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학

[스크랩]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 /이어령

수호천사1 2012. 4. 3. 10:56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 /이어령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 옵니다.


어둠의 벼랑 앞에서 내 당신을 부르면 기척도 없이 다가서시며

“네가 거기 있었느냐”고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민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마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 상처를 조금 만져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내 눈물 방울이 그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너 혼자 거기에 있느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

 


민아에게 전화가 왔다.

긴 전화였다. 하나님 이야기를 한다.

그 애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믿지 않던 신의 은총을

생각한다.

 

무슨 힘이 민아를 저토록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그 애가 아픈 병에서 나올 수만 있다면 하나님을 믿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언어밖에는 없다.

내가 하나님과 비록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어도

그것이라면 기꺼이 하나님을 위해 바칠 수가 있다.

그래서 무신론자의 기도 두 편을 썼다.

 

  /출처 : http://cafe.daum.net/cgsbong

 

출처 : 창골산 봉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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