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선수 전도했던, ‘무속인 출신’ 목회자의 ‘비전’
▲집회 중인 박에녹 목사의 모습. ⓒ박 목사 제공 |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다 내림굿까지 받은 무속인이었다. 형처럼 지내던 법사가 죽어가며 그에게 말했다. “동생도 예수 믿게!” 번민의 나날을 보내다, 힘들고 괴로웠던 10여 년의 무속인 삶을 청산했다. ‘귀신이 가장 싫어하는’ 종교를 선택해야 한번에 끝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전지전능하시다는’ 하나님께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누나에게 이끌려 못 이기는 척 교회에 들어갔다. 전날 예수 믿을 준비를 하는 기도를 하며 몸에서 하얀 연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무섭고 두렵고 떨렸다. 한 번씩 귀신이 다가왔지만, 그럭저럭 교회 생활에 잘 적응해 갔고, 1992년 12월 27일 하용조 목사에게 세례를 받았다.
박에녹 목사(58)는 ‘귀신의 종’에서 ‘예수의 종’이 된 사람이다. 지금은 축구 선수들을 양육하는 대한민국축구선교회 대표목사가 됐다. 그가 최근 펴낸 <예수님, 왜?>는 ‘귀신의 제자’였던 시절부터 예수님의 제자가 된 사건, ‘태극전사’들의 사부가 되고 땅끝 선교사가 된 이야기, 그리고 ‘기독교와 무속의 차이’,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등 영적인 문제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목사는 “영적으로 예민한 사람이라도, 말씀을 듣지 않으면 믿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하나님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영적으로 예민할수록 항상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예수님을 닮아가는 경건한 삶을 살며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말씀이 곧 예수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영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에 대해 그는 “힘들 수 있지만, 잘 다듬어지면 보석이 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웠다. “잘 깨지지 않는다 해서 짱돌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쉽게 깨어질 수 있더라도 누구나 보석이 되기를 원하지 않을까요? 단 말씀과 기도와 예배로 가공하고 정제해서, 깨어지지 않도록 자신을 만들어가야 하지요. 그러면 짱돌보다 훨씬 멋진, 아름다운 보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입으로만 믿는다고 말하고 가슴으로 믿지 않는다면, 변화되지 못할 것입니다.”
▲축구선교회 선수들이 재능기부에 참여한 모습. ⓒ박에녹 목사 제공 |
많은 현대인들이 “‘종교’는 과학적이지 않다”며 거부하지만, 정작 이사할 때는 ‘손 없는 날’을 피하는 등 각종 미신에 영향을 받는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 ‘영적으로 예민한’ 박 목사는 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매우 많다”며 “골로새서 2장 8절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를 기억하라”고 권면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리의 전도가 중요하다”며 “듣고 안 듣고는 그들의 책임이지만, 끊임없이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전도해서 한 영혼이라도 더 구해내야 한다.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복음을 전하자”고 전했다.
박에녹 목사는 “사람들이 제게 하는 질문 중 대부분은 ‘귀신’에 대한 것이지만, 저는 귀신 이야기보다 예수님 이야기하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며 “귀신 이야기는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몸이 처지는 걸 경험하지만, 반대로 예수님에 대해 말하다 보면 힘이 솟더라”고 고백했다.
박 목사는 “예수님을 믿으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많은지 모른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천국에 갈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제 편이 되어주시니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지요. 그리고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예수님 안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영을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입니까. 저는 매일 예수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상대편이 엉뚱한 말만 한다면 어울리기 힘들지 않겠어요?”
▲박에녹 목사(가운데)가 이영표·최태욱 선수와 함께한 모습. ⓒ박 목사 제공 |
박 목사가 가장 애착을 갖는 사역은 역시 축구선교회. 그는 ‘기독 축구 선수’들에게서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가 무작정 자신의 저서를 보내서 만나 전도한 이영표 선수(현 KBS 축구해설가)를 비롯해, 이 선수와 함께 2002 월드컵 4강의 주역이었던 송종국과 최태욱·김동진·최원권·하대성·신광훈 등 50여 명에 달한다. 현 국가대표인 기성용, 김신욱 선수와도 성경공부를 함께했다.
전북 현대의 경우 그가 2009년부터 3-4년간 매주 내려가 성경공부를 함께했는데, 처음 한 사람으로 시작한 모임이 15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그는 “원래 교회에 다녔던 선수이더라도, 어린 나이부터 부모와 떨어져 프로팀에서 합숙을 하다 보면 신앙이 흐트러지기 쉽다”며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부상을 당했을 경우 기도도 해 주면서 예수님 품으로 붙잡아 놓아야, 나중에 ‘그라운드의 전도사’가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뿐 아니라 교정사역과 소년소녀 가장 돕기, 한국섬선교회, 대학 교수 성악가팀인 샘앙상블 지도목사 등으로 섬기며, 불러 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비전에 대해 “대한민국 축구선교회 이름으로 각 대회 초·중등학교 8강팀들을 초청해 시합을 열고 싶다”며 “상금도 걸어 축구 발전에 쓰게 하고, 나아가 남북한 초등학교 간의 경기도 추진하면 재미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끝으로 박에녹 목사는 “궁극적으로는 물론 이러한 사역을 통해 그들에게 예수님을 전하는 게 목적이다. 제가 느낀 이 행복을 그들에게도 전해 주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선교회를 통해 많은 영혼들이 주님께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와 물질의 후원자들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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