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을 구경하고 돌아오다.
박영문 / 곡성 다니엘금식수양관 원장
1986년 4월 3일은 내 일생을 변화시켰던 일이 있었던 날이다. 85년 술에 취해 오토바이 사고를 내고 구치소에 갇혔다가 풀려난 내게 아내는 이혼요구를 했고 나는 아내와 이혼을 부추긴 처가댁 식구들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8명에 대한 철저한 살해계획을 세웠었다.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전 나는 마지막으로 광주에 계신 어머니를 뵙고 서울로 가는 기차 10시 40분 표를 예매해 놓았다. 그때가 86년 4월 3일 밤이었다.
그러나 서울로 가는 열차를 타기 불과 40분전 나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우렁찬 음성을 들었다. 귀에 고막이 터질듯한 아주 크고 우렁찬 음성이었다. “여봐라! 여봐라!” 너무도 이상하여 대문 밖으로 나가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의아해하며 다시 방으로 들어와 피우려던 담배를 손에 쥐고 성냥불을 막 그으려는 순간 갑자기 방안이 환해지는 것이 아닌가. 깜짝놀라 엉겹결에 문쪽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놀라움에 소리치고 말았다.
선명한 일곱 빛깔의 무지개 빛이 내리깔리면서(계 4:3) 그 빛 가운데로 위에서 어떤 물체가 내려오는데 자세히 보니 하얀 옷을 입은 한 사람이었다(계 1:13). 밝은 빛 때문에 얼굴은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분명 우리와 같은 사람의 형상이었다. 이윽고 그 하얀 옷을 입은 사람 뒤로 네모난 모양의 마차가 따라내려오고 있었다.
그 마차에는 의자 셋이 있었는데 가운데는 비어 있고 양쪽에는 하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아마 내가 예수믿는 사람이었다면 분명 큰 감동을 느꼈겠지만 나는 그쪽으론 전혀 문외한이었기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하지만 한가지 이상한 것은 불타오르던 증오심이 싹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옆에서 주무시던 어머니를 깨웠지만 어머니의 눈에는 이 장면이 보이지 않았고 쓸데없는 소리 말라며 다시 주무셨다. 내가 다시 마차를 쳐다보았을 때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비어있는 가운데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분명 몸을 만져 보며 확인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듯 했다.
그 마차에 앉자마자 마차는 출발했고 나는 그 때부터 천국과 지옥을 생생히 보게 되었다. 눈이 부실만큼 찬란한 황금빛 길을 지나 세상에선 맡을 수 없는 꽃향기를 맡으며 꽃밭길을 지나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나는 세계각국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계 7:9).
그리고 나는 예수를 믿다가 병환으로 돌아가신 외삼촌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병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외삼촌의 모습은 내가 초등학교 3,4학년 때 보았던 젊은 얼굴과 체격으로 싱그러운 30대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 얼굴에는 이 세상의 염려와 근심을 모두 떨쳐 버린 평화와 기쁨만 빛나고 있었다(계 21:4). 계속해서 들려오는 은은한 음악소리를 들으며 황금마차는 몇날 며칠이 되도록 달려 황금빛 찬란한 집들이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무슨 질문을 해도 대답이 없었던 내 옆의 천사들은 비로소 이곳에 이르러서는 분명한 목소리로 “여기가 천국입니다”라고 말해주었다.
그 집들은 내가 볼 수 있는 데까지 길다랗게 뻗쳐 지어져 있었는데 도저히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세상에선 볼 수 없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황금빛 찬란한 집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전부가 새로 지은 듯 말끔히 단장하고 있었고 누군가가 금방이라도 이사올 듯이 채비를 갖추고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는 점이다(요 14:2~3). 외삼촌이 있는 곳과는 달리 이곳에선 단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역시 대답은 들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마차는 밤처럼 캄캄한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다만 마차를 인도하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의 형상으로 된 보름달 크기만한 불빛이 비치는 곳만 환할 뿐이었다. 들려오던 음악소리도 멎어 있었다. 어느새 내 마음 가운데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것들을 잔뜩 보여주더니 이젠 죽여 버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겁에 질려 있었다.
어느새 앞에 사람의 형상을 한 불빛은 한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6년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게 되었다. 아버지는 생전에 유교학자로 향교에서 장의까지 지내며 문중 일도 도맡아 하던 집안에 대들보와 같은 분이셨다. 살아계실 때 예수의 ‘예’자만 들어도 불호령을 치셨던 분이셨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는 병환으로 온몸이 퉁퉁 부어 관을 두 개 크기로 짜야할 만큼 비참했는데 이곳에서 본 아버지의 모습은 돌아가시기 직전 그 비참한 모습 그대로 고통을 당하고 계셨다.
발목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세모난 머리를 한 새파란 독사들이 구물구물거리며 아버지의 온몸을 기어다니면서 물어뜯고 찢고 할퀴어서 아버지의 온몸을 피투성이로 만들고 있었다. 나는 울부짖고 통곡하며 아버지를 불렀지만 아버지는 나의 이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셨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둥그스름한 화로 위에 그 크기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큰 석쇠같은 철판 위에서 훨훨 타오르는 불꽃을 피해 우르르 몰려 다니고 있었다. 한마디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계 20:15). 이곳에서 나는 또 다른 익히 아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바로 생전에 돈이면 만사형통이라며 구두쇠같이 살다간 큰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큰아버지도 역시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셨다.
셋째 불빛이 비친 곳에서는 교통사고로 죽은 친구를 보게 되었는데 온몸이 세 마리의 보기에도 흉칙한 구렁이에게 감겨 어찌나 세게 조였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이 친구 역시 나와 같이 술을 좋아하다 결국 술로 인해 생명을 잃은 사람이었다.
넷째로 불빛이 비추인 곳에서는 깊은 늪, 수렁 속에 허리부분까지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름모를 조그맣고 시커먼 짐승들이 앞 뒤 옆에서 치고 뜯고 할퀴고 해서 피투성이를 만들고 있었다. 도망가지도 못하고 몸만 좌우로 움직여 짐승을 피하느라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친척과 같은 고향 사람 이렇게 두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당시엔 몰랐지만 사실 그 친척은 교회에 다니기는 했지만 교회가면 병이 낫는다는 말을 듣고 구원의 확신없이 그저 교회문턱만 왔다갔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쪽 다리는 교회 안에 들여놓고 다른 한쪽은 교회 밖 세상에 놓고 건성으로 다닌다면 시간만 축내며 결국 허송세월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마 7:21).
지옥에서 본 아버지와 천국에서 본 외삼촌
이렇게 내가 본 지옥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곳이었다. 그 어둡고 비참한 곳에서 나는 아버지, 큰아버지, 친구, 친척, 고향 사람들을 분명 보았고 저들을 보며 울부짖을 밖에는 달리 힘이 없었다. 이 세상 살다가 죽어버리면 그만인 줄 알았던 나는 진실과 맞닿게 된 것이다. 지옥을 본 후 마차가 처음으로 멈춰선 곳은 ‘심판대’라는 곳이었다(계 20:13). 이곳에서 나는 내가 태어나서 눈, 입, 손과 발 그리고 마음속으로 지은 죄까지 적혀 있는 ‘회고록’이란 것을 보았다.
내가 세상에 살면서 지은 죄의 종류가 무려 1백32종류나 되었고 각각의 종류별로 세분화되어 그 가짓수는 이루 헤아릴 수 조차 없었다. 그중 술먹고 실수한 죄 밑에 가장 많은 가짓수가 뻗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전 6:10, 롬 13:13). 또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세상살이에서는 죄가 되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죄가 되는 항목 두 가지를 보게 되었다. 하나는 예수를 믿지 않은 것이요, 둘째는 예수 믿는 사람을 욕하고 멸시, 괄시하며 핍박한 것이 죄라는 것이었다.
교회에 다니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성경, 찬송가를 찢고 불에 쳐넣어 태워버린 일, 전도하는 친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멸시하고 심지어 발길질에 뺨까지 때렸던 지난 날의 죄가 시간과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록돼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내내 궁금히 여기던 질문을 했다. “왜 예수믿는 일이라면 물불을 안가린 형님 같은 사람에게 이런 곳을 보여주지 예수라면 징그럽게 싫어하고 세상에서 온갖죄를 저지른 죄인인 내게 왜 이런 곳을 보여 주냐”고 말이다. 이러한 물음에 내 옆에 있던 천사가 답해주었다. “너희 형님같은 사람은 이런 곳에 올 필요가 없다. 너와 같은 사람이 네 눈으로 직접 보아야지 천국와 지옥이 있다는 것을 믿고 세상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그렇다. 형님처럼 보지않고 믿는자가 더 복되다는 성경말씀과 일치하는 답변이었다(요 20:29). 이윽고 마차는 다시 출발했고 갑자기 밑도끝도 없이 무조건 “믿겠느냐?” 하는 크고 우렁찬 음성이 다시 내 귓전에 들려왔다. 이 음성은 내가 일가족 여덟명을 죽이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기 40분전 방안에서 들었던 바로 그 음성이었다. 당시 나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하나님 아버지를 불러보지 않았으면서도 “주여! 믿습니다!”라는 대답이 절로 나왔고 주님을 영접했다. 그러자 뒤이어 말씀하시기를 “이제 세상에 나가면 천국이 있고 지옥이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하나도 보태지 말고 빼지도 말고 네가 본 그대로 증언해라”라고 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들려주신 음성은 “두고 보리라!”였다.
이렇게 몇날 며칠 동안 긴여행을 한 것 같았는데 깜짝 놀라서 벌벌 떨며 깨어보니 밤 11시 10분이었다. 불과 70여분 사이에 이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는 숫자의 개념도 시간의 개념도 없었던 것이다(벧후 3:8). 정신을 차려보니 어머니가 방 한구석에서 벌벌 떨며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계셨다. 어머니 말을 빌자면 내가 한시간이 넘도록 세상에서는 무슨 말인지 모를 말들을 혼자 중얼중얼거리는데 아무리 흔들어도 모르더라는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지금까지 내가 본 것을 있는 그대로 어머니께 상세히 말씀드렸다.
예수의 ‘예’자만 들어도 아버지처럼 불호령을 치셨던 어머니께서는 당신 남편의 비참한 얘기를 들으시곤 눈시울을 적시셨다. 이렇게 어머니와 난 예수동창생이 되어 함께 학습세례도 받고 같은 날에 집사가 되기도 했다. 이제 얼마나 열심히 교회에 다니시며 전도하시는지 나 못지 않은 열정을 가지신 분이 되셨다.
이때부터 내 삶은 180도 변화되었고 이젠 내 주먹을 믿으라가 아닌 오직 주 예수를 믿으라가 입술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사람이 되어 지금껏 전도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오게 된 것이다. 지금도 내 귓가에 맴도는 “두고 보리라!” 하신 주님의 마지막 명령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다. (월간 신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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