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학

[스크랩] 고지론 논쟁을 보면서

수호천사1 2012. 12. 21. 17:41

예수가좋다오

고지론 논쟁을 보면서

정용균 /

 


요즘 청부론과 고지론 논쟁이 뜨겁습니다. 송태근 목사님이 삼일교회 담임목사로 내정이 되면서 인터뷰를 했는데, 거기에서 고지론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삼일교회 청년을 국한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청년들의 의식 구조 속에 잘못된 고지론, 어설픈 고지론이 있다. 믿는 자가 성공해야 하나님이 영광을 받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문제다. 한국교회가 지금처럼 만신창이가 된 것은 고지에 올라간 1%가 없어서가 아니다. 삼일교회 공동체가 예수님의 말씀 그대로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길, 하려 하지 않는 일, 그 좁고 협착한 곳을 찾아서 저지대로 내려간다면, 한국교회는 10년 안에 변할 수 있다. 나는 십자가의 정신을 따르는 청년 공동체에 대한 소망이 있다. 한국교회는 예수님이 오셔서 한결같이 걸었던 길, 장애인·죄인·병자·고아·과부·나그네·사회적 약자·소수자들에게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이것 말고는 답이 없다.'


거기에 김동호 목사님이 발끈하여(?) 자신이 주장하는 고지론의 진의(眞意)가 무엇인지 밝히는 글을 몇 차례에 걸쳐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오늘도 그것과 관련한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아프리카 단기선교를 언급하면서 단기선교 가기 전에 교회에서 받는 훈련에 대해 말을 합니다. 거기에는 교회 계단을 오리걸음으로 오르는 것도 있는 모양입니다. 60이 넘은 장로님도 예외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그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이런 ‘비축된 힘’이 있어야 오지에서 선교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위로 오르는 훈련을 통하여 힘을 비축해야 아래로 내려가 힘있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목사님이 무슨 뜻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합니다. 그 주장에 동의합니다. 돈과 실력. 그것이 ‘일의 효과’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힘입니다. ‘비축된 힘’이 있으면 ‘뜻 있는 일’을 더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사님의 주장을 존중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과 능력을 믿고 그것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을 뜻할 것입니다. 그러면 무슨 일을 하든 그 하나님의 주권과 능력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빌립보서를 묵상하고 있는데, 바울은 빌립보교회 사람들에게 핍박 가운데에 어떻게 교회를 세워나갈 것인가 권면하면서 2장 중반에서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교회의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디모데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내가 디모데를 속히 너희에게 보내기를 주 안에서 바람은 너희의 사정을 앎으로 안위를 받으려 함이니 이는 뜻을 같이하여 너희 사정을 진실히 생각할 자가 이밖에 내게 없음이라 그들이 다 자기 일을 구하고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하지 아니하되 디모데의 연단을 너희가 아나니 자식이 아버지에게 함같이 나와 함께 복음을 위하여 수고하였느니라.”


디모데의 연단이란, 그가 여러 가지 시험을 통하여 검증 받은 일꾼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는 표현일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성경을 보면, 그는 일꾼으로, 지도자로 다소 문제가 있는 듯한 구절이 나오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누구든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고’(딤전 4:12) 하는 구절입니다. 그리고 고린도전서에서는 이런 표현도 나오지요. ‘디모데가 이르거든 너희는 조심하여 그로 두려움이 없이 너희 가운데 있게 하라 이는 그도 나와 같이 주의 일을 힘쓰는 자임이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그를 멸시하지 말고 평안히 보내어 내게로 오게 하라 나는 그가 형제들과 함께 오기를 기다리노라’(고전16:10-11).


그는 연소한 자였습니다. 그 때문이었을까요? 그는 교인에게 멸시를 받는 경우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고린도교회 사람들에게 ‘디모데가 이르거든 너희는 조심하여 그로 두려움이 없이 너희 가운데 있게 하라’고 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이런 것으로 볼 때에 디모데는 문제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바울은 그를 신뢰하여 그를 보냅니다. 하나님의 주권과 도우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가 받은 연단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를 ‘주 안에서’ 빌립보교회로 보내기로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연단은 ‘고지’와 관련이 없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각종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립니다. 그 스펙이 ‘고지’로 가는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스펙 쌓기에 열중합니다. 어떤 길이든 ‘고지’로 가는 길이면 상관이 없습니다. 정작 자신이 바라는 것, 옳은 것, 그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것이 문득문득 문제인 것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애써 외면하고 먼저 ‘고지’에 오르자고 결심합니다. 문제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 ‘고지’에 오르는 사람은 일부라는 것입니다. 많은 젊은이는 그 고지에 오르지 못하고 길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이런 젊은이에게 고지론과 청부론은 도전을 주기보다는 좌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안고 있는 현실은 그것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자포자기하며 사는 젊은이들을 많이 봅니다. 청년 실업률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떤 이는 이런 지경이 된 것은 청년들이 할 일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하더군요. 다들 돈 많이 버는 일, 사람들이 알아주는 일, 장래 안정이 보장되는 일에 몰리다 보니까 할 일을 찾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돈을 덜 벌더라도, 조금 불안정하더라도 사람들의 필요를 채울 수 있고 경제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일에 일단 뛰어들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모두 ‘고지’에 오르려고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김동호 목사님의 고지론과 청부론은 이미 그 고지에 오른 사람들과 부자들에게 해당하는 이론입니다. 이미 고지에 있는 사람들은 그 고지에서 내려와 사람을 섬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자들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속담을 삶에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그래야만 합니다. 마땅히 힘 있는 자가 약한 자를 돌아보고 도와야 합니다. 교회는 힘 있는 자들에게 그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보람인지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지론과 청부론은 가진 자를 위한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저는 김동호 목사님의 청부론을 살피면서 이건 부자들 비위 맞추는 이론이다,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주장을 볼 때에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는 <깨끗한 부자>에서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부도덕한 돈을 거부함으로 부득불 가난해질 수 있어도 굳이 가난을 자랑으로 삼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합니다. 할 수 있으면 모든 크리스천이 부자가 되기를 소망하되 반드시 정직한 십일조와 구제헌금을 하는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의 주장에는 부자가 가지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언급이 약합니다.(하도 오래전에 읽은 것이라 제 생각에 오해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로 잡아주십시오.)


바울은 빌립보교회 사람들에게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고 말을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입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이미 ‘하나님 나라’라는 고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란 것입니다. 그 고지에서 저지에 있는 세상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파견된 대사입니다. 선교사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열심히 이루어갈 때에 우리는 이 땅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고지를 정복하라고 말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부자가 되어라고 말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대신 우리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감당하며 살든지 실망하지 말고, 게으르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을 하면 좋겠습니다. 아니 지금 있는 자리가 낮게 보인다 할지라도 그 자리에서 더 내려가 사람을 돕고 섬기며 살아가라고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하나님나라의 시민의 모습이다, 하나님 나라의 시민다운 모습이다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그곳이 어디든 '고지'를 사는 것이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가좋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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