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 /이어령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 옵니다.
어둠의 벼랑 앞에서 내 당신을 부르면 기척도 없이 다가서시며
“네가 거기 있었느냐”고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민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마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 상처를 조금 만져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내 눈물 방울이 그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너 혼자 거기에 있느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
민아에게 전화가 왔다.
긴 전화였다. 하나님 이야기를 한다.
그 애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믿지 않던 신의 은총을
생각한다.
무슨 힘이 민아를 저토록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그 애가 아픈 병에서 나올 수만 있다면 하나님을 믿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언어밖에는 없다.
내가 하나님과 비록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어도
그것이라면 기꺼이 하나님을 위해 바칠 수가 있다.
그래서 무신론자의 기도 두 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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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창골산 봉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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