같은 죄인일 뿐이다. 성경에서 이야기하고, 사도바울이 외치는 교회의 모습은 지금의 교회와는 다르다. 이런 건물 중심의 조직이 아니다. 지금의 교회는 사도바울처럼 자기 목숨을 내놓고 서로를 책임지는 사랑의 공동체가 아니다. 목사는 그냥 월급쟁이일 뿐이다. 우리도 만들어가는 과정이지만, 많은 리더들이 행복해 한다. 우리 교회 목자들은 월급을 받지 않아도 여기를 떠나지 않는다. - 만약 목자가 건전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되는가? 아직 그런 경우는 없지만, 정말 지나친 경우라면 담임목사가 권면을 하고 기회를 준다. 자르지는 않고,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개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본인이 스스로 나간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스도의 몸이니까. - 갈등을 품고 나아가는 것이 믿음이라는 것인가? 전통적인 교회들은 ‘내가 교회에서 성경공부, 기도, 헌금을 얼마나 했는가?’를 따지지만, 우리 교회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골치거리다. 가정교회는 어떤 갈등이 있을 때 ‘그 사람을 얼마나 품고 기도하면서 화해하고 회복했느냐?’를 묻는다. 그걸 반복하면서 예수의 사랑으로 변해가는 것을 ‘믿음’이라고 본다. 기존의 교회는 믿음이 좋다고 하지만, 조그만 일이 발생하면 갈라지고, 큰 일이 발생하면 깨진다. 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했는데, 열심히 가르치기는 하지만 지키는 부분을 하지 않는다. 배운 게 내 삶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건 다 지식일 뿐이다. “가정교회는 보여주는 제자훈련이다” - 가정교회도 조직인데, 규모는 어느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보는가? 가족으로 따지면 5가정 정도 되면 나누려고 한다. 성인으로 10명이 넘어가면 삶을 깊이 나누기가 어렵다. 교회를 이끌만한 목자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목자는 그 목장 안에서 성경공부를 많이 배울 필요 없다. 두 가지만 잘 하면 된다. ‘섬김의 마음’과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면 된다. 예수 믿은 지 8개월 만에 목자가 된 사람이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부작용은 없다. 집을 오픈하고 섬기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 가정교회는 미국에서 확장되는 추세인가? 한국은 상당히 확장이 되고 있고, 미국은 확장되지 않고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가정교회 세미나를 많이들 다녀오는데,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그건 리더십의 문제이지 가정교회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세미나를 다녀오신 분들이 너무 성급하게 적용하면 교인들이 따라가질 못한다. 이곳 남가주에도 가정교회를 시도했다 실패한 경우가 더 많다. 많은 목사님들이 가정교회를 도구로 사용하려고 한다. 가정교회를 ‘부흥’의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목회자가 가정교회 정신이 몸에 베어있지 않으면 어렵다. 성도들에게 사역권을 나눠주고, 대접받는 리더십이 아니라 섬김의 리더십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3년 동안은 가정교회란 말을 쓰지 말고, 목사님들이 먼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 남가주 지역의 현황은 어떤가? 남가주에 세 지역이 있는데, 교회로 하면 20여개 교회정도가 된다. 미국 전체로 보면 80교회 정도 된다. 이미 다른 교회를 다니는 사람은 우리 교회에 오지 못한다. 물론 본인들이 정말 간절히 원하면 받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 교회는 초신자들 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교인들이 좋아한다. 작지만 소신껏 한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한다. 가정교회 하는 사람들이 써서는 안되는 말이 ‘목회성공’이다. 성공이 목적이 아니다. 꼭 반드시 교회가 부흥해야할 필요는 없다. 작년에 5년 동안 최저로 성장했는데, 2명이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래도 5년 동안 초신자가 36명이 예수님을 영접했다. 감사한 것이다. 그게 성장 아닌가? 우리 교회와서 “교인이 몇 명 늘었습니까?”라고 물으면 혼난다. “몇 명이 예수 만났습니까?”, “몇 명이 변했습니까?”가 올바른 질문이다. - 가정교회가 가장 매력적인 이유가 있는가? 제가 선교단체 출신인데, 그 미국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잊지 못하고 있다. 나를 위해서 희생하고 섬겨주는 모습은 내 삶을 뒤바꿨다. 가정교회는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보고 배우는 제자훈련이다. 우리가 말하는 교회는 ‘가르치는 제자훈련’이라면, 가정교회는 뛰어나게 가르쳐주지는 않지만, ‘나도 저렇게 살고 싶어!’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게 가정교회의 파워라고 생각한다.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사랑을 보여주고 나눠주는 것이다. 진짜 힘들 때마다 도와주고, 섬겨주면서 예수님의 사랑을 아는 것이다. 그걸 경험한 사람들은 성경을 많이 배우지 않았어도,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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